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현장과 날씨
요즘 장마라 정말 비가 많이 내린다. 지금이야 사무실에 앉아서 키보드를 치면서 비구경하면서 비를 즐기고 있지만 영화 현장은 거의 세트(집 같은 섭외 장소 포함 ) 아니면 야외 촬영인데 감독님들은 현장감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고 세트보다 야외 로케이션 촬영이 많은 게 대부분이다.
영화 촬영을 이야기할 때 날씨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냥 단순하게 비가 오면 촬영이 힘들고 그런 정도가 아니다. 단순히 카메라가 비에 젖으면 안 되니까가 아니라 사실 우리가 보는 화면 밖에는 엄청난 사람과 장비가 있다. 특히 조명기는 정말 거대하고 무거워 여러분이 아는 조명 상상 이상의 거대함을 뿜어 대는 조명기도 있다. 심지어 촬영장을 못 찾을 때는 조명을 따라오면 촬영장이라고 할 정도이다. 그런데 이 조명기가 크기만큼이나 엄청난 열을 낸다. 그래서 건물을 섭외해서 촬영할 때 단순이 집에 있는 콘센트에 꽂으면 조명이 켜진다고 생각하겠지만 큼 조명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 창밖에서 햇살이 들어오는 장면에서 우리는 와 햇살 이쁘게 잘 나왔네 생각하지만 흑천을 치고 커다란 조명기를 가져다 대고 촬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햇살이 좋을 때 촬영하기를 희망하고 배우를 대기시키면 감독님에게서 한 번에 오케이 하기가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 흔한 예로 배우가 대사를 할 때 배우가 서로 마주 보며 대사를 하면 카메라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아니라 한배우에 대사를 모두 촬영하고 상대편 배우에 대사를 촬영한다. 그리고 전체 샷을 따로 찍어 둔다. 이러면 시간이 순식간에 몇 시간이 흐른다. 그러면 태양은 벌써 넘어가고 창가에 처음과 같은 햇살이 다시 들어오기는 쉽지가 않다. 그래서 그런 거대한 조명기를 설치하면 꼭 발전차가 따라온다. 조명과 발전차를 분리해서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이다. 집에 콘센트에 꽃았다간 아마 전압기가 다운되어서 촬영이 힘들어질 정도이다. 거기다 한 번은 촬영 중 거실 앞에 조명기를 설치하고 조명팀이 조명을 잡고 있었는데 화면에 하얀 연기가 피어올라 가보니 조명 앞에 새시 프레임이 녹아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섭외비에 새시 프레임비를 물어주고 촬영을 마무리하기도 하였다. 조명에 새시가 불탈 정도이니 얼마나 강력한 열을 발산하는지 알 것이다. 심지어 밤에 야외 촬영 시 벌레들이 불빛을 보고 날아오는데 벌레 그림자에 촬영이 힘들 정도이고 조명기 앞에 열에 죽은 벌레가 수북할 정도였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 비라도 오면 이런 뜨거운 조명에 조명팀은 박스를 올리기 바쁘다. 왜냐하면 뜨거운 것에 차가운 게 비가 만나면 조명이 터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조명 전선은 고압선이라 비라도 흘러내리면 위험하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촬영이 힘들 수밖에 없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비씬은 비 오는 날 촬영한다고 생각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비 오는 날 촬영은 오히려 비가 오지 않는 날 살수차를 불러서 물을 뿌려 가며 촬영한다. 그래서 촬영 스텝들 모두 그렇겠지만 비 오는 장마철은 촬영할 때 제작부는 특히 스텝들 전체를 챙겨야 하기 때문에 할 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심지어 장마로 인해 며칠씨 촬영이 미루어지기도 하고 촬영준비를 마친고 촬영 들어가기도 전에 촬영이 중단되고 다시 일정을 잡은 날도 많다. 그럼 맑은 날은 그늘도 없는 뜨거운 햇살아래 전스텝이 촬영을 하면 스텝들이 더위에 지쳐한다. 그럼 제작팀도 더운 건 마찬가지지만 차가운 물과 차가운 물수건을 준비하기 바쁘다. 한 번은 단골 미용실에 갔더니 두피가 햇살에 타서 너무 상했다고 무료로 두피 케이를 해준 적이 있었다.
