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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욱 Dec 09. 2023

홋카이도 설국 여행2.

오타루

어젯밤 그 난리를 치고 여행 피로까지 겹쳐 거의 실신하다시피 했다.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호텔 앞 뜰에 여 있는 눈을 발견하고 다시 기분이 업되 피곤끼가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얼른 밖에 나가서 어제 못했던 눈싸움이나 실컷 하고 어졌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홋카이도 여행 시작한다. 급한 마음에 세수만 대충 하고 잘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워 서둘러 짐정리부터 했다. 집에서도 아내와 나는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더운 여름에 땀 흘려가며 정리하고 찬물에 샤워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정리와 관련해서 쾌한 경험이 하나 있는데, 24평 아파트 벽을 꽉 채웠던 수 천권 책들을 싹 정리해서 작은 도서관에 기부하 상태 좋은 지인에게 선물다. 그러고 남은 0.5톤 파지로 고물상에 넘겼더니 아이스크림 되어 돌아왔다. 곡간에 곡식을 쌓듯 재산으로 여겼던 책을 말끔히 정리하게 가장 큰 계기는 아내가 '어린이 도서연구회' 활동을 시작하면서터였다. 편식하면 안 되듯 책도 좋아하는 것만 골라 읽으면 안 된다는 말에 속아 해마다 책값으로 수백만 원을 지출하는 대신 필요한 책들을 찾아 도서관을 자주 가게 되었다. 그때부터 아내는 아이들이 수십 번 대출하는 책만 단행본으로 구입했다.

우리 아이들책 읽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건 몰라도 책은 편식해도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활 속 정리 습관 때문인지 여행을 하면서 짐정리 아내가 도맡아 다. 짐이라 해봐야 각자 배낭 한 개가 전부다. 아내가 우리를 위해 오늘 입을 옷과 양말을 침대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으면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정말 좋다.


오타루 운하, 오르골 전당 그리고 제과점 거리.

오타루에서 꼭 봐야 하는 것들이다. 네가 작아서 이 모두가 한 곳에 모여 있어서 편하까지 하다.


호텔에서 나오면 바로 오타루 운하가 있다. 오타루 운하가 유명해진 건 커다란 고드름 때문인지 모른다. 딱 봐도 지붕 끝에 단단히 매달린 몇 미터짜리 고드름은 신기해서 눈에 금방 들어온다. 누가 봐도 이렇게 큰 고드름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크기다. 운하를 따라 형성된 물류창고가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지만 이제는 오타루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탈 바꿈 하게 된 것도 어쩌면 저 고드름 덕일지 모른다. 수십일 동안 내린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 가늠조차 할 수없지만 도로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불쑥 솟아나 있는 막대기를 따라 걸으면 인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아마도 이 막대기의 크기는 전봇대만큼 되지 않을까? 



하를 따라 15분쯤  어가면 제과점 오르골 전당이 나타난다. 쿠키, 카스테라, 요구르트 같은 것들을 맛보았는데 홋카이도에서 유명한 음식 중 하나라 그런지 신선하게 느껴졌다. 아직 아침을 안 먹었고, 여행지라 다 맛있게 느껴져서 그런지 모르지만 홋카이도 유제품은 인정해도 될 만큼 맛있다.


 오르골 전당 앞에 가면 15분마다 증기를 뿜어내는 이색적인 시계탑이 있다. 뭐 특별할 건 없지만 처음 보는 관경이고 아무 생각 안 하다가 갑자기 들으 놀랄 정도로 소리가 크다.  

오르골 전당에는 언제나 사람들 북적댄다. 각양각색 아기자기한 오르골을 만져보고 작동시켜 보느라 가게 안은 마치 시장통을 방불케 한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오르골 처음 봤다. 큰 건물 내부를 가득 채운 오르골은 대부분 유로 만들어서 이쁘기는 한데 조심하지 않으면 깰 것만 같아 나는 아이들한테 더 신경을 곤두세웠다.  개쯤 사고 싶었지만 여행 초반이라 파손될 뻔해서 실컷 만져만 봤다. 여행 팁을 하나 준다면 오타루 일정은 마지막에 넣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층까지 모두 둘러보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오르골을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그냥 조립하는 수준었다.


 

오타루 일정을 마치고 삿포로로 돌아왔다. 오타루에서 기차로 40분 걸리는데 호텔 체크인부터 마치고 삿포로에서 가장 유명한 '삿포로 TV탑'으로 달려갔다.

타워 꼭대기까지 올라가려면 우리 같은 4인 가족의 경우 입장료가 무려 2,000엔이나 되지만 삿포로 야경을 구경하기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그리고 오도리 역 근처는 사람들로 붐비는 젊음의 거리가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돔형식으로 만들어진 거리는 춥지 않고 구경하기 좋았다. 그곳에서 파친코 게임장도 쓱~ 한번 둘러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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