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분할심판과 경매, 그리고 취득가액의 딜레마
상속 사건을 다루다 보면 가족 간의 감정싸움이 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자주 목격합니다. 그런데 어렵게 상속재산분할심판을 거쳐 내 몫을 찾았다고 생각한 순간,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는 의뢰인들이 많습니다. 바로 '세금' 문제입니다.
특히 상속받은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 매각되고, 그 대금을 나누어 가진 경우라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나는 부동산을 판 적이 없고 법원 판결로 돈을 받은 것뿐인데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죠.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이와 관련된 의미 있는 판결(2024구단50431)이 나왔습니다. 공인회계사 출신 변호사의 시각에서, 이 사건이 주는 시사점과 법리적 쟁점을 분석해 드립니다.
사건의 발단은 피상속인이 사망한 후,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인 C가 협의분할 약정을 원인으로 부동산 소유권을 단독으로 이전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C는 이 부동산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았으나, 결국 빚을 갚지 못해 부동산은 임의경매로 넘어가 제3자에게 매각되었습니다.
다른 상속인인 원고는 이에 반발하여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했고, 오랜 다툼 끝에 "C가 단독 소유한 것은 인정되지 않으며, 경매 배당금(공탁금) 등을 나누어 가지라"는 취지의 확정 심판을 받게 됩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세무서(피고)는 원고가 상속받은 부동산이 경매를 통해 양도되었다고 보고, 원고의 상속 지분에 해당하는 만큼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했습니다. 원고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의 첫 번째 주장은 "나는 부동산을 판 것이 아니라, 상속재산분할심판(대상분할)의 결과로 정산금을 받은 것이니 이는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죠.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냉정했습니다.
"임의경매는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인 '자산의 양도'에 해당한다. 상속재산분할의 소급효에 따라 원고는 상속 개시 시점에 해당 부동산 지분을 취득한 것이고, 이후 경매 절차를 통해 이를 양도한 것이다."
법원은 원고가 받은 공탁금이 상속 지분 포기의 대가가 아니라, 원고가 소급하여 취득한 부동산이 처분되어 형태가 변한 '대상재산'일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즉, 형식은 법원의 분할 심판을 통했지만, 실질은 상속받은 부동산이 경매로 팔린 것이므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사건의 핵심이자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바로 '취득가액 산정'에 있습니다. 양도소득세는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액'을 뺀 차익에 대해 부과됩니다. 따라서 취득가액이 높을수록 세금은 줄어듭니다.
원고(납세자) 주장: 상속세 신고 당시의 낮은 금액(기준시가 등)이 아니라, 상속재산분할심판 과정에서 확인된 '감정평가액(시가)'을 취득가액으로 인정해 달라. (감정가가 훨씬 높으므로 세금이 대폭 줄어듦)
피고(세무서) 주장: 이미 상속세 신고 때 '보충적 평가액(개별공시지가 등)'으로 신고하고 세금까지 냈다. 이제 와서 양도소득세 계산할 때만 높은 감정가를 쓰는 것은 안 된다.
법원은 세무서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 이유는 '조세 형평성'과 '신의칙' 때문입니다.
법원은 "상속세 부과제척기간(10년)이 이미 지나 세무서가 상속세를 다시 부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양도소득세 취득가액만 높게 인정해 주면 조세 누락이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상속세는 낮게 내고(낮은 평가액 적용), 양도세도 낮게 내려는(높은 취득가액 주장)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상속재산분할 소송을 진행할 때, 민사/가사적인 승소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발생할 세무적 효과(Tax Impact)까지 반드시 고려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경매도 양도입니다: 상속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면 양도소득세 이슈가 반드시 발생합니다.
일관성의 원칙: 상속세 신고 때 평가한 가액이 향후 양도소득세의 취득가액이 됩니다. 당장의 상속세를 아끼려고 기준시가로 신고했다가, 나중에 양도소득세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리브로는 공인회계사 및 세무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가 상속 분쟁의 시작부터 세금 종결까지, 의뢰인의 실질적인 이익을 위해 함께 고민합니다. 복잡한 상속과 세금 문제, 기본을 지키는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