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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왕자'는 없어도 백마 탄 '남자'는 있더라.

Movie ㅣ <백설공주> 불호 후기

by 채티밀라
출처 : 네이버 영화


<백설공주>


개봉 : 2025.03.19

등급 : 전체관람가

장르 : 뮤지컬, 판타지

러닝타임 : 109분

감독 : 마크 웹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2)

출연 : 레이첼 지글러, 갤 가돗, 앤드류 버냇









호불호 : 완전 불호.


별점 : 2.5점 (참고로 인어공주 실사화는 2점)


한 줄 평 :

디즈니의 안일했던 마음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이 영화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몇 가지 핵심적인 부분만 말하려고 한다.



1. <백설공주>를 둘러싼 논란에 가려진 진짜 문제

2. <백설공주>의 타겟층은 누구인가?

3. 문제는 디즈니다?






1. <백설공주>를 둘러싼 논란에 가려진 진짜 문제


common (1).jpeg 출처 : 네이버 영화


<백설공주> 실사화는 처음 캐스팅부터 잡음이 있었던 영화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의 백설공주는 피부색이 하얀 설정임에도 라틴계 미국인인 레이첼 지글러가 백설공주에 캐스팅이 된 것이다. 기존 원작과는 맞지 않는 캐스팅에 대중들 사이에선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여기에서 끝났으면 좋았으려 만, 주연인 레이첼 지글러가 캐스팅 이후 진행한 여러 인터뷰에서 <백설공주> 원작에 대한 디스를 했고 이후 캐스팅 논란보다 더 큰 논란을 낳았다. (원작은 스토킹의 요소가 있다, 무서워서 두 번은 안 봤다, 우리 영화에 왕자는 안나온다 등의 인터뷰를 했다.)



https://www.youtube.com/shorts/PEKnSS5uTQU



애니메이션 원작이 1937년에 나왔고 지금의 상황에서는 원작에 꽤나 많은 부분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실사화의 주인공이 원작을 폄훼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는 것은 분명한 문제가 있다. 원작과 원작 팬들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실사화 영화도 원작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한 영화의 주연으로서 책임감이 없다고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인지 영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의 시사회가 취소 혹은 조용히 진행이 되었고 작년 12월에 공개된 <백설공주> 예고 영상에는 싫어요가 100만 개 이상이 찍히기도 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는 영화 자체의 문제점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주의!!





다른 것들을 다 배제하고 영화 자체만 봤을 때 문제점


1. 급전개

2. 개연성 부족

3. 연기력





1. 급전개


솔직히 말해서 급전개가 너무 많아서 영화의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백설공주가 왜 그 도둑놈이랑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백설공주가 사랑을 받는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이 거의 전무하다고 느껴졌다. 그냥 우리 왕국의 공주니까 사랑받는 느낌. 심지어 왕비가 권력을 잡고 난 이후에는 두문불출한 공주를 왜 계속 사랑하는 건지 이해도 잘 안 갔다.


급전개에서 말이 되게 하려면 주인공이 되게 매력이 있으면 된다. 그런데 백설공주는 매력이 없다. 원작에서 가장 좋았던 동물들과 소통하고 모두에게 친절하고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냥 자기가 이 왕국을 조금 더 나은 모습, 옛날 모습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그 야망만 보인다.


전체적인 영화의 속도를 따져봤을 때 전개가 굉장히 빠른 편이긴 하다.

그래서 더 안 좋았다.


'너네 백설공주 원작 알지? 그니까 빠르게 진행할게.'

라는 마인드가 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2. 개연성 부족


급전개에는 개연성 부족이 반드시 따라오기 마련이다.



가장 개연성이 부족했던 장면은 거울이었다.



처음엔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왕비라고 하더니 원래 아름다움은 마음까지 아름다워야 한다고 갑자기 백설공주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건 뭐 하는 건지..?



영화 홍보 때부터 계속했던 말이 '리더십이 있고 능동적인 백설공주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영화를 보면 이게 디즈니가 말하는 리더십이 있는 공주의 모습인가? 의문이 많이 들 정도로 백설공주는 말만 한다. 움직이는 건 난쟁이들, 도적 단체, 백성들 등등이고 백설공주는 우리는 할 수 있다. 과거의 영광으로 돌아가야 한다. 친절해야 한다. 말만 할 뿐이다. 실질적으로 백설공주가 이 영화 안에서 리더십을 보여주는 장면은 내 생각엔 없다고 생각한다.

