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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럽키진 Mar 12. 2022

“아직도 아이들 학원 안 보내?”

육아, 결코 쉽지 않지만 어렵지만도 않은


 유치원에서 아이 하원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아이들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엄마들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둘째가 만삭이 되어 첫아이를 적응시키느라 생일 빠른 4세 아이를 유치원에 부탁하여 중간에 입학을 했다. 5세 언니 오빠들과 다녀야 했기에 걱정도 조금 되었지만, 잘 적응해 주었다. 다닌 지 며칠 되지 않아 엄마들과 일면식도 못해 어색하게 목인사만 하고 있는데 먼저 친해진 엄마들끼리 얘기를 나눈다.

"우리 아이 한글 시작하려고 하는데, 어디가 괜찮아?"

"영어는 어디가 좋다는데 한번 보내보려고”

이런 대화가 오고 가는데 할 말이 없어서 조용히 있었다. 학원이나 학습지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어디가 잘 가르치는지도 모르지만, 한글도 영어도 책과 놀이로 가능하다고 믿고 있었기에 어느 기관이 잘하는지 크게 관심이 없기도 했다.

"아이는 어디 보내요?"

 다니는지 안 다니는지도 모르면서 당연히 다니겠지 하며 불쑥 내민 질문에 약간 당황스러웠다. 아무 데도 보내지 않는다고 했더니 야릇한 눈빛을 보낸다. 어떻게 아무 데도 보내지 않느냐는, 졸지에 방치하는 엄마로 몰리는 시선이었다. 해명할 이유도 의무도 없기에 다행히 하원하는 아이를 데리고 그 자리를 나섰다.


 얼마 후 야릇한 눈빛을 보냈던 엄마가 와서 “아이가 한글도 다 읽고 쓴다면서요. 영어도 잘하고. 아무 데도 안 보낸다면서 어쩜 그리 잘해요? 우리 아이가 집에 와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한다. 이번에는 눈빛이 바뀌었다. 무언가 믿을 수 없다는 눈치다. 아무래도 아무 데도 보내지 않는다는 말에 의심을 품은 듯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해명할 이유도 의무도 없기에 “ 잘하긴요.” 하며 살짝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마치 음식에 숨겨진 비법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을 안 해주는 것 같은 느낌으로 여기는 눈빛이다. 그렇다고 딱히 음식을 만드는 과정까지 알고 싶지는 않고, 단지 맛있는 이유인 그 비법만 빨리 알고 싶은 것 같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은 마음도 없어 보인다. 보통 엄마들의 생각이란 그 비법은 학원에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아무 데도 다니지 않는 아이가 잘하는 것이 뭔가 수상한 느낌인가 보다. 다니는 곳이 있으면서 숨기는 것처럼.


 큰 아이가 어릴 적부터 받았던 그 시선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아이가 셋인데 초등 저학년에 운동이나 피아노 외에 수학이나 영어 등 학습 관련 학원은 다녀본 적이 없다. 그것도 큰 아이 외에는 운동과 피아노마저도 다니지 않았다. 취미에 맞지 않는다고 다니기 싫어했기에 억지로 보낼 수도 없었다. 학원을 보내지 않은 첫 번째 이유는 돈이 아까워서, 두 번째는 자기 주도 습관 때문이고, 세 번째는 아이들이 기관에 가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 각자 노느라 바빠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집에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다 빈둥거리기를 반복하느라 잘 시간이 아깝다고 할 정도로 즐거워한다.


 

 아이들 친구 엄마들을 만나면 공부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제일 먼저 묻는 질문은 어느 학원에 다니느냐는 것이고, 보내지 않고 집에서 한다고 하면 대부분은 공부를 안 시키는 엄마로 결론을 내버린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대화의 양이 확 줄어버린 느낌이다. 솔직히 아이들 친구 엄마이기 전에 같은 부모의 입장으로 육아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서로 나누면서 조언을 구하거나 격려를 주고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러기보단 공부와 관련한 고민과 불평불만을 털어놓기 바쁘다. 학원은 어디를 보내야 하며 진도를 어디까지 뺐는지가 더 중요한 화두가 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할 말이 많지 않다. 각자 성향이 다르듯 아이를 키우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기에 대화가 통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보면 만나기가 꺼려지기도 한다.


