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물감
무심히 내리던 봄비
어깨를 스치던 작은 우산
비 오는 거리, 젖은 유리창 너머로
너는 그저 흐릿한 풍경이었다.
마주 본 두 눈 속에 담긴
수많은 말들이 녹아내렸다.
아름다웠다.
가슴 깊은 곳에 닿아
파문처럼 일렁이던 그 마음은.
하지만 붙잡을 수 없었다.
유리창에 비친 모습처럼
마음의 창문에 맺힌 물방울,
그 방울 속에서 흐르던 모든 시간은
사랑이라 부르기에는 아렸고,
그저 지나쳐 보내기엔 아쉬웠던,
미련의 그림자가 빗물처럼 번져
투명한 물감으로 스며들 듯,
찬란하며 서글프고
그립고도 행복한 건
그때였을까, 그대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