(왕족이 이름이랑 가족에 얽힌 이야기 기억하는 거 대단한 거긴 한데 한편으론 무서울 수도 있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백설공주라는 원작의 스토리가 워낙에 탄탄하고 그래서 백설공주를 요즘 시대에 맞는 여성으로 바꾸고 싶은데 그냥 끼워 맞추기 식으로 하다가 보니 말만 하는 리더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개연성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설명과 연결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백설공주의 유래.



원작에서는 눈처럼 새하얀 피부를 가졌다고 해서 백설공주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화에서는 거친 눈보라 속에서 태어나 새하얀 눈처럼 맑고 착한 심성을 가져서라고 한다.



이 설명 부분은 처음 영화 시작할 때 나온다. 그러고 나서 백설공주가 독사과를 먹은 뒤 깨어난 후에 눈송이가 백설공주에게 닿는 장면이 나온다. 이 두 장면이 눈에 대한 언급의 전부이다.



이 영화가 캐스팅 논란으로 문제가 된 만큼 백설공주의 이름에 대한 유래를 조금 더 설명했더라면 사람들이 영화를 봤을 때 이렇게까지 반발심이 들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노래나 부모님에 대한 언급을 하는 부분에서 자신의 이름 유래를 설명한다면 충분히 개연성을 해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본다. 또 눈송이나 하얀색 같은 눈의 상징적인 것들을 영화 초중반에 배치해 뒀더라면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3. 연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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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사람인지라 외국 영화들, 특히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연기를 잘한다 못 한다를 구별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평가를 할 때 외국 영화의 경우 연기력은 제외시켜 놓고 평가를 하곤 한다.



<백설공주>는 연기력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어는 왕비 역을 맡은

갤 가돗이다.



그동안 갤 가돗이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이번 영화에서 연기가 어색하다고 느껴졌다. <백설공주>에서 왕비는 질투심에 사로잡혀서 분노하는 것이 가장 포인트고 그게 왕비의 정체성이다. 근데 갤 가돗의 왕비는 질투가 메인이 아니라 이 왕국의 실세인 나에 조금 더 포커스가 된 느낌이다.



백설공주에게 질투를 느끼는 장면에서는 광기가 아니라 분노함을 연기하고 있는 듯했고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물론,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연기력을 탓할게 아니라 대본을 탓하는 게 맞다.

왕비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은 거울 앞에서만 있다. 집착이란 것은 보통 그 사람의 일상을 잡아먹는 것이 맞는데, 거울 앞에서 혹은 거울로 인한 사건이 아니면 왕비는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모습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왕비 역의 갤 가돗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연기를 막 잘한다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근데 사실 이 부분은 스토리가 탄탄하지 않아서 온 거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백설공주>에서 가장 연기를 잘했던 건 CG처리가 된 난쟁이들과 동물이었다.





2. <백설공주>의 타겟층은 누구인가?


common (2).jpeg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면서 가장 짜증이 나고 한숨이 나왔던 부분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관객들이 원작을 알고 있다고 판단하고 급전개한다는 점이었다.



원작을 알고 있기에 중간에 갑자기 이야기가 급전개가 돼도

관객들은 이해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내 생각)



자, 그러면 디즈니는 어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볼 것이라고 판단했을까?




아이들?

어른들?




내 생각엔 여기에서부터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보인다.



아이들을 타기팅했다고 하기엔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어른들을 타기팅했다고 하기에도 동심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그냥 디즈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만들어도 보겠지라는 안일함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층에서도 좋은 평도, 좋은 결과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박스오피스에서도 디즈니 실사화 영화 중 가장 낮은 개봉주 성적을 냈다고 한다..)




3. 문제는 디즈니다?


common (4).jpeg 출처 : 네이버 영화

이전의 <인어공주>부터 현재의 <백설공주>까지.



디즈니의 인종다양성 정책은 사람들 사이에서 논란거리이다.

그러나 진정한 논란은 단지 PC 정책이 아니라

디즈니가 재구성을 하는 자세인 것 같다.



<백설공주>에서 백마 탄 왕자가 안 나온다고 홍보하고

백마 탄 왕자를 비판하는 노래가 영화 중에 흘러나오는데


백마 탄 '남자'가 <백설공주>를 구해주는 것이

디즈니가 말하는 이 시대의 능동적인 여성상인가?



진정으로 능동적인 공주를 표현해내고 싶었다면

영화의 메인인 이 장면에서

자신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포함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내 눈에는 원작의 인기를 얻고 싶은데

이 시대에 맞춰서 발전은 해야 하니

'왕자'라는 설정은 제외한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이 모든 과정에 관객들이 어떻게 느낄 것이라는 걸 생각하는 단계는 사라진 것 같다.

오히려 우리가 이렇게 만들었으니 이해하라는 강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디즈니가 관객,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는 영화를 계속해서 내놓는다면

결국 디즈니는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잊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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