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리베츠 지옥온천을 여행하던 날은아내의 서른여섯번째 생일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뭐 특별한느낌없냐며 아내에게 물어보니"뭐, 그저 그래. 별 차이 모르겠는데"했다.
생일에 맞춰 일정을 잡은건데 예상과 다른 시큰둥한 반응에 살짝 실망스러웠다.
오늘삿포로 시내 구경을 하기로했지만막상 와보니특별한 곳이 없다싶어마지막날잡혀있는노보리베츠 지옥온천일정을 앞당겨 가게되었다.
이른 아침 시간에 불구하고 기차역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가는 사람들 손에는 플랫폼 가판대에서 구입한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일본은 도시락과 자판기 문화라는데 우리도 '에끼벤'을 사서 기차에 탔다.
노보리베츠 기차역에 내려우물쭈물하는 사이지옥온천 셔틀버스를눈 앞에서 그만 놓쳤다.다음 버스 시간까지 40분이나 기다려야 했는데아깝지만 2,000엔씩이나 하는 택시를 탔다. 택시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것을 처음 보았는데 참 신기하고 고맙긴 한데 사정없이 훽 열리는 상황이어딘가 인정머리 없고 성의없게느껴져처음엔 우습기까지 했다.
노보리베츠에 처음 도착했을 때 코를 찌르던 악취의 근원을 지옥계곡 전망대에 도착하자마자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최악의 폐허를보고놀라 기절하는 줄 알았는데,여기저기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와 시커먼 물웅덩이속에서 금방이라도 시커먼 손이 튀어 나올것만 같았다.이래서 지옥이라 부르게 된건가 싶을 만큼 지옥스러웠다.현세에서 볼수 없을 것 같은 이곳이 어떻게 관광지가 될 수 있을까 싶지만 흔하지 않기에가능했는지 모른다.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나?"
연신 탄성을 내지르며 지옥중심지를 향해조금씩들어갔다.
"아빠 방귀 냄새하고 같다!" 애들이 말한 것은 그냥 우스개 소리였지만 사실은 내 방귀 냄새보다 백배, 천배는 더 지독했다. 사람들이 괜히 지옥이라 이름 지었을까? 정말이지 지옥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생각까지 했다. SBS 테마여행에서는 이곳을"지옥인지 낙원인지 알 수없다"라고 했지만 나는 "지옥이 있다면 분명 이럴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인 모습 같기도 하고 태초의 지구가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싶기도하고 아무튼 괴상한 느낌이 들었던 곳이다.
지옥온천 중심부에서는 땅이 내는 거친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뻐끔뻐끔 거품을 토해내는 진흙뻘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온천수는 살아있는 지구를 보는듯 했다.여기저기지옥스런 장면들을 바라보며 지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