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2026. 01. 23 발매
ZEROBASEONE의 <ROSES>는 이 팀이 어디에서 출발했고 누구와 함께 여기까지 왔는지를 되돌아보는 곡이다. Mnet <보이즈플래닛>을 통해 탄생한 그룹이라는 출발점은 제로베이스원에게 항상 따라오는 중요한 서사이고 <ROSES>는 그 시작을 정리하는 곡이라 생각한다.
시그널 송 <난 빛나>에서 이들은 끊임없이 “여기 있잖아”라고 말해왔다. 지나치지 말고 자신을 봐달라고 함께 빛날 수 있다고 말하는 가사 속에는 아직 선택받지 못한 상태의 불안과 기대가 동시에 담겨 있다. “나, 너라서 빛나”라는 문장은 혼자가 아닌 관계 속에서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존재임을 전제로 한다. 이 시기의 ‘너’는 아직 이름 없는 선택해 줄 누군가였고 ‘우리’는 가능성의 형태로만 존재했다.
<ROSES> 는 그 관계가 성립된 이후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기억나 네가 처음으로 날 불러 주던 날”이라는 회상은 서바이벌의 첫 순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더 이상 증명하거나 설득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선 제로베이스원을 보여준다. 이 곡에서 반복되는 ‘ROSES’는 사랑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대신하는 단어다. 말로 고백하기보다 존재 자체로 곁에 있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난 빛나>가 선택을 요청하는 노래였다면 <ROSES>는 선택해 준 팬들에게 건네는 응답이다.
해당 앨범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감정의 방향이 ‘빛남’에서 ‘물듦’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서바이벌에서 이들은 더 높은 곳에서 빛나길 원했지만 <ROSES>에서는 “너로 물들어 가”라는 표현을 반복한다. 이는 누군가에게 주목을 받아야되었던 상태에서 이제는 그토록 바라던 팬과의 관계 속에 머무는 존재가 되었다는걸 의미한다. 팬덤명과 같은 발음의 ROSES를 노래 제목이자 가사의 메인 키워드로 선택한 점 또한 역시 제로베이스원과 팬들의 관계가 곡의 중심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래서 <ROSES>는 제로베이스원에게 하나의 정리에 가까운 인상이라 느꼈다. 시작을 향해 외치던 목소리가 이제는 “언제나 네 곁에 있겠다”는 가사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이 곡은 제로베이스원이 <보이즈플래닛>에서 선택받고자 했던 시간과 팬이라는 존재를 하나의 이야기로 묶는 트랙이다. 결국 <ROSES>는 사랑을 말하기보다는 그 사랑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기억하는 트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