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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욱 Aug 27. 2023

여름에도 겨울인 동네

여름에도 눈 길 트레킹하는 동네가 있어요.

무더운 여름엔 시원한 곳을 게 되죠? 

카페나 마트, 도서관 같은...


여름에도 눈 길 트레킹을 할 수 있는 동네가 있어요.


바로 뉴질랜드입니다.

동네는 여름에도 겨울이기에 두꺼운 옷을 잔뜩 챙겨 갔습니다.

<마운트 쿡, 후크밸리 트레킹>

4계절 경치 좋기로 유명한 뉴질랜드, 

남섬에 위치한 후크밸리 트레킹 코스 1년 내내 녹지 않는 빙산이 있고, 아름다운 주변 경치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걸음을 멈추게 하는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호수를 만나기 위해 도착한 곳은 마운트 쿡, 후크밸리입니다.

출발지점에서 아이들에게 왕복 3km, 1~2시간 정도 걸릴 거라 말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눈길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ㅎㅎ


결국 5시간 넘는 트레킹을 마치고, 아까 그 이정표를 다시 보니 'Return 3hr' 적혀 있습니다.

왕복 3hr을 왕복 3km로 봤었나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ㅠㅠ


마운틴쿡 후크밸리 트레킹. 왕복10km

주변 경치 보며 걷는 재미가 세상 무엇보다 즐거웠는데, 언제쯤 도착하는지 물어 오 가족들에게는 '이상하다, 다 와 갈 거야'는 말만 할 수밖에 없어 괜히 미안했습니다.


이런 말이 생각나는군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결국, '즐기는 것이 최고'라는 말입니다.


지나서 생각해 보면, 그날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걷는 과정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눈길, 비탈길에 넘어질까 걱정하고,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곳을 향해 앞만 보고 걸었더라면 그 신비한 풍경들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을 것이고,

가족들은 눈싸움하고 노는 것에 더 집중하였기에 장시간 트레킹의 피곤함이나 고통을 잠시 잊을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같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5~6시간짜리 트레킹이란 걸 알았더라면 걷는 시간, 반환지점을 미리 정했을 것이고, 결국 후크밸리 최고 지점까지 도달하지 못했 겁니다.


잘못했으면 상당히 괴로운 트래킹이 될 뻔했지만,

시간을 거리로 착각한 것이 오히려 잘 된 일이었습니다.


그곳은 지금까지 제가 보았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네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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