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 18년차 유대리의 안친한동료들과의 아침런닝

by 무릉도원

day2.

안 친한 직장동료와 아침에 뛴다고 했을 때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땀이 너무 많이 나지 않아? 출근할 때 화장은 어떻게 해?”이다. 나 역시 그 부분을 제일 먼저 걱정했다. 그런데 선선한 가을 날씨라 땀은 생각보다 심하게 나지 않았다. 물론 10km씩 뛰는 ‘은’은 땀 범벅이다. 등까지 흠뻑 젖은 ‘은’은 바디 티슈로 닦고 옷을 갈아입는다고 한다. 나는 머리를 말리지도 않고 나와서 그런지 땀과 섞여서 모자 자국이 눌려서 엉망진창이다. 처음에는 몇 번 화장까지 하고 나갔으나, 이제는 썬크림만 바른다. 그런데 운동을 하고 나면 피부가 좋아지고 혈색이 밝아져서 화장을 안 해도 봐줄만하다. 꾸밈도 노동인데 고생이 줄었다.

오늘도 몸을 헛둘 헛둘 풀어본다. 발목을 양쪽으로 굴리고 스트레칭한다.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뛰는게 목표다. 런닝머신에서 뛸 때는 동력이 있어서 훨씬 편했는데 땅에서 뛰는 것은 힘이 두 배로 든다. 밖에서 만난 ‘은’은 더욱 체육인 같았다. 직장에서보다 훨씬 생기가 있어 보였다. ‘진’도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직장 내에서는 거리감이 좀 있었는데 그래도 아침에 모여서 같이 운동하니 가깝게 느껴진다. 아침 공기를 뚫고 가을 햇살을 맡고 뛰면 해냈다는 성취감이 정말 컸다. 스트레칭을 마칠 무려 ‘진’이 나타난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고 몸은 괜찮은지 물어본다.

“저 너무 아파서 마사지 받으러 갔다 왔어요. 그리고 주말에 쉬고 했더니 좋아진 것 같아요. 금요일에 사실 많이 피곤했어요.”

그랬구나. 그래도 이렇게 나온 ‘진’이 고맙다. 3명이다 보니 한 명이라도 빠지면 기운 빠질 것 같다. 힘들었던 ‘진’은 오늘 걷기로 전환했다. 나는 뛴다. 처음하는 런닝은 호흡이 가장 어려웠다. 숨이 턱까지 차고 입이 바싹 마른다.

“숨은 자동으로 들이 마시잖아요. 대신 내쉬는 것은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해요.

숨을 잘 내쉬는 것도 노력의 영역이구나. 새롭다.

”입으로 내쉬세요. (코로) 쓰읍- (입으로) 후후, 쓰읍 – 후후, 리듬을 타다 보면 호흡이 트여요” 호흡이 트이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송대관의 네박자를 생각하며, 두 박자 들이마시고 두 박자 내쉬었다. 쿵짝 쿵짝 쿵짜자 쿵짝. 네 박자 속에 사람도 있고, 런닝도 있고, 호흡도 있네. 반복적인 호흡소리가 새소리처럼 들린다. 햇볕을 보며 땅에서 뛰는 나와 하늘에 날아다니는 새들과 어우러져 세상사 모두가 네박자 쿵짝이다. 행복 호르몬 세르토닌의 힘인지 끝나면 기분이 너무 좋다. 도파민에 중독될 줄만 알았지 세르토닌에 집중해볼 생각은 못했다. 몸이 가볍고 고민이 가벼워지고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쑥님은 오늘은 쉬지 않고 3km 뛰어보시는건 어떨까요?”

제가요?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하지만 이번에도 거절하지 못했다. 3km면 총 6바퀴이다. 부담감이 밀려왔지만 일단 뛰어보자! 4바퀴가 지나자 그만두고 싶었다. 저 멀리 반 바퀴 앞에서 걷고 있는 ‘진’이 부러울 지경이다. ‘진’도 나에게 파이팅을 해주며 격려해준다. ‘은’이 물어본다.

“ 많이 힘드세요?”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젖는다. 끝나고 기분이 얼마나 더 좋을까라는 궁금증과 기대가

지금의 힘듦을 넘어섰다. 운동하면서 처음 해보는 기대이다. 종아리가 뻐근하고 땅땅하다.

“윽.. 종아리가 너무 아파요.”

“맞아요. 원래 그런거에요. 뛰면 종아리가 아파요. 잘 뛰고 계신거에요.”

