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야
사랑을 잃고 나는 쓴다.
하지만 이것은 사랑에 관한 기록이 아니다.
그대라는 눈부신 거울 앞에서
나의 누추함은 식은 죽처럼 딱딱하게 굳어갔고,
나는 내 병든 그림자를 끌고 그대의 정원을
서둘러 빠져나왔다.
한 걸음씩 발을 뗄 때마다
내 몸속의 기둥 하나가 소리 없이 내려앉는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폐가가 무너질 때 나는
눅눅한 먼지 냄새를 풍긴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잃어버리는지 나는 묻지 않기로 했다.
다만 내 발바닥이 지면을 스칠 때마다 나의 일부분들이
검은 잉크처럼 바닥에 엎질러지고 있다는 것만을
감각할 뿐이다.
길거리에 뒹구는 녹슨 깡통과 부서진 벽돌들이
도망치는 나를 닮아 있다.
그대 앞에서 보였던 나의 추한 몸짓은
이제 내 생의 가장 어두운 각주가 되어
나를 따라오며 끈질기게 발목을 붙잡는다.
무너지는 것은 언제나 내 안의 가장 연약한 기억들이었다.
보도블록 틈새마다 내가 흘리고 간 파편들이
차갑게 식어가는 저녁,
나는 이제 막 내 육체의 절반이 사라진 것을 깨닫는다.
안개 자욱한 이 도시에서
나머지 반쪽마저 부스러뜨리며 나는 천천히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