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번째 손님

사랑했습니다

by 이 원

마당가에 쌓인 눈이 차디찬데

내 마음은 벌써 그대 가는 길목을 서성인다.


꽃잎이 녹는 날이 오면

그대에게도 기어이 새로운 봄이 올 테니

나는 그저 예 머물며

내딛는 걸음마다 축복을 빌게요.


초침이 더디게 흘러 아픔이 무뎌지거든

내 이름도 그에 함께 묻어두시오.


해 줄 수 없는 말들이 눈물처럼 고여도

나는 하얀 침묵으로 당신의 뒷모습을 배웅할 테요.

햇살이 깊어지면 나는 소리 없이 녹아

당신이 밟고 지나갈 맑은 물이 되겠지요.


형체도 없이 스러지는 나를 가엾다 마시오.

당신께 올 봄이 화창하다면 그것으로 족하니,

오늘만큼은

시린 달빛을 머금고

내 마지막 진심을 하얀 대지 위에 써 내려가렵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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