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받은 오래된 필름 카메라가 있다.
창고 구석에서 발견된 카메라라서 사진이 제대로 찍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필름을 넣고 셔터를 누르면 찰칵 찍히는 소리가 난다. 오래된 36컷 필름을 넣고 레트로한 감성을 담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필름 컷 수가 생각보다 많아서 처음에는 보이는 것들을 마구 찍고 다녔다. 집에 있는 화분도 찍고, 하늘에 떠있는 구름도 찍고 이뻐 보이는 것을 필름에 담았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다니니 그 많던 36컷도 끝이 보인다. 이제 딱 5컷만 남았다. 5컷이 남으니 무엇이든 담던 카메라와 내 손이 느려졌다. 무엇인가 더 간절하고 소중하고 이쁜 것을 남은 5장에 담고 싶어졌다.
'마지막 5컷에는 어떤 것을 담으면 좋을까?'
오랜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온 필름의 마지막 5장을 장식해 주고 싶다는 내 고민은 어느덧 다른 생각으로 이어졌다.
'만약 내 인생에서 딱 5장의 추억을 담는다면 어떤 장면을 담을까?'
이거 참 고르기 어렵다. 부모님과 함께 해안 도로를 드라이브 가는 장면 1컷. 파란 하늘 아래 아내와 함께 몽생미셸을 걷는 장면 1컷. 교실에서 아이들과 장난기 담긴 웃음을 짓는 장면 1컷. 남은 2컷은 어떤 장면을 만들지 고민이 된다. 내 아이와 함께 하는 장면이 될 수도 있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생의 마지막 장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고민을 담은 인생 5컷은 아이들과도 고민해 보고 싶다. 아이들이 살아갈 모든 일생이 그 범위가 될 수도 있고 또는 우리가 함께하는 1년을 기간으로 삼을 수도 있겠다. 우리반 아이들은 어떤 5컷을 담고 싶을까? 아이들이 세상에서 마음으로 옮겨 담고 싶은 모습은 어떤 모습들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