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을 모시고 10명 대가족이 대마도에 다녀왔다.
첫날, 부산여객선 터미널은 아침부터 북새통이었는데 몇 년 동안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코로나는 온 데 간데 사라지고 없어 보였다.
정말 오랜만에 떠나는 해외여행이라 큰 기대를 하고 갔는데 우리 가족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밸류마트에서 장보기
도착해서 렌터카를 찾아 밸류마트에서 장보기가 첫 번째 미션이었다.
대형마트는 아니지만 큰 슈퍼마켓 정도 되는데 회나 고기가 싸고 신선하다.
4가족 10명이 맥주와 도시락, 회등 각자 선호하는 음식들을 카트에 담아 오기로 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1시간 넘게 마트를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계산대에 다시 집결한 우리는 카트에 담긴 물건을 보고 놀랐고, 마트 점원은 2만5천엔이 찍힌 계산대와 우리를 번갈아 보며 계속 웃고 있었다. 한 끼 식사와 간식으로 25만원, 좀 많긴 하지만 10명이 먹을 건데 이 정도야 뭐... ㅠㅠ
그래, 일단 먹고 보자!
두 번째 미션은 미우다 해변에서 해수욕을 하는 거였다.
금강산도 식후경, 해변에 있는 정자에 음식을 세팅했다. 왁자지껄 파이팅 넘치는 우리 가족들 모습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본인이었고, 한국인은 해변만 거닐다 가는 것 같았다. 나도 미우다해변에 3번 왔지만 해수욕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가족은 여행 시작을 자축하며 건배를 외쳤고, 일본에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했다.
동생이 입이 닳도록 극찬한 미우다 해변 스노클링.
동생은 미우다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수도 없이 했다고 한다.
나는 8년 전 필리핀 발리카삭의 화려한 산호와 열대어를 상상하며 스노클 장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입수를 했다. 산호는 아니어도 열대어 무리는 있을 줄 알았다. 사람들마다 관점이 다름을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생각한 스노클과 동생의 스노클은 완전 다른 의미였던 것 같다.
수 백 마리 물고기와 수중 생물을 보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스노클인데, 동생은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흰동가리만 있으면 되는 듯.
물고기도 코로나를 겪은 것일까? 생각만큼 물고기가 없었다.
여러분! 발리카삭 스노클을 상상한다면 각오해야 해요. ㅠㅠ..
오후 내내 할 줄 알았던 해수욕은 2시간도 못 채우고 숙소로 이동했다.
전통 있는 카미소호텔.
3층 건물, 엘베 없는 호텔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일본 전통 온천탕은 아담하고 물이 좋아 씻은 뒤 로션을 바르지 않아도 얼굴이 당기지 않았다. 딱 그것 빼고는 일본전통 민숙 같은 느낌이 나는 곳이다. 그래도 직원들 친절하고 그 집 사장님이 참 좋은 분 같았다.
여행에서 먹는 즐거움만 한 것이 있을까?
아기자기한 일본문화 특성상 10명 대식구를 감당할 식당이 없다는 사실은 이미 생각하고 있어서 일찌감치 호텔에서 나와 식당을 찾아다녔다. 대마도 맛집을 조사해서 왔는데 하나같이 문을 닫았다. 듣도 보도 못한 몇 몇 식당 앞에는 한국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새로 뜨는 맛집인가 싶을 정도였다.
이곳저곳 찾아다니지 1시간쯤 지났으려나? 평생 해 떨어지는 시간 맞춰 식사하시던 시골 부모님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절망적이지만 낮에 갔던 밸류마트에 다시 가기로 했다.
오후 7시
거리에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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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이 여전히 식당 앞에 서 있다.
웃음은 사라지고, 지쳐 보였다.
2일 차
호텔에서 제공하는 단출한 조식을 먹고 대마도 투어에 나섰다.
에보시타케와 와타즈미 신사에서 인증샷 찍고 이즈하라로 갔다.
이즈하라 시내는 예전과 완전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그 많던 식당들이 문을 닫았고, 거리는 썰렁했다.
다들 어디 가고 없는 거지?
일본 전통 식사를 기대한 우리는 햄버거와 카레로 대충 한 끼 또 때웠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앞서 가던 동생이 길을 잘못 들어 좁은 숲길로 들어갔다. 길이 좁아 후진을 할 수 없어 1시간 넘게 앞으로만 갔는데, 나는 숲이 좋아 드라이브를 즐겼지만 동생은 통신도 안되던 그곳에서 빠져나오느라 땀 좀 뺐다고 했다. 게다가 그 숲은 다음날 우리가 가기로 했던 '유수단풍길'이었다는 사실도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나는 여행에서 이색 경험을 좋아한다.
그중 길을 잃었을 때, 또는 일부러 GPS와 다른 길로 갈 때가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계획대로 안되면 짜증을 내거나 큰 일이라도 벌어진 듯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행이 인생과 같다고들 하지만 정작 계획이 틀어지면 근심걱정을 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생각하지 못한 뜻밖의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여 보는 건 어떨까?
나는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지 않았던 장소나 사람을 만났을 때 행복했던 기억이 많다.
외국여행을 하면서 비행기는 2번 놓쳐봤고, 배는 대마도가 처음이었다.
사건, 사고는 몇 가지 불운이 겹칠 때 벌어지는 경우가 흔한데,
우리가 배를 놓친 것도 몇 가지 상황이 동시에 겹쳤기 때문이다.
갑자기 먼바다에서 태풍이 생겼고, 선사에서는 내 연락처만 알고 있었다. 나는 출국할 때 데이터와 통화 로밍을 하지 않았다.
결국, 기상변화로 출항 시간이 몇 시간 당겨졌지만 내가 연락을 못 받아서 벌어진 사태였다.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한 나머지 나한테 화가 날 지경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제대로 된 식사 한 번 못한 것도 서럽고 절망적인데 하루를 더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어쩜 그렇게 싫었을까?
악몽 같았던 대마도 여행이 마지막까지 우리를 괴롭혔는데, 나를 포함한 가족 대부분 뱃멀미를 하는 바람에 돌아오는 것도 고생길이었다.
대마도를 그렇게 좋아하던 동생도 다시는 대마도 안 간다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