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란 말을 익히 들어 알기 때문에 '마음이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이란 것도 영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목 디스크처럼 확실하게 드러나는 병들까지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통증치료혁명'저자의 말은 우리 사회의 상식과 통념에서 멀리 있는 이야기라 처음부터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도 통증은 여전히 재발하고 나를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게 되었다. 약은 일시적 '플라세보' 효과일 뿐 결코 치료가 되지 않는다고 한 저자의 말은 새로운 각도에서 통증을 바라보게 했다.
사람들은 크고 작은 스트레스 하나쯤은 가지고 산다.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참고 견뎌내거나 어떻게든 잊으려고 노력도 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은 우울증 진단을 받고 정신과 약까지 먹는 경우도 흔하다. 약물을 이용해 나란 정체성을 잠시 가려두는 건 아닐까? 그렇게 하고 나면 정말 있던 일이 사라지고, 스트레스도 말끔히 정리될까?
나는 스트레스를 제거하거나 빨리 잊어야 하는 대상으로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4년 전 부서 이동을 할 때쯤 통증이 시작되었고,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부서를 옮기면서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되었고, 업무가 그다지 힘들지 않지만 보기 싫은 사람을 봐야 하고,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서 오는 짜증과 분노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었다. 나와 같이 부서를 옮겨야 했던 동료는 한쪽 청력을 잃을 뻔 한 일로 3개월 병가까지 냈다. 회사에서 생긴 크고 작은 일들은 걱정과 불안이 분노로 폭발될 만큼 스트레스가 쌓였고,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인 스트레스가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을 때마다 몸으로 전이되어 통증으로 표출되었던 거였다. 의사도 아닌 내가 어떻게 그걸 아냐고 물을지 모른다. 내 마음은 의사보다 내가 더 잘 알기 때문에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진다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 방법이 없다고 단정 짓거나 해결하지 못한다 믿었기 때문에 가장 쉬운 병원부터 찾아다녔던 것도 나였고 끊임없이 괴롭히던 통증을 참아야 했던 것도 나였다.
스트레스의 근본적인 원인은 내 마음에서 비롯되었고,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스트레스가 병을 만든다는 '통증치료혁명' 저자의 말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내 성격 특성상, 나는 어떤 일에 집중할 때 만족감을 느끼는 유형이다. 남들이 뭐라 해도 스스로 생각하고 실행하여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 낼 때 그게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부서 이동 이후 본래의 성격 특성대로 행동하지 않았고, 일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 내가 일하는 것 자체가 싫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행동을 스스로 만들며 불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단지 싫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밀어낼 게 아니라, 본래의 성격특성대로 행동하기로 마음먹고 불합리하다 생각하는 주변 환경에 집중하기보다는 내 성격특성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 보기로 했다. 나의 행동특성을 이해하고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겠다 생각했을 뿐인데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스트레스라 생각했던 것이 어떤 대상이나 일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던 첫 사례다.
자신의 성격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자신을 알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다. 성격 특성을 알고 나면 현재의 나와 이상적인 나를 비교할 수 있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동물이기에 이상과 현실이 끊임없이 변한다. 현재 내 성격특성을 잘 이해하고 이상적인 삶을 향해 어떤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필요한지 깨닫게 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렇게 이상과 현실 속에서 나의 마음을 발견하고 내가 가진 성격특성대로 행동하기 시작하면서 생활에 활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할 때 즐거움을 조금씩 찾아가면서 신기하게도 통증이 사라지게 되었다. 의사가 말하던 아플 만큼 아프고 다시 나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몇 년을 괴롭히던 통증에서 벗어난 그때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목과 어깨통증으로 다시 고통받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시골 어머니로부터 잦은 설사와 매스꺼움, 구토증상을 호소하는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작은 병원에서 해결이 되지 않아 부산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종합검사를 했는데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진단을 받았다. 약처방을 받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잘 회복되지 않았다. 다시 시골에 내려가서 최근에 있었던 일중에 신경을 많이 쓴 일이 있는지 물었는데, 얼마 전 동네에서 금전적인 일로 어떤 한 사람으로부터 오해받았던 이야기를 하시면서 역정을 내셨다. 나는 어머니의 억울한 사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며 그때 어머니가 느꼈을 억울한 감정들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하는 것밖에 직접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이야기를 마칠 때쯤 어머니께서 말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면서 좀 낫는 것 같다고 하셨다. 며칠 뒤 다시 안부전화를 드렸는데, 오해가 풀려 사과를 받았다면서 불편했던 속도 편안해졌다고 했다.
오늘 아침 일어나서 세수를 하는데 오른쪽 입술 끝이 갈라져 있었다. 그리고 하루종일 이유 없이 설사를 3번씩이나 했다.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다는 신호를 감지했고 최근에 있었던 일부터 곰곰이 살펴봤다. 며칠 전 아마추어 골프대회 지역예선에서 241명 중 4등으로 통과하여 2주 뒤 플레이오프 전에 진출하게 되었다. 88명 중 16위 안에 들어야 전국대회 본선 진출권을 획득할 수 있는데 어제 플레이오프전이 열리는 골프장에서 연습라운드를 하고 왔다. 기대한 만큼 스코어가 나오지 않아 돌아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반듯이 결승전에 참가해서 좋은 결과를 받아보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던 모양이다. 어제 연습라운드에서 내가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해서 남은 기간 동안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연습을 하고, 코스 특성에 맞는 매니지먼트를 준비해야겠다는 것으로 마음 정리를 했다.
위의 세 가지 사례는 나와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그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것만으로 불편한 마음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 병증의 원인을 스스로 찾게 되므로 상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회복하는 과정으로 들어간다.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진통제를 사용해야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대부분 염증이었기 때문에 시간 지나면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