역시 우리 국가 대표님은 엄격하다. 일단 어쩔 수 없다. 발을 끄는건지 드는건지 모르겠지만 쉬지 않고 달리긴 했다. 6킬로를 완주했을 때 햇살이 얼굴을 때렸다. 옆에 ‘은’을 보니 땀이 흠뻑 얼굴에 송송 맺혀있다. 개운해 보인다. 내 마음도 개운하다. 런닝이 끝나면 허기지다. ‘진’이 계란을 삶아왔다. 우리가 꿀계란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맨날 먹는 음식인데 런닝 후에 먹으면 희한하게 더 맛있다. 함께 운동을 시작한 우리가 고마웠는지 ‘진’은 앞으로 자기가 계란과 음료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나도 집에 있는 두유제조기로 두유를 만들어 오겠다고 말했다. ‘은’에게는 ‘몸만오세요’라고 누차 강조했다. ‘은’이 없었다면 운영되지도 진행되지도 못할 런닝이었다. 간단한 아침 피크닉을 끝내고 우리는 파이팅하며 분주하게 헤어진다. 10분 거리의 직장에 서둘러 가서 옷을 갈아입고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빠른 걸음으로 올라가 화장실 큰 칸에서 옷을 갈아 입었다. 짐이 많아져서 드는 가방에서 매는 가방으로 바꿨다. 짐이 바리바리다. 채비를 마치자 마음이 안정된다. 카톡방에서 불이 났다.

“다들 잘 들어가셨죠? 옷은 어디서 갈아입으셨어요.”

“저는 화장실이요.”

“저는 차 안에서 간단히 갈아입었어요.”

“호호 다들 파이팅 합시다.”

그날은 하루종일 생생했다.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나고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주일 만에 런닝이 너무 좋다고 호들갑을 떨었더니 주변에서 너무 섣부르다며 웃으며 진정시킨다. 러닝을 시작한 지 일주일 어느새 나는 장비를 고민하고 있다. 낡은 런닝화가 밑창이 떨어졌다. 나를 설레게 만들었으니 비싼 기능성 런닝화를 구입해도 되겠다. 내 안에서 속삭인다. 그래 운동은 장비빨이지. 땀에 젖은 아침이지만, 가볍고 상쾌한 하루이다. ‘은’에게 초보자용 런닝화를 추천받았다. ‘은’은 나에게 아디다스, 미즈노, 호카 등을 추천해주었다. 이런~ 가격이 17만원에서 20만원이다. 운동은 장비빨이만 인생은 통장 잔고가 심각히 고민이다. 그런데 사고 싶다. 명절 보너스에 괜히 급여명세서를 들락거린다. 다음 주에는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뛰어보고 싶다.

금요일 저녁 체육대회 후 회식을 했다. 회식이 끝나고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가는 분위기였다. 아직 소화가 덜 되었는데. 지금 이 시간은 그냥 가면 차가 막힌다. 생각보다 일찍 끝난 회식에 조금 더 있고 싶지만 아직은 어색하니까 제안하기 조심스럽다. 모름지기 회식인데 아직 날이 밝아서 일찍 가기 아쉬운 시간이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모여서 걷다가 뭐? 차 한잔 하실래요라는 말이 나왔는데 커피를 먹을바에 걷고 싶다고 한다. 아침 런닝이 저녁 산책으로 이어진다. 직장 주변에 유명한 해바라기 공원을 처음 걸어본다. 하늘색 하늘과 하얀 구름, 샛노란 해바라기들이 빽빽하게 군단을 이루고 있다. 내 키의 어깨만큼 오는 높이에, 얼굴보다 큰 꽃들을 보면서 해바라기 더미 속에 묻혀서 사진찍으니 피크닉을 온 기분이다. 직장 주변에 이런 곳이 있구나 싶다. 운전하느라 한 번도 자세히 보지 못한 풍경이다. 해바라기 둘레길을 따라가면 아기자기한 정원이 예쁘게 정돈된 전원주택들이 이어져 있다. 전원주택에 이어져있는 길을 걸으며 정원 안에 주렁 주렁 포도나무도 보면서 두렁 두렁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 해바라기 공원 길은 전원 주택 도로길에서 벼가 있는 들판으로 이어지다 종착지에는 우리가 운동하는 체육공원까지 오솔길이 형성되어 있었다. 나란히 걷다가, 둘씩 걷다가 어느새 어스름 어둠이 가라앉았다. 달이 떴다. 별도 총총 떴다. 달 모양 조형판에서 다시 모여서 런닝크루 단체사진을 찍으면서 그 밤을 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