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양도인 특허 계약에 경종을 울린 서울고등법원 판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의 김미래 변호사/공인회계사 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판례는 기술 기반 기업을 운영하시는 대표님들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보셨을 '특허권 양도와 세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많은 대표님들께서 개인 명의로 등록한 특허를 자신이 운영하는 법인에 양도하고 대가를 받는 방식을 '절세의 수단'으로 활용하십니다. 과거에는 이것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상당한 필요경비(과거 80%, 현재 60%)를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계약서의 제목이 '양도'라고 되어 있더라도, 그 실질이 '임대(사용)'에 가깝다면 혜택이 큰 기타소득이 아니라, 세금 부담이 훨씬 큰 '사업소득'으로 보아야 한다는 엄격한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24누49591 판결을 통해, 과세 당국과 법원이 '가짜 양도'를 어떻게 걸러내는지, 그 기준을 명확히 짚어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의 원고 A씨는 건설회사의 대표이자 대주주입니다. 그는 회사 설립 초기부터 개인 명의로 다수의 특허를 등록해 왔습니다. A씨는 자신이 보유한 특허권 7건을 회사에 넘기는 '기술이전계약(특허매매)'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대가 지급 방식: 특허권 존속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해당 기술로 발생한 매출액의 5%를 매년 지급한다.
신고 내용: A씨는 회사로부터 약 55억 원을 받았고, 이를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세무서(피고)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건 특허를 파는(양도) 계약이 아니다. 계속해서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는 '임대업'이다."
세무서는 이 소득을 '사업소득'으로 재분류하여 종합소득세를 경정 고지하고, 사업자로서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액의 부가가치세까지 부과했습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세금의 크기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타소득 (양도): 필요경비 인정 비율이 높습니다(과거 80%, 현행 60%). 즉, 받은 돈의 상당 부분을 비용으로 처리해 세금을 적게 냅니다. 또한, 일시적·우발적 소득이므로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사업소득 (대여/임대): 필요경비 의제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실제 들어간 비용만 공제됩니다. 무엇보다 계속·반복적인 사업 활동으로 보아 부가가치세(10%)가 부과되며, 미납 시 가산세 폭탄을 맞게 됩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역시 세무서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법원은 '실질과세의 원칙'을 들어, 계약서의 문구보다 거래의 실질을 파헤쳤습니다.
법원이 이 계약을 '양도'가 아닌 '임대'로 본 결정적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진정한 매매라면 물건을 산 사람(회사)이 그 물건을 제3자에게 다시 팔든 말든 자유로워야 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 계약서에는 "회사가 특허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려면 원고(대표)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특허가 만료될 때까지 평생 말이죠. 법원은 이를 두고 "실질적인 처분권을 원고가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 보았습니다.
보통 물건을 팔 때는 '감정평가액'이나 '고정된 금액'을 주고받습니다. 하지만 이 계약은 '매출액의 5%'라는 런닝 로열티(Running Royalty)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라이선스(사용권) 계약의 대가 산정 방식입니다. 법원은 "회사가 열심히 일해서 특허 가치를 올리면, 그 이득을 판 사람(원고)이 계속 가져가는 구조는 매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는 회사의 지분 100%를 가진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습니다. 특허 명의가 회사로 넘어갔다 하더라도, 사실상 원고 혼자서 계약 내용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특수관계 속에서 형성된 '양도의 외관'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았습니다.
계약 체결 이전에 회사가 특허를 사용했던 기간에 대해서도, 소급하여 똑같이 '매출의 5%'를 지급했습니다. 이는 특허권 자체의 가격이라기보다는, 기간에 따른 '사용료(임대료)'의 성격이 짙다는 것입니다.
결국 법원은 원고가 얻은 55억 원 상당의 소득은 특허권 양도에 따른 기타소득이 아니라, '무형재산권 임대업'에서 발생한 사업소득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는 막대한 소득세 차액과 부가가치세, 그리고 가산세까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판례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계약서의 제목보다 내용이 중요합니다. '양도계약서'라고 썼다고 해서 무조건 양도로 인정받는 것이 아닙니다. 처분권 제한 조항 등 소유권 이전의 본질을 해치는 조항이 있다면 부인당할 수 있습니다.
대가 산정 방식에 주의해야 합니다. 단순히 매출의 일정 비율(%)을 받는 방식은 '임대'로 오인받기 쉽습니다. 진정한 양도라면 객관적인 감정평가를 통해 확정된 금액을 수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대표이사와 법인 간 거래는 더욱 엄격합니다.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는 과세 당국이 '조세 회피 목적'이 있는지 현미경 검증을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특허권 활용을 통한 가지급금 정리나 절세를 고민 중이시라면, 단순히 형식을 갖추는 것을 넘어 '거래의 실질'이 세법상 양도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전문가와 함께 면밀히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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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김미래 변호사 / 법무법인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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