  학원을 보내지 않는다는 말만 듣고 공부를 안 하는 아이로 치부한다든지, 아이 공부에는 신경을 안 쓰는 엄마로 전락해버리는 것이 가끔 억울하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시간이 지나 알아주면 다행이고 몰라줘도 어쩔 수 없다. 대부분은 아이를 통해 전해 듣고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학원을 안 보내는데도 공부를 잘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정보를 얻고자 하거나, 진짜 안 보내는 것 맞는지 확인하려 하고, 심지어는 돈을 많이 쓰면서까지 학원을 보냈는데 안 보내는 아이보다 못하는 자식을 보며 은근 자존심 상해하며 만남을 멀리하는 엄마도 있었다.


“아직도 학원 안 보내?” 대놓고 묻는 엄마들도 있다. 천연기념물 보듯 한다. 주변에는 안 다니는 아이가 없다면서. 중학교 2학년인데, 언제까지 보내지 않을거냐며 신기하듯 아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학원을 안 보내고도 아이가 잘할 수 있겠냐면서 이제는 보내야 하지 않느냐고 조언을 하는 사람도 있다. 돈을 쓰지 않고도 좋은 대학을 갔다고 하면 부러워하거나 배가 아프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떻게 그런 과정으로 공부를 하는지는 중요하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아 보인다. 오랜 시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쌓아온 그 노력은 들여다보지 못한다. 좋은 대학 하나로 보상받기에는 엄청나게 아까운 값진 경험으로 만들어진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앞으로 이 자세만 있다면 어떤 인생의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알고 싶어 하지 않아 보인다.


 학원을 다니고 안 다니고 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무조건 보내지 않을 생각도 없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보낼 것이다. 스스로 무언가 배워보려는 자세를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다. 큰아이 선생님과 상담을 하는데, 집에서 공부한다고 해서 여러 번 아이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학원을 안 다니는 학생이 거의 없는데 어쩌면 학원도 안 다니고 그렇게 잘해요? 어머니, 지금처럼만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시는지 비결이 궁금하다고 교무실에서 선생님들끼리 이야기도 했어요. 저도 아이를 키우는데 노하우를 배우고 싶더라고요. 처음에는 공부만 잘하는 모범생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사회에도 관심이 많아서 깊이 있는 대화도 가능하고, 인성도 좋아 친구들에게도 인기도 많고요.” 물론 좋은 말씀만 해주셨겠지만,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어떻게 자기 주도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진심 궁금해 보였다.


  요즘 주식과 부동산을 공부한다. 주식은 투자한 지 2년이 조금 넘었고, 부동산은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하느라 이론 공부만 2년을 하였다. 직장에서 월급 받을 때보다 투자로 돈 벌기가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돈 벌었다는 사람은 많은데, 아직까지는 부러워만 하는 단계이다. 꾸준히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고 투자 원칙을 세워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책을 읽으면 돈을 벌 수 있는 비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명확하게 딱 이것이라고 알려주는 비법 같은 것은 없다. 처음에는 모두 당연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 같고, 이런 말은 누가 못해하는 뻔한 내용만 쓰여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투자해서 얼마나 실패를 했고, 성공하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했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자신에게 맞는 투자 방법을 찾고,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직접 경험해 보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주고, 가준을 알려줄 거라 생각했는데 언제나 빗나간다. 빨리 비법만 알게 해 주면 그만인데, 그런 것을 알려주는 책은 없었다. 후기를 읽어보고 책을 구매하다 보면 의견이 갈리는 경우를 본다. 어떤 이는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고마워하고, 어떤 이는 무슨 이런 뻔한 말만 하는 이 책을 비싼 값에 파냐며 사기꾼 취급을 한다. 누구의 말이 옳은가.


