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힘드네요. 지난번에 연락 주셨을 땐 힘들었어요. 거동이 잘 안 되는 상태에서 배탈이 나서
침대에서 30 분마다 설사를 하시는데... 뒤치다꺼리하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30 분 마다요?
배탈이 났었나 봐요. 그래서 계속 설사를 하고, 그때그때 못 치우면 그걸 손으로 만지기까지 하는 거예요. 그럼 그걸 다 닦아내고, 다시 닦아내고 환장하겠더라구요. 아예 말귀도 못 알아듣으니 화를 낼 수도 없고,,,,정말 힘들었어요.
치매 증상이 심하신가 봐요..?
네. 갑자기 심해졌어요.
어머님 연세가 어떻게 되시죠?
올해 93세니까 이제 연세가 있는 편이죠.
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원하시는 게 낫지 않나요?
그렇게 하고 싶은데 본인이 집에서 지내고 싶다고 하시니..
마지막은 집에서 보내고 싶어 할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병원에 보내야 할 텐데 선생님 효자시네요..
시간이 없지만 해드릴 수 있는 데까지는 해드려야죠.
자, 한 잔 하시죠...
지금은 누가 돌보고 있어요?
시간 될 때는 저와 아내가 돌보다가, 저희가 빠쁘면 복지사 분들이 집에 와서 돌보죠.
복지사분들이 밤에도 돌봐주시나요?
네 24시간 돌봄이 필요하니까,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와서 돌봐줘요
복지 시스템이 잘 돼 있네요.
네 복지 시스템은 잘 돼 있어요.
언제부터 어머님 몸이 불편하셨죠?
올해 4월까지는 괜찮았어요. 몸이 조금 불편해서 요양병원에 입원을 했었는데 그때부터 갑자가 치매증상이 심해진 것 같아요.
병원에 입원하시고부터요? 그렇게 갑자기요?
네. 아무리 생각해도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에 심해진 거 같아요. 병원에서는 가만히 누워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머리를 안 쓰게 되고, 그러니 치매가 심해진 거 같아요. 집에 있을 때는 혼자서 다 해야 하니까 항상 긴장해야 하고 자신이 알아서 했는데, 요양병원은 다르잖아요.
입원하기 전까지는 혼자 사셨어요?
네. 비교적 정정했어요. 입원하기 전까지는 매일매일 신문을 꼼꼼하게 읽을 정도로 멀쩡했어요.
그 나이까지 매일 신문을 읽으셨다고요?
네 매일 신문을 정독하고 책도 많이 읽었어요. 그러다 입원하고부터 상태가 안 좋아졌어요. 가만히 누워있으면 다 해결해 주니 편안해진 거죠.
혼자 사시면 힘들긴 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고 혼자서 해결해야 하니까 긴장 상태는 항상 유지해야겠네요. 그런 게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데는 도움이 될 수는 있겠네요.
네. 그러다 갑자기 요양병원에 들어가서 가만히 누워있으면 다 해결해 주니까 치매 증상이 심해진 것 같아요...
자, 한 잔 하시죠...
그래서 다시 퇴원을 했는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됐네요. 그래서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고향에 가 있을 수 있을 땐 고향에 가서 어머니를 돌보는 거죠.
그럼 오늘 저녁은 복지사 분들이 돌보고 있나요?
네. 문제가 있으면 연락이 오는데, 오늘 저녁엔 연락이 안 오는 걸 보니 큰 문제는 안 생겼나 보네요.
선생님 몇 년생이죠?
70년생요.
맞아, 저보다 두 살 많았죠. 지난번에 들었던 것 같네요. 그럼 선생님 외에는 어머님을 돌 볼 사람이 안 계신가요?
2남 1녀 중에 제가 막내거든요. 형님 사건은 아시죠?
네, 알죠. 참 안타깝게 되셨죠....
(# 이 분의 형님은 후쿠이 현에서 지방의원을 지내고 있었는데 2021년 의문사로 생을 마감했다. 거리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며 의식불명의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는데, 사건인지 사고인지 조사가 진행됐고 한동안 미디어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했었다. 정치인이라 여러 추측이 난무했지만 결국 이렇다 할 사건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사고로 종결됐다.)
형님이 있을 땐 형님이 어머니를 돌봤었거든요.
형님이 그렇게 돌아가신 것도 어머님껜 충격이었겠어요.
충격이었죠.
형님의 가족은 없었나요?
있었는데 이혼했어요. 그리고 조카가 한 명 있는데 이 녀석도 할머니를 돌보고 싶지도 않고 상속도 안 받고 싶다고 해서... 제가 책임을 지는 분위기가 된 거죠.
그렇게 됐군요. 누님은요?
제 위로 누나도 한 명 있었어요. 근데 누나도 7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저런, 아직 젊을 땐데...
그러니까 3남매의 막내였던 제가 엄마를 돌보고 있는 거죠. 혼자 남은 것도 믿을 수 없고, 엄마를 제가 모셔야 하는 것도 힘들어요. 상상을 못 했거든요. 막내인 제가 돌봐야 할지 상상도 못 했거든요. 이럴게 될 줄 정말 몰랐죠. 그래서 더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