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현장의 변화..
현장에 있는 스텝들에게 근황을 물어보면서 영화 현장에서 가장 크게 변한 게 있냐는 질문을 하면 촬영 시간이나 임금을 제일 먼저 언급한다.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실장급여는 내 연봉에 두 배를 넘는 듯했다. 심지어 제작부원 급여가 내 급여와 맞먹는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두통이 생기고 목이 뻣뻣해지는 듯하다. ( 난 현장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건 촬영시간 준수이다. 촬영은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시간이 정해져 있고 만약 섭외한 장소에서 다시 촬영이 힘들 것 같아 연장 촬영을 요청하려면 헤드급 스텝과 상의 후 오케이가 나면 다시 전체 스텝이 투표를 해서 연장 촬영이 진행된다고 한다. 물론 연장 촬영은 페이를 계산해서 두배로 지급되지만 이마저도 스텝들 반대가 심해서 연장 촬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예전 제작 시스템에서 멈춰 버린 나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영화를 위해 모인 스텝 아닌가?! 심지어 몇 시간 추가 촬영에 추가되는 시간마다 시간마다 추가 수당이 붙는데 왜 반대를 하는 것일까?
결국 이유는 본인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영화 촬영할 때 어머니께서 내가 사는 집에 올라오신 적이 있다. 크랭크인 시간은 8시였지만 제작팀은 촬영전 제작스텝 차량들 주차 장소 점검 및 안내, 촬영 장소 섭외 체크, 부장실 의상실 섭외 장소 점검 및 안내 그리고 스텝들 식사 준비등, 준비할 것이 많아 새벽 5시에 촬영장으로 나서는 나에게 밥을 먹고 가라 하셨다. 지금 나가서 김밥 챙겨서 스텝들하고 같이 먹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나섰다. 그리고 촬영진행 후 귀가했더니 다음날 새벽 5시였다. 거의 24시간을 촬영한 것이다. 어머니가 나를 보시자마자 아침 먹을래 하시길래 아니요 난 빨리 씻고 자고 싶어요 하면서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그 당시에는 회차 진행이 영화 스텝들의 희생을 요구했다.
회차 진행을 길게 하는 이유는 몇 가지 정도이다. 장소가 섭외가 힘들 때 한 회 차( 스텝들이 모여 촬영을 시작해서 그날 촬영을 종료하는 것을 1회 차 라고 한다.)에 끝내려고 할 때, 두 번째는 배우스케줄이 안될 때 어쩔 수 없이 그날 촬영을 마쳐야 할 때, 다음날 날씨가 안 좋을 것 같아서 등등에 이유가 있다. 그리고 결정적인 건 회차가 늘어날수록 촬영 진행비 (발전차, 그립, 조명 등 장비대를 기간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회차로 계산하는 경우가 있다. ) 및 스텝들 인건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예산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영화 전체 50회 차를 정해 놓았으면 추가 회차를 안 가지려고 노력하고 회차가 늘어나면 전체 촬영 기간이 십중팔구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제작 쪽에서는 회차 관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사실 영화에 참여하는 건 모든 스텝들이지만 영화 예산과 관련이 없는 스텝들은 그렇게 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연출부쪽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무리한 회차 진행으로 인해 제작부쪽은 전체 스텝과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일부 파트는 추가 촬영기 간 중 기존 참여하던 스텝이 아닌 다른 스텝이 참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래서 감독님이 테이크가 길어지고 연출이 길어지고 하면 제작부는 속이 탄다. 그래서 감독님께 잘하려고 하는 게 보통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는 촬영 회차를 줄이기 위해 촬영팀을 한 팀 더 쓰는 경우도 있다. 