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돌려막기의 최후, 법원은 엄격했다

자산운용사 대표 해임 처분 취소 소송 분석

by 김미래 변호사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의 김미래 변호사/공인회계사입니다.


자산운용사가 수익률을 방어하기 위해 이른바 '펀드 돌려막기'를 했다는 뉴스, 종종 접해보셨을 겁니다. "기존 투자자들의 손해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는 항변은 과연 법원에서 통할까요?


오늘은 수백억 원대 펀드 자금을 돌려막기 하다가 적발되어 금융당국으로부터 '해임 요구' 처분을 받은 자산운용사 대표가 제기한 행정소송 판결(서울행정법원 2024구합82497)을 분석해 드립니다.


1. 사건의 개요: 190억 원의 수상한 흐름


원고 A씨는 B 자산운용사의 대표이사였습니다. 이 회사는 미술품을 담보로 하는 사모사채에 투자하는 일명 '아트펀드'를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 말부터 아트펀드가 투자한 사모사채의 발행사(H사 등)가 돈을 갚지 못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러자 B사는 2021년 3월, 새로운 펀드인 '자산배분 1호 펀드'를 설정합니다. 그리고 이 펀드의 자금 190억 원을 또 다른 펀드(Vollard 1호)를 거쳐 부실이 발생한 H사에 빌려주거나 사모사채를 매입하는 데 사용하게 했습니다.


쉽게 말해, 새로 들어온 투자금(자산배분 1호)으로 기존 펀드(아트펀드)의 구멍 난 부실 채권을 메워준 것입니다.


금융위원회(피고)는 이를 자본시장법상 금지된 '특정 펀드의 이익을 해하면서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로 판단하고, B사에 업무 일부 정지 처분을 내리는 한편, 대표이사 A씨에 대해 '해임 요구' 처분을 내렸습니다. A씨는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 치열한 공방: "투자자 보호" vs "명백한 돌려막기"


이 재판의 핵심은 A씨의 행위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불건전 영업행위'인지, 그리고 해임 요구가 너무 과한 처분인지 여부였습니다.

원고(A씨)의 주장: "기존 아트펀드 투자자들의 손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또한, H사로부터 140억 원 상당의 미술품을 담보로 잡고 있었으므로 '무담보' 지원이 아니었고, 자산배분 1호 펀드에도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따라서 해임 요구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가혹한 처분이다."

피고(금융위원회)의 주장: "이는 전형적인 '펀드 돌려막기'이다. 부실한 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다른 펀드의 자금을 끌어다 씀으로써, 자산배분 1호 펀드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전가했다. 이는 고의적이고 중대한 위법 행위이므로 해임 요구는 정당하다."


3. 법원의 판단: "고의적인 돌려막기, 해임은 정당하다"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금융위원회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명백한 '돌려막기'로 인정된다

재판부는 B사가 기존 펀드의 사모사채 상환이 어려워지자, 다른 펀드 자금을 이용해 이를 상환하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자본시장법 제85조 제4호(특정 집합투자기구의 이익을 해하면서 제3자의 이익 도모 금지)를 위반한 행위입니다.


2)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은 통하지 않는다

원고는 아트펀드 투자자의 손해를 막으려 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아트펀드 투자자들의 손해를 자산배분 1호 펀드 투자자들에게 전가한 것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펀드는 각각 독립적으로 운용되어야 하며, 한 펀드를 살리기 위해 다른 펀드를 희생시키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3) 담보의 실체가 불분명하다

원고는 미술품 담보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해당 미술품이 자산배분 1호 펀드를 위해 적절히 담보로 설정되었는지, 그 가치가 충분한지 확인할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직원들 사이에서 "형식적으로만 담보를 설정했다"는 대화가 오간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4) 결론: 해임 요구 처분은 적법하다

법원은 이 사건 위반행위가 고의적이고, 돌려막기에 사용된 금액이 190억 원에 달하며, 환매 연기 등 투자자 피해가 컸다는 점을 들어 비위 정도가 매우 무겁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 요구 처분은 과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4. 변호사의 시선: 시장의 신뢰를 훼손한 대가


이번 판결은 자본시장에서의 '신의성실 의무'와 '이해상충 방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자산운용사의 대표는 회사의 이익이나 특정 펀드의 수익률 방어를 위해 다른 펀드 투자자를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법원은 설령 그 의도가 '기존 투자자 보호'였다 하더라도, 위법한 방법(돌려막기)을 동원했다면 그 책임은 경영진이 져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특히 금융당국의 제재 기준인 '고의적이고 중대한 위법행위'에 대해 법원이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한 금융 사고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이 물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요약]

자산운용사가 부실 난 A펀드를 막기 위해 B펀드 자금을 끌어다 쓴 '돌려막기' 사건이다.

대표이사는 "기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 항변했지만, 법원은 "B펀드에 손해를 떠넘긴 불법행위"라며 일축했다.

법원은 190억 원대 고의적 범행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 요구'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리브로는 장부 속 숫자를 법의 언어로 해석하여, 복잡한 경제범죄 사건에서 의뢰인을 위한 최적의 방어 전략을 제시합니다.

작성: 김미래 변호사 / 법무법인 리브로

관련 문의: 02-532-9824 / mrkim@lawlebro.com

매거진의 이전글코인 시세조종, 이젠 정말 감옥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