깃발
깃발은
공기 속을 떠돌며
보이지 않는 선 위에 그림자를 남긴다.
나는 손끝으로
그 떨림을 더듬는다.
바람은 말을 잃고
시간은 접히고 펼쳐진다.
빛과 어둠 사이,
색과 색 사이,
모든 흔들림이 내 안으로 스며든다.
깃발은 속삭이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듣는다.
숨결과 먼 길의 울림,
기억과 존재가 뒤엉킨 소리를.
나는 깃발 아래 서서
나와 세계를 재고
시간의 무게와 바람의 심장을 느낀다.
깃발은 끝없이 흔들리고,
나는 그 흔들림 속에서 나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