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한 켤레
현관 한켠에 놓였다.
낡은 가죽 위로
가을 햇살이 스며들고
먼지 속에 하루가 스며든다.
끈은 풀려 있고
굽은 조금 닳았다.
오랜 길을 걸어온 흔적이
낙엽 위로 스쳐가는 바람처럼
조용히 시간을 이야기한다.
나는 손끝으로
구두를 스치며
길 위의 발자국과
바람 속 낙엽의 소리를 느낀다.
바깥세상은 분주하지만
구두는 묵묵히
내 작은 일상과
계절의 숨결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