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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욱 Feb 07. 2024

홋카이도 설국여행 12 (마지막 Ep.)

비에이와 후라노,

당신이 어떤 것을 상상하던 그보다 훨씬 큰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설경을 그곳에서 보았다. 꿈에서보는 말도 안 되게 환상적인 눈의 세상은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넘쳐나는 곳이다. 현실과 상상을 헷갈리게 만드는 풍광은 '찰칵찰칵...'카메라 셔터 소리와 '와~'하며 내지르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게 한다.


온 세상을 하얗게 칠해버린 눈이 얼마나 자주, 많이 내렸는지 발자국 하나 없었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우리 가족은 발라당 더러 누워버렸다. 폭신한 하얀 솜털을 깔고 누워 하얗게 칠해진 하늘을 보았더니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노보리베츠 지옥 계곡에 발 담그고 놀던 순간도,

세상에서 사라진 증기기차 타고 홋카이도 설원을 달리던 순간에도,

더없이 넓고 평화로운 아칸 국립공원 대 평원에서 눈싸움하던 순간과

백조가 노니는 겨울 호숫가에서 노천 온천을 즐겼던 꿈같던 순간들

날아갈뻔한 눈보라와 쇼운코 계곡을 지나가던 순간들 까지...

무엇하나 빼놓을 수 없는 홋카이도에서 지낸 며칠은 기억 속 잊히지 않을 수많은 순간들이 추억으로 남아 가슴속에 빼곡히 새겨지고 있었다.


우연히 비에이에서 사진 동우회 활동을 하러 온 한국 여성 세 분을 만났다.

겨울 비에이의 아름다운 설경을 담으러 왔다는데 쇼운코에서 가을 등산도 했다는 걸로 봐서 이 분들도 홋카이도에 푹 빠져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오타루에서 식당을 찾아 헤매고 다닐 때 만났던 한국 사람도 겨울마다 홋카이도에 스키 타러 온다며 여유로운 표정을 하던 그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으며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세상이 많다는 말로 들리는 것 같았다. 나도 그들처럼 할 수만 있다면 내 안의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만한 뭔가를 찾고 싶었다. 홋카이도를 다녀와서 해외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더 늦기 전에,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소중한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은 변명일뿐 사실은 세상 밖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욕망이었는지 모른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고 두렵다.

하지만 첫 해외여행은 생각보다 재밌으며, 두려울 것도 없더란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감을 가졌는지 모른다. 일본 후쿠오카와 오사카, 교토 고베 나라, 도쿄등. 한 해에 한두 번은 일본에서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자유여행 특성상, 계획한 대로 모든 일이 착착 진행될 리 없지만 허술한 일정을 얼마든지 채워줄만큼 놀랍고 즐거운 일들도 많이 일어난다. 남들 다 하는 것다 오히려 새로운 것,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더 큰 만족과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

나중에는 간이 배밖으로 나왔는지 반대방향으로 운전하는 나라에서 렌터카를 몰고 다니는 용맹함까지 발휘하게 되었는데 이 또한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웠다. 하지만 최고의 아이템을 득템 하게 되면서 더욱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 좋았다.


필리핀 마닐라, 세부 막탄섬과 보홀섬.

아들과 떠난 베트남 하노이여행.

중국, 홍콩여행

호주 퍼스, 멜버른, 시드니 캠핑카 여행

뉴질랜드 남섬과 북섬 캠핑카 여행까지. 

진정한 자유로움을 찾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가슴깊이 새겨진 지난 여행들은 한 번도 꿈꾸지 않았던 삶의 도전이었다.

그리고, 가슴을 뛰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여행계획을  짜고 직접 경험해보는 것임을 발견한 것도 스스로를 칭찬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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