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으로 묶으면 유류분 안 줘도 된다? NO!

유언대용신탁 부동산과 유류분 반환 청구의 최신 법리

by 김미래 변호사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의 김미래 변호사/공인회계사 입니다.


최근 자산가들 사이에서 '유언대용신탁(Trust)'이 상속 분쟁을 예방하고 절세할 수 있는 '만능 치트키'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탁으로 묶어두면 유류분 청구도 막을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돌기도 하죠.


하지만 법원의 시각은 다릅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신탁 계약을 짰더라도, 그것이 상속인들의 최소한의 권리인 '유류분'을 침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보호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오늘은 "유언대용신탁된 부동산도 유류분 반환 대상에 포함된다"고 명확히 판시한 서울고등법원 판결(2021나2051264)을 분석해 드립니다. 상속 설계를 고민 중이시라면 반드시 필독하셔야 할 내용입니다.


1. 사건의 개요: 아버지가 며느리에게 맡긴 땅, 누구의 것인가?


이 사건은 돌아가신 아버지(망인)의 재산 처분 방식을 두고 장남(원고)과 차남(피고) 사이에 벌어진 다툼입니다.

가족 관계: 망인에게는 아내와 장남(원고), 차남(피고)이 있었습니다.

신탁 계약: 망인은 생전에 자신의 소유였던 고양시 소재 알짜배기 땅(이하 '이 사건 신탁부동산')을 차남의 아내(며느리)인 E에게 신탁했습니다.

계약 내용:

위탁자(맡긴 사람): 망인
수탁자(관리자): 며느리 E
수익자: 망인 생전에는 망인이 수익을 갖고, 망인 사후에는 차남(피고)이 소유권을 갖는다.

분쟁의 시작: 아버지가 사망하자 신탁 계약에 따라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은 차남에게 넘어갔습니다. 이에 장남은 "이 부동산도 사실상 아버지가 차남에게 물려준 것이니, 내 몫(유류분)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 양측의 치열한 법적 공방


원고(장남)의 주장

"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신탁하고 사후 수익자를 차남으로 지정한 것은 겉포장만 신탁일 뿐, 실질적으로는 '사인증여(사망을 원인으로 한 증여)'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부동산 가액을 모두 합쳐서 내 유류분을 계산해야 한다."


피고(차남)의 주장

신탁의 독립성: "이 부동산은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며느리)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것이지, 아버지의 상속재산이 아니다. 따라서 유류분 반환 대상이 아니다."

기여분: "설령 포함된다 해도,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농사를 지으며 병원비를 대는 등 특별한 기여를 했다. 그러니 내 몫은 유류분 산정에서 빼줘야 한다."

손해 가할 의도 없음: "신탁 계약은 사망 3년 전에 체결됐다. 상속 개시 1년 전의 증여가 아니므로 유류분 대상이 아니다."


3. 법원의 판단: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서울고등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장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법원은 형식이 아닌 '경제적 실질'을 꿰뚫어 보았습니다.


핵심 판결 1. 유언대용신탁 부동산은 '유류분 반환 대상'이다 (원고 승소)


재판부는 이 사건 신탁계약이 실질적으로 '사인증여'와 다를 바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실질적 소유권 유지: 아버지는 생전에 언제든 신탁 계약을 해지하거나 수익자를 변경할 수 있었고, 부동산에서 나오는 이익(월세 등)도 아버지가 가졌다. 즉, 이름만 며느리 명의였지 실질적으로는 아버지의 재산이었다.

제도 악용 방지: 만약 신탁 부동산을 유류분 대상에서 뺀다면, 누구나 유류분 제도를 회피하기 위해 신탁을 악용할 것이다. 이는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려는 민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킨다.

무상 취득: 차남은 이 부동산을 얻으면서 아버지나 며느리에게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특별수익(증여)'이다.


법원의 한 줄 정리

"유언대용신탁의 본질이 상속과 동일하다면, 여기에도 유류분 제도가 적용되는 것이 마땅하다."


핵심 판결 2. 손녀를 거쳐 간 돈도 증여로 본다


아버지가 손녀(차남의 딸)에게 수표로 준 4,000만 원 중 3,500만 원이 다시 차남의 계좌로 들어간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법원은 이 돈 역시 차남에게 직접 증여한 것으로 보고 유류분 계산에 포함시켰습니다. (단, 손녀가 쓰고 차남에게 전달되지 않은 돈은 제외되었습니다.)


핵심 판결 3. '효도'했다고 무조건 기여분이 인정되진 않는다


차남은 "부모님 병원비를 내고 농사를 도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차남이 받은 재산(수억 원)에 비해 부모님께 쓴 돈이 적고,

병환 중인 부모님의 계좌에서 생활비가 나간 정황이 있으며,

자식으로서 통상적인 부양 의무를 넘어서는 '특별한 기여'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4. 변호사의 시선: 상속 설계 시 주의할 점


이번 판결은 "신탁 = 유류분 면제"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형식보다 실질: 법원은 재산 이전의 이름이 '신탁'이든 '매매'든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무상으로 재산이 이전되었다면 이를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포함합니다.

유류분은 강력하다: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장 작성을 대체하고 집행을 확실하게 하는 수단일 뿐, 다른 상속인의 법적 권리(유류분) 자체를 박탈하는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증거 싸움의 중요성: 피고가 패소한 원인 중 하나는 자신의 기여(부양)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원고는 금융거래 내역을 집요하게 추적하여 손녀를 거쳐 간 자금 흐름까지 찾아냈습니다.


결국 법원은 피고(차남)에게 신탁받은 부동산의 지분 일부(약 20%)를 원고(장남)에게 이전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요약]

유언대용신탁으로 재산을 넘겨도, 실질적인 통제권을 부모가 쥐고 있었다면 이는 유류분 반환 청구의 대상이 된다.

자녀가 아닌 손자녀를 통해 우회적으로 증여한 현금이라도, 최종적으로 자녀에게 귀속되었다면 증여 재산에 합산된다.

단순히 부모님을 모셨거나 병원비를 일부 냈다는 사정만으로는 유류분 소송에서 기여분을 인정받기 어렵다.


법무법인 리브로는 세무와 법무의 경계를 넘어, 클라이언트에게 가장 정확하고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작성: 김미래 변호사 / 법무법인 리브로

관련 문의: 02-532-9824 / mrkim@lawlebro.com

매거진의 이전글형제를 위해 쓴 수천만 원, '호의'가 아닌 '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