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리베이트 수수료, 법인세와 소득세를 모두 두들겨 맞은 사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의 김미래 변호사/공인회계사 입니다.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세금'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인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매출을 줄일 수 없다면, 사업과 관련해 지출한 '비용(손금)'을 최대한 인정받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회사가 수익을 내기 위해 돈을 쓰긴 썼는데, 그 지출 행위 자체가 **관련 법령을 위반한 '불법'**이라면 어떨까요?
"어쨌든 사업을 위해 쓴 돈이니 비용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주장과, "불법적인 지출까지 세금 혜택을 줄 수는 없다"는 주장이 맞선 사건이 있습니다. 최근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2025누5130 판결을 통해, 법원이 '위법한 비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의 원고는 보험대리점(GA)을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보험업계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보니, 자사에 소속되지 않은 다른 회사의 설계사나 무자격자에게 보험 모집을 알선받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를 흔히 '경유 계약' 혹은 리베이트성 수수료 지급이라고 합니다.
원고 회사는 자사 소속이 아닌 타사 설계사 등에게 보험 모집 수수료(약 54억 원)를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보험업법상 타사 설계사에게 수수료를 주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를 숨기기 위해 회사는 꼼수를 썼습니다. 타사 설계사에게 돈을 줘놓고, 장부상으로는 '우리 회사 소속 설계사 700명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것'처럼 허위로 회계처리를 한 것입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를 적발했고, "가짜로 계상된 인건비는 비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법인세를 부과했습니다. 그러자 회사는 소송을 제기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회사의 주장은 꽤 논리적으로 들립니다.
"좋습니다. 우리가 타사 설계사에게 수수료를 준 건 보험업법 위반이 맞습니다. 그리고 이를 숨기려고 장부를 조작한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보험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그 돈을 '실제로 지출'했습니다. 그 덕분에 매출이 발생했고 그 매출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그 매출을 올리기 위해 쓴 돈(수수료)도 당연히 비용(손금)으로 인정해 줘야 실질과세 원칙에 맞는 것 아닙니까?"
즉, 회사는 '지출의 위법성'과 '세법상 비용 인정'은 별개라는 논리를 펼친 것입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서울고등법원) 역시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어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회사가 주장한 금액 중 약 27억 원(이 사건 제2금액)은 1인 GA나 그가 지정한 44인에게 줬다고 주장했으나, 그들이 실제로 보험 모집을 했는지, 그들에게 간 돈이 정말 수수료인지에 대한 증거가 부족했습니다. 돈이 나간 건 맞지만, '사업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 판결의 핵심입니다. 나머지 약 26억 원(이 사건 제1금액)은 타사 설계사에게 지급된 사실이 인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보험업법이 타사 설계사에게 모집을 위탁하거나 수수료를 주는 것을 금지하는 이유는 건전한 보험 질서를 유지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법령을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설령 그것이 사업과 관련해 지출된 것이라 하더라도,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에 해당한다. 따라서 법인세법상 손금(비용)으로 인정되는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으로 볼 수 없다." (서울고등법원 2025누5130 판결 취지 재구성)
결국, "수익을 내기 위해 쓴 돈이라도, 그 행위 자체가 법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면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해 줄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확고한 태도입니다.
이번 판결은 '실질과세의 원칙'에도 한계가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많은 사업자분들이 "매출을 위해 쓴 돈이니 당연히 경비 처리가 되겠지"라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그 지출의 원인이 되는 행위가 타 법령(보험업법, 의료법, 리베이트 관련 법령 등)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면, 세무 당국과 법원은 이를 정상적인 사업 비용으로 보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회사는 ① 타사 설계사에게 지급한 돈을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해 법인세 폭탄을 맞았고, ② 해당 자금은 대표이사나 지점장이 가져간 것으로 간주(인정상여)되어 소득세까지 추징당하게 되었습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법언은 세금 문제에서도 유효합니다. 사업 구조를 설계할 때, 당장의 수익 창출뿐만 아니라 그 과정의 적법성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요약]
보험대리점이 타사 설계사에게 불법적으로 수수료를 지급하고, 이를 자사 인건비로 위장 처리함.
회사는 "불법이지만 실제로 지출한 사업 경비이므로 법인세 계산 시 비용으로 빼달라"고 주장.
법원은 "보험업법 등 사회질서를 위반한 지출은 세법상 '통상적인 비용'으로 볼 수 없어 손금(비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 판결.
법무법인 리브로는 세무와 법무의 경계를 넘어, 클라이언트에게 가장 정확하고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작성: 김미래 변호사 / 법무법인 리브로
관련 문의: 02-532-9824 / mrkim@lawleb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