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피하려던 꼼수, 대법원의 판결은?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의 김미래 변호사/공인회계사 입니다.
상속세 조사는 '무덤에서 요람까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피상속인의 평생에 걸친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는 과정입니다. 특히 사망 직전에 이루어진 거액의 자산 처분이나 해외 거래는 국세청의 최우선 검증 대상이 됩니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사망 직전 해외 법인 주식을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단돈 '1달러'에 넘긴 행위를 두고, 이를 정상적인 매매로 볼 것인지 아니면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가장매매(조세회피)'로 볼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1, 2심의 판단을 뒤집고 과세 당국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2025두34044 판결을 통해, 법원이 '해외 자산 은닉을 통한 상속세 회피'를 얼마나 엄격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분석해 드립니다.
피상속인(망인)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에너지 개발 회사(소외 2 회사)의 주식 약 30만 주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망하기 불과 얼마 전인 2015년 10월, 이 주식 전부를 '소외 4 회사'라는 곳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계약 내용은 매우 파격적이었습니다.
매수자: 세이셸 공화국(대표적인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회사
매매 가격: 1주당 1달러 (총 30만 달러)
상속인들(원고)은 "망인이 생전에 적법하게 주식을 팔았으니, 이 주식은 상속재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과세 당국(피고)은 "매수자인 소외 4 회사는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이며, 이 거래는 상속세를 내지 않기 위해 꾸민 가짜 매매(가장행위)다"라고 맞섰습니다.
원심(2심) 법원은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계약서가 위조되었다거나 망인이 의사무능력 상태였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매매대금이 실제로 입금된 내역도 있다. 따라서 이를 가짜 매매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형식'과 '서류'를 중시한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실질과세의 원칙'을 들어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대법원은 왜 이 거래를 '가짜'라고 의심했을까요? 판결문에 드러난 결정적인 정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식을 사 간 '소외 4 회사'는 계약 체결 불과 한 달 전인 2015년 9월, 조세피난처인 세이셸 공화국에 자본금 단돈 1달러로 설립된 회사였습니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자본금 1달러짜리 회사가 수억 원어치의 해외 주식을 매수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입니다.
말레이시아 에너지 회사의 주식 가치가 왜 하필 1달러인지, 그 산정 근거가 불명확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헐값 매각이 경제적 합리성이 결여된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세금 소송에서 과세 요건의 입증 책임은 원칙적으로 국세청에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거래의 외관이 조세회피 목적의 비합리적인 형태를 띠고 있고, 경험칙상 실질적 귀속자가 따로 있다고 볼 만한 간접 사실이 증명되면, 납세자가 이를 반박할 특별한 사정을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누가 봐도 재산 빼돌리기용 페이퍼컴퍼니 거래처럼 보인다면, 진짜 거래라는 건 납세자가 입증하라"는 것입니다.
결국 대법원은 이 주식 거래가 상속재산을 은닉하기 위한 '가장행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 주식이 상속재산에 포함되면 유족들은 막대한 상속세와 가산세를 물게 될 것입니다.
이번 판례는 "명의만 빌려주거나 서류상 형식을 갖췄더라도, 그 실질이 조세 회피를 위한 것이라면 과세 대상이 된다"는 실질과세 원칙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확인해 주었습니다. 특히 조세피난처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역외 탈세 시도에 대해 법원이 얼마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요약]
형식의 함정: 계약서가 아무리 완벽해도 거래의 본질이 조세 회피를 위한 '껍데기(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면, 법원은 이를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시그널입니다.
입증의 책임: 상식 밖의 헐값 거래나 조세피난처 이용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되면, 그 거래가 '진짜'임을 증명할 책임은 국세청이 아닌 '납세자'에게 돌아갑니다.
절세의 정석: 어설픈 '설계'는 결국 막대한 가산세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옵니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절세 전략은 '투명한 신고'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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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김미래 변호사 / 법무법인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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