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 18년차 유대리의 안친한 직장동료들과의 아침런닝

-꾸준히 진행되고있다

by 무릉도원

day3

런닝 2주차이다.

내향인으로 직장생활 18년차. 직장 내 인간관계는 너무 어렵다. 연차가 적을 때는 금방 친해졌는데, 연차가 쌓일수록 업무가 얽히면서 가깝게 지내는 것이 어렵다. 늘 선을 긋고 만났다. 어차피 실망하고 관계가 어색해지고 불편해질 것이니까.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굉장히 진실한 인간관계를 갈망했던 것 같다. 어떤 그룹에 소속되거나 안정감을 주는 그런 관계망을 원했다.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이렇게 평소에 친하지도 않았던 사람들과 모여 아침에 런닝을 한다니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 셋은 세대가 비슷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80년대생으로 같은 시기를 살아온 사람들이다. 이 모임을 실질적으로 결성하고 끌고 가고 있는 ‘은’에 대해 생각해본다.

‘은’은 막내이지만 막내 같지 않은 묵묵함과 성실함이 있었다.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묻는 말에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불필요한 말을 살갑게 하지 않지만 자신이 맡은 일을 조용히 해냈다. 얼굴을 튼 후 6개월이 넘게 데면데면한 관계였다. 서로 공감대도 없고 공통 소재거리도 없어서 할 말이 딱히 없었다.

그럼에도 친해지긴 어려웠다. 나는 운동을 꾸준히 하지만 운동 자체보다는 같이 하는 사람이 좋아서 운동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런닝 모임의 시작은 내심 기뻤다. 겉도는 관계 속에서 느슨한 결속력을 나는 바랐다. 런닝을 함께 한 지 2주차가 지나면서 서서히 내적인 친밀감이 올라오면서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연결되어 있는 느낌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런닝 관계에서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서툴지만, 그래도 함께 일정한 시간에 만나서 뛰고 시간을 보내는 것은 외톨이 섬이 아니라 섬끼리 묶인 한 나라 같았다. 나는 이곳에 오면서 오랫동안 외로웠다. 직군이 바뀌면서 홀로 맡아서 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은’과 ‘진’도 홀로 맡아서 업무를 보는 직종이다. 우리는 직무상의 유사점이 알게 모르게 편안한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다른 직무의 사람들이 더 이상 유입되지 않는 것을 보면. 더불어 건강에 대한 관심과 화두가 비슷해서 모인 것이 아닐까싶다. 지나고보니 지나치게 방어적이었다. 굳어있었고, 경계했다. 미리 짐작해서 방어했다. 그런데 뛰고 나니 그냥 지나가는 사람도 같이 만나는 여행객같았다. 생각해보면 늘 도구가 필요했던 것 같다. 신입때는 책을 매게로 사람을 만났다. 지금은 운동을 매게로 만나고 있다. 이렇게 매게가 없을 때는 관계를 맺는게 너무 어려웠다. 어떻게 해야하는거지?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지금은 이런 저런 상의를 하기도 너무 편하다. 나는 이정도의 스몰토크도 할 사람이 없었나. 내가 노력해도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

금요일 드디어 런닝 1주차가 끝났다.

“ 1주일 평가회 하시죠~ ” 띠링 카톡 문자가 울린다. 간식을 갖고 간단히 모인다.

“ 1주일 해보니까 다들 어떠세요.”

역시나 화두는 건강이다. ‘은’에게 우리 같이 못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운동하는 이유를 물었다. 아침에 훈련 겸 운동 하고 싶은데 혼자서는 계속 하기가 어려웠는데 하는 김에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고, 모여있다는 책임감은 아침에 눈이 번쩍 떠지게 된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조기 교육은 참 무섭다. ‘은’은 원래 운동과 관련이 없는 삶을 살았다. 그런데 25살 쯔음 봉사활동 갔다가 진짜 국가대표인 운동하는 친구랑 같이 방 쓰면서 점차 운동을 배우고 즐기게 되었다. 후천적으로 운동을 좋아하게 된 사람으로 결혼 후 남편과 운동을 취미로 더욱 깊이있게 즐기게 되었고, 럭비 국가대표 활동도 하게 되었다. ‘진’은 운동 후 너무 힘들었지만 건강 회복을 위해서 꾸준히 날씨가 추워져도 계속 하고 싶다고 한다. 나는 체력이 좋은 편이라는 처음 듣는 소리를 들었다. 늘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여기 왔더니 체력이 좋다고 칭찬도 받는다. ‘은’은 워낙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라 우리보다 30분이나 먼저 와서 미리 뛰고 있다. 오늘은 10km를 달성한다. 이렇게 뛰는데 살은 안 빠진다고 했더니 살은 4주 후부터 빠지는거라고 했다. 5km 뛰고 나면 몸의 쉐입이 바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같이 모여서 수다를 떨다보니 몸이 근질근질하여 스트레칭을 하였다, ‘은’이 스트레칭을 알려준다. 이거네 이거야~ 갑자기 요가교실이 열렸다. 스트레칭을 함께 하니 너무 쉬원했다. 5주 후에 몸의 쉐입이 변한다는데 그게 궁금해서라도 계속 뛸 것이다.


작가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오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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