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그 작은 원 속에
흰 불빛이 일렁인다.
누군가의 숨이 잠깐 머물다 간 듯
표면이 잔잔하게 흔들린다.
나는 그것을 들여다본다.
내 안의 고요가 뒤집히고
눈썹 끝이 서늘해진다.
뚜껑은 원래
쓰레기통에 버려져야 할 금속인데
오늘은 잔이 되고
잠시의 위로가 된다.
너는 어디쯤 앉아 있을까,
이 작은 술빛에도 얼굴이 겹친다.
마시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
그러나 빈 뚜껑 안에
나는 한동안 머무른다.
깊은 우물에 갇힌 금붕어를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