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통증 해방

내 마음속의 나

by 김영욱

해마다 두세 번씩 반복되는 어깨통증은 한 번 아프기 시작하면 몇 주, 심할 때는 한 달 넘게 나를 미치도록 괴롭혔다. 그때는 회사 마치고 집에 와서 맨날 멘소래담 바르고 휴대 안마기로 마사지하는 게 일상이었다. 뒷목이 뻐근하고 통증이 어깨로 내려갈 때쯤 되면 고개를 들거나 돌리지도 못한다. 종국에는 팔까지 저려오고 옆구리까지 통증이 내려가야 끝이 나는데 그때까지 겪어야 할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목디스크 판정을 받은 나는 물리적으로 보면 언제 아파도 이상할 게 없는 환자였다. 아플 때마다 도수치료도 받고 잘한다고 소문난 한의원 약침도 수없이 맞고 다녔다. 마지막으로 찾아 간 병원에서 골프처럼 회전근을 사용하는 운동은 절대 안 되고 매일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며 자신이 구독한 유튜브 채널을 진통제와 함께 처방해 주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던 골프를 그만두라니 통증보다 참기 힘든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이대로 살다가는 큰일 나겠다 싶었다.


우연히 읽은 한 권의 책에서 어쩌면 내가 TMS(긴장성근육통증후군)를 겪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사가 목디스크로 판정한 이후 뒷 목이 조금만 뻐근해도 디스크가 재발한 걸로 생각했고 몇 주, 몇 달 치료받고 나면 다시 괜찮아져서 치료효과를 본 거라 여겼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의사들이 말하는 뼈의 모양이 문제고 뼈가 신경을 누르기 때문이라면 항상 아파야 되는데 멀쩡하다가 한 번씩 아프다면 그게 뼈와 신경의 문제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TMS 같은 신체적 통증을 유발해 정신적 문제를 교묘하게 숨김으로서 스트레스를 잠시 잊을 수 있게 마음이 하는 일이라니...


'몇 년 동안 반복적으로 지속된 통증이 내 마음이 시킨 거라고? '

'무슨 개풀 뜯는 소리야! '

'난 목디스크 환자야! '

'의사랑 사진까지 확인했다고! '

하지만 책을 읽어 갈수록 믿을 수 없었던 저자의 논리에 점점 빠져들어 갔다. 정형외과 의사가 통증의 원인을 목 디스크로 지목했듯, 통증의 원인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저자의 말도 한 번 믿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 나를 둘러싼 스트레스가 어떤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몇 년 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부서를 옮기면서부터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되었고, 업무가 그다지 힘들지 않지만 보기 싫은 사람을 봐야 하고,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서 오는 짜증과 분노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가 여 가고 있었다. 나와 같이 부서를 옮겨야 했던 동료는 한쪽 청력을 잃을 뻔 한 일로 3개월 병가를 냈던 일까지 있었다.

책에서 말하는 대로라면, 회사에서 생긴 크고 작은 일들은 걱정과 불안이 분노로 폭발될 만큼 스트레스가 쌓였고,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인 스트레스가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을 때마다 몸으로 전이되어 통증으로 표출되었던 거였다.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질 때,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 것이 있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 방법이 없다고 단정 짓거나 해결하지 못한다 믿었기 때문에 가장 쉬운 병원부터 찾아다녔고 끊임없이 괴롭히던 통증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거였다.


살면서 스트레스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내 마음이 어떤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어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나답게 대처를 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만드는 현실을 직시하고 내 마음의 변화를 이끌어 내면서 신기하게 한 번도 통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절대 골프를 치면 안 된다던 내가 만성통증을 이겨내고 2년 만에 골프 백돌이에서 싱글플레이를 하기까지 어떤 마음으로 골프를 즐기고 있는지 골프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나조차 알지 못하는 내 마음의 변화를 살핌으로써 통증으로부터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와 고통으로부터 나를 방어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는 다름 아닌 '내 마음속 나'란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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