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시세조종, 이젠 정말 감옥 갑니다

가상자산법 시행 1호 사건, '봇' 돌리다 징역형 선고된 이유

by 김미래 변호사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의 김미래 변호사/공인회계사 입니다.


가상자산 시장, 그동안 '무법지대'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죠. 명확한 법 규정이 없어 시세조종 행위가 횡행해도 처벌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최근 이 법 시행 이후 첫 번째 시세조종 유죄 판결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나왔습니다. "봇(Bot)을 돌려 거래량만 좀 늘렸을 뿐"이라는 변명이 더 이상 법원에서 통하지 않게 된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오늘은 이 판결(2025고합3)을 통해 법원이 코인 시세조종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변호사의 시선으로 분석해 드립니다.


1. 사건의 개요: "거래량 좀 태워볼까?"


피고인 이 씨는 코인 위탁판매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강 씨는 그 업체에서 자동매매 프로그램(봇)을 개발하고 돌리던 직원입니다. 이들은 브로커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습니다. "B 코인의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보이게 해서 가격을 좀 올려달라."


이에 두 사람은 2024년 7월부터 10월까지 국내 D 거래소에서 조직적인 작전을 펼칩니다.

자전거래 (Wash Trading): 자기들끼리 사고팔거나, 시장가보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이상한 거래를 반복해 거래량을 폭발적으로 늘렸습니다.

허수주문 (Spoofing): 체결시킬 생각도 없으면서 매수 주문을 잔뜩 넣었다가 5초 만에 취소하는 행위를 수백만 번 반복해, 마치 매수 대기자가 많은 것처럼 '매수벽'을 쌓았습니다.


2. 치열한 법정 공방: "시세조종이다" vs "단순 유동성 공급이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피고인 측은 법리적 해석을 두고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1) 검찰의 주장

"피고인들은 통정매매와 가장매매를 통해 인위적으로 거래량을 부풀렸다."

"일반 투자자들이 이 코인이 인기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매수를 유인했으므로, 이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금지하는 명백한 시세조종이다."


2) 피고인의 주장 (무죄 변론)

법의 모호성: "법에서 말하는 '시세'가 정확히 뭔지 정의가 불분명하다."

조작 불가능: "해당 코인은 해외 C 거래소 가격과 연동(Pegging)되어 있어서, 우리가 국내에서 아무리 거래해도 가격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다."

목적의 정당성: "시세조종이 아니라, 거래소 VIP 등급(블랙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거래 실적을 채우려던 것이거나,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려던 '마켓 메이킹' 활동이었다."


3. 법원의 판단: "경제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거래는 범죄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피고인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주범인 이 씨에게 징역 3년 및 벌금 5억 원, 직원 강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① "해외 가격과 연동돼도 시세조종은 가능하다"


피고인들은 해외 거래소 가격을 따르니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주식시장과 달리 거래소별로 독립된 주문장부를 가집니다. 즉, 해외 가격과 별개로 국내 D 거래소 내에서 인위적인 수급을 만들어 가격에 영향을 줬다면 그 자체로 시세조종이라는 것입니다.


②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투자자는 없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매매 패턴이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일반적인 투자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려 합니다. 그런데 피고인들은 고가에 매수하고 저가에 매도하며 지속적으로 손실을 보는 거래를 반복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두고 "거래소 VIP 혜택(호텔 숙박 등)을 받기 위해 막대한 거래 손실을 감수했다는 주장은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다"며, 오직 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한 가장매매라고 판단했습니다.


③ "텔레그램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결정적인 증거는 피고인들이 나눈 대화였습니다.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정리하자", "매수벽은 우리 것이다", "거래량을 맞춰놓겠다" 등의 대화 내용은 이들이 단순한 유동성 공급자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시세를 변동시키려는 '고의'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스모킹 건이 되었습니다.


4. 단, 부당이득 71억 원은 '무죄'?


특이한 점은 검찰이 주장한 71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피고인들이 시세조종을 안 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피고인들의 계좌에 정상적인 거래와 시세조종 거래가 뒤섞여 있어, "범죄 행위로 얻은 이익이 정확히 얼마인지"를 검찰이 엄격하게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가 적용된 것이죠.


5. 마치며: '봇'은 면죄부가 될 수 없습니다


이번 판결은 가상자산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매우 묵직합니다. 과거에는 "프로그램(봇)이 알아서 매매한 것"이라거나 "유동성 공급 차원"이라고 둘러대면 처벌을 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사법부는 이제 경제적 합리성이 결여된 반복 매매를 엄격한 시세조종 행위로 간주하기 시작했습니다.


투자자 여러분께서도 특정 코인의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하거나, 매수벽이 지나치게 두텁다면 '세력'이 만들어낸 신기루일 수 있음을 항상 경계하시기 바랍니다.


[세 줄 요약]

법원은 봇을 이용해 자전거래와 허수주문을 반복한 행위를 '가상자산법 위반(시세조종)'으로 판단해 징역형을 선고함.

"해외 시세와 연동되니 조작이 불가능하다"거나 "VIP 등급 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변명은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며 배척됨.

비록 정확한 부당이득 액수는 입증되지 않았으나, 가상자산 시장 내 인위적 거래량 부풀리기는 이제 명백한 중범죄임.


법무법인 리브로는 장부 속 숫자를 법의 언어로 해석하여, 복잡한 경제범죄 사건에서 의뢰인을 위한 최적의 방어 전략을 제시합니다.

작성: 김미래 변호사 / 법무법인 리브로

관련 문의: 02-532-9824 / mrkim@lawleb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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