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번째 손님

흰 둑길

by 이 원

이 흰 둑길 위에 서서, 나는 메마른 해방을 본다.

강물은 이미 목마른데, 이 시멘트의 고귀한 등성이여.

누가 감히 순결이라 했는가? 이 차가운 뼈대가

배반의 역사를 굳게 다져 세운 화려한 성벽인 것을.


아아, 둑길이여. 너는 강을 가르고, 들판을 쪼개며,

피 묻은 발자국 위에 스스로를 정의라 새겼다.

지류(支流)의 비명 소리가 너를 감히 넘보지 못하고

머리 숙여 비는 순간, 너는 침묵으로 그들을 조롱한다.


철벽,

고독.


강 건너 아득한 들녘에 서걱대는 풀잎처럼

약자의 고뇌는 네 몸을 한 치도 뚫지 못하고

네가 뿜어낸 멸시의 그림자 아래 숨죽여 울었다.

백의(白衣)의 가면을 쓰고, 칼날을 품은 위선.


결국, 이 길은 끊어진 내일이다.

나는 분노한다. 이 하얀 비열이 이 땅의 경계가 된 것을.

차라리 저 강물이 붉은 흙탕으로 뒤집어엎어

이 거짓의 둑길을 무너뜨리는 날을 나는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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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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