그럼 겨울은 어떨까? 사실 감독님도 촬영감독도 겨울에 촬영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가을에 초갈이 힘들어 미뤄지면 겨울에 준비작업을 하고 봄에 촬영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겨울에 촬영하면 (차가운 공기 때문인지 화면이 쨍하다고 표현 다는데) 촬영한 화면이 쨍하게 나온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분들은 겨울산 영상 같은 것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런 쨍한 화면은 사실 화면에 몰입도를 떨어 뜨리고 영화 내용에 빠져 드는 걸 방해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화면이 안 이쁘다. 너무 현실적인 화면 때문에 그럴 것이다. 결국 영화는 꿈을 만드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겨울에 촬영하는 걸 꺼리는 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추울 때 촬영한 건 10월에 북한산 자락 마을에서 촬영한 것이 전부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그날은 9월이 지나고 10월이 된 때라 아무 생각 없이 가을 점퍼를 입고 촬영장에 나갔다. 촬영장은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마을이었는데 밤이 되니 산에서 내려오는 냉기가 정말 겨울철에 냉동실에서 나오는 냉기와 같은 느낌이었다. 밤촬영이라 조명팀은 반팔티를 입고 무거운 조명기를 들고뛰어 다니는데 나머지 팀은 오들 오들 떨기 시작했다. 그날에 추위는 정말 아직도 잊지를 못한다. 차라리 겨울촬영이면 두꺼운 패딩 (이때 가장 성공한 스텝들 , 일명 잘 나가는 스텝들은 노스페이스를 히말라야등급을 입는다는 말이 있었다. - 광고 아님 ) 그리고 등산화는 필수이다. 그나마 방한 신발 등이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아 준다. 그래서 야외 촬영이 많은 영화 스텝들은 거의 대부분 캠핑용품 특히 방한 용품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마침 혹시나 해서 (제작팀은 항상 만일에 사태를 대비해야 하고 나는 경험으로 인해 만일에 경우를 생각하는 성향이 아직도 남아 있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커다란 난로를 제작 스타렉스에 챙겨 두었다. 그걸 꺼내서 감독님 곁에 두니 모든 스텝들이 그쪽으로 모여들었다. 다음에 감독님이 말씀하기를 그때 그 난로 없었음 큰일 날 뻔했다고 말씀하셨다.
지금 생각해도 촬영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누가 더운 거 , 추운 거 둘 중 어느 게 싫으냐고 물은 적이 있다. 난 진심으로 정말 둘 다 너무 싫다고 정색하며 말한 적이 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더울 때 추울 때 촬영은 힘들다. 지금도 그때 경험이 몸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촬영장이 그립다가도 그때를 생각하면 생각이 없어진다.
그런 어려움에도 촬영 스텝들 중 상당수는 아직도 촬영스텝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만큼 영화 촬영이란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왜 촬영 스텝들은 이 어려움 속에서 스텝으로 일할까?
돈은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다음촬영이 안 잡히면 알바를 해서 버틸 정도이니깐 (당시에 급여 기준이다.)
일의 난이도 또한 일반 직장에서 야근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는 글을 볼 때마다 그때만 마치면 정말 좋겠다고 스텝들끼리 웃으면서 말한 적도 있을 정도로 업무 강도 또한 세다. (당시 영화 환경 기준이다.)
그럼 결국 영화를 하고 싶고 현장에 남고 싶은 것은 현장에 매력 때문 일 것이다.
누가 인도가 정말 지저분하고 환경도 좋지 않지만 인도 여행을 한 사람은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심지어 인도 여행은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다녀온 사람은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 말을 들으면 영화 스텝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만큼 매력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 일 것이다. 연출부는 감독을 꿈꾸며 제작팀을 PD를 꿈꾸어서가 아니라 그일 자체가 매력적인 것이다. 감독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아시는 분이 연출부를 하다가 현장에서 안 보여서 이제 영화를 그만두었나 보다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7년쯤 후 돈을 벌어서 돌아왔다며 현장에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돈을 모아서 다시 들어 올정도라니... 사실 나도 생각해 보면 내 급여가 아니라 가정이 다른 경제적으로 안정된 급여가 보장된다면 , 영화 현장에서 받아 준다면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있을 정도이다.
사실 알던 스텝들 중 영화를 그만둔 스텝도 꽤 있다. 고향으로 돌아가 결혼한 사람, 영화일을 그만둔 후 식당을 운영한 사람, 스텝은 아니지만 시나리오 작가로 전향한 사람등 꽤 많은 사람들이 그만두었다. 하지만 그들 누구도 영화 했던 현장이야기를 하면 항상 신이 나있다. 그리고 힘든 일도 많았을 텐데 항상 좋았던 이야기만 한다.
그러니 주관적 인견해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