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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이 많아서야, 잠이 오겠니.

생각과 불안으로 뒤덮인 밤. 결국 밤을 샜다.

by 채티밀라

1.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 표현이자 가장 설레는 말은 '보고 싶다' 인 것 같다. 거의 들어본 적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 아무래도 그 말이 가진 무게가 너무나 큰 게 아닐까. 가장 힘들게 짝사랑할 때도, 좋아 미쳐버릴 때도 보고 싶다는 말과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보고 싶다'는 그 사람이나 형체가 상실 되었을 때 가장 크게 다가오는 말이 아닐까. 결국 그 말은 없어졌을 때 나오는 구나. 내 곁에 없어서, 보이지 않아서.


2.

남의 인생은 하이라이트고 내 인생은 풀 영상이다.

괴로운 이유를 단편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사람들은 하이라이트를 보기 마련이니까. 하이라이트가 더 빛나 보이니까.


3.

최근에 영상 관련 강의를 들으러 대학가에 간다. 가면 많은 사람들이 학교 과잠을 입고 최근에는 카페에 공부를 하고 있다. 중간고사 기간인가보다. 그걸 보면 졸업한 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나도 여전히 학교에 있을 것 같고 그렇다. 학생일 때가 빛난다는 말이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빛나는 시기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4.

미래를 말하기도 싫어지고 꿈꾸기도 싫어진다. 당장 가까운 미래도 안 보이는데 꿈꾸거나 말한다고 달라지는 게 없어보인다. 그래서 그런가 과거에 더 집착하게 된다. 왜 그랬지. 왜 안 했지. 과거의 나를 평가하고 깎아 내린다. 최선을 다했던 것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매도한다. 현재의 내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과거의 내가 못했으니까 지금이라도 잘 해보자는 생각에서 온 것 같다. 악순환인 걸 안다. 어쩔 수 없다.


5.

영화나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몰랐다. 그냥 늘상 시간이 있을 때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었다.

요즘은 이유를 알 것 같다. 현실의 도피처였다. 한 번도 현실이 나에게 지속적인 당근을 준 적은 없다. 허구의 이야기는 지속적인 당근을 준다. 지속적인 당근은 시간이다. 영화의 러닝타임이나 독서시간은 나에게 쉬어갈 시간을 준다. 생각이 많고 불안도 많고 잠깐의 숨 돌릴 여유도 없는 나에게 시간을 준다.


6.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의 종착지는 무관심이다.

무관심까지 가기가 너무 힘들다는 걸 알기에 보통은 포기한다.

그런데도 무관심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면 그건. 온 마음을 다해 정말로 좋아했다는 뜻이다.


7.

비로소 혼자가 되면 그렇게 외로워진다. 없는 감정이 생기고 숨어 있던 감정이 갑자기 나타나고 버렸던 감정이 내 손으로 돌아온다. 뭐든 혼자 하면서 사람이 그립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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