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습니다
마당가에 쌓인 눈이 차디찬데
내 마음은 벌써 그대 가는 길목을 서성인다.
꽃잎이 녹는 날이 오면
그대에게도 기어이 새로운 봄이 올 테니
나는 그저 예 머물며
내딛는 걸음마다 축복을 빌게요.
초침이 더디게 흘러 아픔이 무뎌지거든
내 이름도 그에 함께 묻어두시오.
해 줄 수 없는 말들이 눈물처럼 고여도
나는 하얀 침묵으로 당신의 뒷모습을 배웅할 테요.
햇살이 깊어지면 나는 소리 없이 녹아
당신이 밟고 지나갈 맑은 물이 되겠지요.
형체도 없이 스러지는 나를 가엾다 마시오.
당신께 올 봄이 화창하다면 그것으로 족하니,
오늘만큼은
시린 달빛을 머금고
내 마지막 진심을 하얀 대지 위에 써 내려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