 책은 똑같다. 읽는 사람에 따라 수준에 따라 다르게 해석이 되는 것이다. 2년 넘는 시간을 투자해서 경험을 해보니 이제는 책에 쓰인 내용이 무엇을 뜻하는지 조금 알겠다. 한 번 읽을 때보다 여러 번 읽으니 더 깊이가 느껴진다. 몸으로 터득해낸 시간이 쌓여야 비로소 그 뜻을 알 수 있는 것을 배웠다. 육아도 마찬가지이다. 책을 읽으면서 작을지라도 내용에 있는 하나라도 내 것으로 만들어 실천해 보아야 한다. 눈으로 읽고 끝나버리면 도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집에서 책을 읽고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익히고 경험하고 몸으로 따라 해보고 하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스스로 배우는 것에 익숙해진다. 무엇을 처음 배울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과 더디게 익혀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러  반복으로 익숙해지면 그때 비로소 속도가 붙는다는 것도 체감한다. 놀면 놀수록 호기심도 많아지고 하고 싶은 것도 줄지어 서있다는 것도.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난다는 것도 안다. 누군가 정해진 시간에 쉽게 풀어서  알려주는 것보다 하고 싶은 시간에 엉뚱하더라도 이렇게 저렇게 다양하게 접근해 보는 것이 더디더라도 배우는 기쁨을  많이 느낄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하기 싫을 때는 학원 땡땡이쳤다고 엄마한테 혼나지 않아서 좋고, 뒹굴거리는 시간이 많아도 오롯이 내공부한 시간이 있기에 헛되지 않아서 좋다. 투자에서도 자신만의 기준과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듯 공부에도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있다. 그것을 스스로 오랜 기간 경험하며 찾아내야 한다. 누구에게나 맞는  버는 비법이 없듯 자신만의 비법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해봐야 알 수 있다. 젓가락 사용하는 방법을 아무리  가르쳐줘도 스스로 해보는 시간이 충분히 없다면 비슷하게도   없고, 아무리 똑같이 하려고 해도 자기만의 스타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속에 있는 다양한 성공 비법이 있을지라도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속도도 방식도 다르다.


 아이마다 다르다는 것을 먼저 인식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무조건 학원에 보내는 것도 보내지 않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아이를 잘 관찰하여 어떤 방법이 좀 더 맞는지를 판단하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다. 처음 선택이 계속 맞을 것이라고 고집해서도 안된다. 아이가 중심이 되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융통성 있게 변경도 가능해야 하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도 있다. 단호하게 지켜나가야 할 경우도 생긴다. 또 뻔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렇지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처음부터 시원하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비법을 알려주면 된다고.


 내 아이에게 딱 맞는 비법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잘 알지 못하는 아이에게 맞는 건 더더욱 없다. 누구나 뻔히 말하는 게 제일 가까운 답이다. 아이는 부모가 관찰하며 알게 된 것들을 종합해서 성향과 기질을 알아내고 그에 맞는 육아 방식으로 키우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기질이 있고, 이 기질에는 어떤 육아 방식이 맞는지를 먼저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애정을 가지고 관찰해서 내 아이를 알아야 한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 싫어할 때의 반응은 어떤지, 어떤 것을 불편해하는지, 부모가 어떻게 할 때 기분이 좋은지, 어떤 것에 관심을 갖는지, 주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어려운 일을 할 때는 어떤 타입인지, 위기에 놓였을 때는 어떤 반응을 하는지 등 관찰할 것들이 무수히 많다. 부모는 이 수많은 관찰 일기를 머리에 가슴에 새기면서 제때 맞는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준비를 하면 된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아무도 내 아이에게 딱 맞는 방법을 알려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실수할 수도 있도, 방법을 찾지 못해서 헤매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흔히 접하는 안타까운 것 중 하나는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짧은 시간 비법을 알아내길 원한다는 것이다. 마치 학원을 안 가는데도 공부를 잘하는 비법을 궁금해하는 것처럼. 지금까지 무수히 시행착오를 겪어내며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냈던 시간의 공은 뒤로하고 말이다. 주식 투자 20년의 노하우를 최대한 줄여볼 수는 있어도 절대적인 시간의 양은 무시할 수 없다. 더 큰 노력으로 시간을 앞당길 수 있겠지만,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부든 육아든 투자든 확고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면 인정해 줘야 한다. 그 철학에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수많은 시간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노력으로 채우는 시간 없이는 어디에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비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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