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랑
고요히 떠오른 마음은
발소리 없는 복도를 혼자 걷는다.
오래된 필름 도서관 속 장면,
빛바랜 시간 속에 너는 언제나 주인공이었다.
나만 놓으면 끝나는 관계.
어쩌면 사랑은 본래 이 모양이었을지도 모른다.
먹구름도 해가 좋아 도망간다.
비가 내린다.
여우비인 듯 장대비인듯한.
비가 내렸다.
땅이 젖었다.
웅덩이가 호수가 되었다.
떨어지는 물방울을 모아 탑을 쌓더라도
호수가 구름을 만날 일은 없겠지.
안다
널 가지는 것보다,
내 마음을 버리는 일이 쉽다는 걸.
그러므로 나는 이 자리에 머물러
소나기가 지나가기를 빈다.
소나기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