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럽키진 Sep 07. 2023

안 되는 시댁에 집착하지 말고, 나에게 집중해.

고민하다 보면 실마리가 풀려


 내 인생, 최고의 현명한 선택!!

2022년 8월 초 시댁과 거리두기


 벌써 일 년이 넘었구나. 세 아이를 잘 키우며 나도 성장하고, 40대에 아이들이 모두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제대로 내 삶을 살아보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내 살길을 준비하며 십여 년을 보내왔다.

한국에서 결혼하고 며느리로 살아간다는 것이 해가 가면 갈수록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어떻게 하면 그래도 소통하며 잘 지낼 수 있을까 노력하고 인내했지만, 바보처럼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을 십여 년이 지나고서야 깨닫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아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이 감사가 아닌 질투를 뛰어넘어 시기로 이어지는 시어머니. 40대 중반이 되어버린 아들에게는 아이 취급하며 막말을 늘어놓지만, 며느리는 아들에게 왕대접을 해주길 바라는 분. 발을 동동 구르며 세 아이 키울 때는 모른척하면서 우리 아들 밖에 나가 힘들게 일하니 돈 아껴 쓰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시던 분.


2020-21년 세 아이가 학교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세끼를 챙기며 학습 도움까지 주어야 했던 그 시기.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 내 힘으로 해내고 싶었다. 대학병원 간호사를 육아로 인해 그만두어야 했을 때, 적성에 맞지 않은 간호사를 오래 해와서 힘들기도 했지만,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커서 크게 고민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을 수 있으니 걱정은 되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지금은 후회하지 않고 있고, 최선의 결정이었다. 코로나 시기에 2년에 걸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주식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경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성공이든 실패든 내 돈으로 투자해서 시행착오를 겪어내고 싶었다. 물론 실패를 하고 싶지는 않아 더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다.


 시댁에서 나에게 준 단 하나의 선물!

진정한 독립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 것이다. "허튼 데 돈 쓰지 마라. 우리 아들이 힘들게 벌어 온 돈이란 거 잘 알지?" 시어머니의 말을 듣고 기가 막혀 말을 잇지 못하고, 머리가 하얘지던 그날은 나에게 선물이다. 노력해서 되는 일이 있고, 절대 안 되는 일이 있다. 이건 절대 안 되는 일에 십여 년 속이 새까맣게 타면서 시간낭비와 감정소모를 했던 것이다. 병이 날 것 같은 심한 스트레스를 끊어내고 싶었다.

더 이상 시댁과 인연을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고, 남편과 제대로 진지하게 얘기를 한 날이었다. 

"난 40대 중반이 되어서 이제 희생보다는 내 삶을 제대로 살아보고 싶어. 행복을 느끼고 싶고. 어느 누구도 내 행복을 막을 수는 없어. 그게 당신이라도. 시댁과 거리를 두고 싶어. 의무적으로 자주 안부 전화를 바라고, 지적이 습관이 되어버린,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이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시댁에 내 입장을 전해줘. 이번에도 중간에서 우물쭈물하면서 날 힘들게 한다면 헤어짐도 생각하고 있어" 


 평상시에도 가끔 얘기를 하긴 했지만, 흐지부지 얼버무리며 "당신이 좀 이해해 줘. 엄마가 좀 그렇잖아"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진짜 헤어질 각오를 하고 있었으니 아마도 남편도 느꼈을 것이다.




 일 년이 지난 지금, 난 행복하다.


 시댁과는 전혀 연락을 하지 않으며, 남편과 예전보다 훨씬 더 잘 지내고 있으니까. 이렇게 되기까지 두세 달은 좀 힘들었다. 남편도 죄책감이 밀려왔을 테고 나 또한 그랬으니까. '내 행복 찾자고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나를 선택한 것이다. 평생 행복하지 않은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은 시댁에서 받은 상처를 곱씹지 않으며, 분리하여 잘 살고 있다. 그 시간에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열심히 육아를 해서 감사하게도 아이들도 잘 지내고 있고, 신경 쓰는 것이 거의 없을 만큼 세 아이 모두 약간의 도움만 줘도 스스로 주도하여 즐겁게 살고 있다. 덕분에 올 초에 시작한 '공부방'도 생각보다 운영이 잘 되고 있으며, 중고등학교 진로강사로도 인정을 받으며 바쁘게 보내고 있다. 


 하고 싶은 게 많다. 좋은 에너지를 집중해서 쓸 수 있음에 감사한다. 행복감을 얻으니 다른 이에게도 나누고 베풀 수 있다. 요즘에는 진짜 제대로 살고 있는 느낌이다. 앞으로의 삶이 기대된다. 성장을 위한 고통이 가끔 버거울 때도 있지만, 고통 없이 얻어지는 게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기꺼이 받아줄 내력을 키우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초등 '싫어 병',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