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손님

투명한 물감

by 이 원

무심히 내리던 봄비

어깨를 스치던 작은 우산

비 오는 거리, 젖은 유리창 너머로

너는 그저 흐릿한 풍경이었다.

마주 본 두 눈 속에 담긴

수많은 말들이 녹아내렸다.


아름다웠다.

가슴 깊은 곳에 닿아

파문처럼 일렁이던 그 마음은.


하지만 붙잡을 수 없었다.

유리창에 비친 모습처럼

마음의 창문에 맺힌 물방울,

그 방울 속에서 흐르던 모든 시간은


사랑이라 부르기에는 아렸고,

그저 지나쳐 보내기엔 아쉬웠던,

미련의 그림자가 빗물처럼 번져

투명한 물감으로 스며들 듯,

찬란하며 서글프고

그립고도 행복한 건

그때였을까, 그대였을까.


화요일 연재
이전 09화여덟 번째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