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의 온도

"지켜야 할 풍경"

by 뱅대리

Part1. 뒷좌석 왼쪽의 풍경

어릴 적 여름이면 우리 가족은 꼭 계곡에 갔다.

엄마가 싸준 김밥을 먹고, 물살이 센 곳에서 아버지가 손을 잡아주면 나는 동생보다 용감한 척 다리를 담갔다.

발끝이 얼얼해질 만큼 놀다가 돌아오는 차 안.

뽀송뽀송한 수건으로 몸을 닦고, 에어컨 바람이 살랑살랑 볼을 스칠 때, 그 차 안은 세상에서 가장 시원하고 안락한 공간이었다.


나는 뒷좌석 왼쪽 자리를 좋아했다.

창문을 바라보며 고개를 기대고 있으면, 어느새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갔다.

아빠가 켜둔 산울림 김창완 아저씨의 음악이 배경처럼 흐르고, 도로 위로 지나가는 가로등 불빛이 내 눈꺼풀 위로 흐르던 그 시간.


그땐 몰랐다.

그 시절 내가 느꼈던 평온함의 뒤에는,

계곡 물보다 차가운 피로와 무게를 견디며 운전대를 잡고 있는 아버지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그저 놀고 돌아오면 끝이었지만, 아버지의 여름은 끝까지 ‘운전 중’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땀에 젖은 손으로 핸들을 꼭 쥐고 있던 아버지의 어깨가,

왜 그토록 무겁고 단단해 보였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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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백미러에 비친 작은 얼굴


이제는 내가 운전석에 앉는다.

작은 튜브에 바람을 불어넣고,

물놀이 끝낸 딸의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며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


계곡에서 한참을 놀고, 아이는 신나서 웃다가 차에 오르자마자 잠이 든다.

뒷좌석 왼쪽, 내가 그랬던 바로 그 자리에 고개를 기대고, 입을 조금 벌린 채 깊은 잠에 빠진 딸을 백미러로 바라본다.


그 순간, 아득해진다.

예전의 내가 그 자리에서 보았던 창밖 풍경과,

지금의 내가 백미러로 보는 그 풍경이 겹쳐진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때와, 놓치고 싶지 않은 지금이 맞닿는 찰나.


졸음이 몰려오지만, 잠들 수 없다.

피곤함보다 더 큰 책임감이 이 운전대를 붙잡게 만든다.

아버지도 이랬을까. 아무 말 없이, 모두의 피곤함을 묵묵히 감당하며 달렸던 그 길을.


어느새

그저 사랑받던 아이에서

사랑을 지키는 어른이 되었다.


딸의 숨소리와 옆자리에서 졸고 있는 아내의 고개가 리듬처럼 흔들린다.

나는 조용히 김창완 아저씨와 아이유가 함께 부르는 '너의 의미'를 켠다.

어쩌면, 예전 아버지가 들려주던 바로 그 곡일지도 모르겠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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