이를 B유닛이라고 부른다. 심지어 배우가 많이 출현하는 회차의 경우 의상, 분장 헤어도 B 유닛을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모 든 것이 회차를 늘리지 않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이다. 지금 현장 실장이나 PD들에게 들어보면 영화 제작비가 엄청 늘었다고 한다. 사실 당연한 이유다. 영화 제작비는 스텝들 인건비가 상당 부분 차지 하는데 모든 스텝들 인건비가 올라가고 촬영 회차도 시간을 정해 놓았다면 회차 진행비용도 올라가니 당연한 결과이다. 영화 제작/ 연출부는 프리 프로덕션이라고 해서 본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보통 3~4개월을 장소 섭외 배우 섭외 시나리오 수정 예산 수정 촬영 스케줄 수립등에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본촬영에 들어가면 프로덕션이라고 해서 카메라를 돌리고 촬영하는 시간 약 3~4개월 그리고 후반작업이라고 해서 촬영한 영상편집과 편집된 영상에 음향을 입히는 작업, CG, 등을 작업하고 색보정이라고 해서 전체적인 화면 밝기등을 맞추는 작업하고 엔딩 크레디트와 타이틀(영화 초반부 제목등) 작업을 하고 나면 극장에 걸어도 되는 영화가 된다. 연출 / 제작 스텝들은 영화 한 편으로 1년에 시간을 보내는 게 통상적이다. 그래서 1년에 평균 한편에 영화를 진행하면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스텝, 예를 들어 미술감독을 예를 들자면 미술 감독은 영화를 한편 계약하고 방향을 잡고 현장 작업을 세트등) 퍼스트급을 진행시키고 다른 영화를 또 계약할수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실력 있는 미술 감독은 일 년에 3~4편도 계약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앞에서 언급한 일 년에 몇천만 원 세 급 납부도 일어나는 것이다.
지금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해 후반 작업 / 촬영이 수월하지만 필름으로 작업하면 필름을 결정하는 일 (코닥, 후지필름 두 버전이 사용됨) , 현장으로 필름을 공수해 오는 일, 촬영팀이 현장에서 카메라 필름을 넣기 위해 롤(필름을 카세트테이프 같은 곳에 일일이 감아 줘야 한다.)을 하고 촬영된 원본을 현상소에 제작부가 넘기고 현상후 현상실에서 편집실에서 편집에 용이하도록 영상을 모두 뜬다. 그렇게 편집용 영상을 편집실로 넘어가면 편집실에서는 감독님과 스크립터 편집기사가 몇 달간 같은 화면을 보면서 편집을 진행하고 편집이 완성된다. 편집이 완료되면 편집본을 근거로 녹음 작업을 하고 현상실에서 편집본을 기준으로 필름을 잘라 이어 붙임고 최종 편집본을 완성한다. 이렇게 잘라 이어 붙이 필름을 다시 극장 상영을 하기 위한 원본 필름으로 현상하고(마스터 필름) 최종 완성된 필름을 극장에 상영할 상영용 필름으로 여러 벌 뜨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인화된 필름은 상영 전 극장으로 전달된다.
(필름 작업은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모두 내 기억에 의존한 작성이니 참고만 부탁드린다.) 이런 복잡한 필름 작업이 줄었으니 디지털카메라 촬영은 예산과 제작기간 단축등 좋은 일이다. 하지만 카메라 렌트업체, 필름 업체 현상소등은 많이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현상소는 그렇다 해도 카메라 렌트업첸 왜 그런가 하시는 분이 있을 것이다. 보통 필름카메라는 수억 원을 호가한다. 거기다 렌즈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당연히 렌트를 해서 촬영을 한다. 그러니 렌트 비용이 만만치 않다.
디지털카메라도 렌트를 한다. 하지만 가격이 다르다. 카메라 자체 가격이 몇천만 원에 렌즈등 장비 풀세트가 억을 넘지 않는다 그러니 렌트비용을 확연히 줄었고 심지어 여유 있는 촬영감독이나 제작사는 디지털카메라라 풀세트를 구매해서 사용했다. 그러니 카메라 렌트업체가 줄어든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니 영화 제작 환경도 변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