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강설량을 자랑하는 아오모리. 눈으로 인한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눈을 활용한 스포츠를 즐기기에 최적의 지역이다. 특히 파우더스노로 유명한 아오모리 스키장에는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스키를 즐기기 위해 찾는 이가 늘고 있다.
스키도 못 타면서 이 년 전 산악스키에 따라나섰다가 꽤나 고생했을 때 사진
이런 아오모리에 살면서 스키를 타본 적은 딱 한 번. 몸만 오면 된다고 하는 이벤트가 있어 한 번 타봤다. 스키를 거의 타본 적이 없고 스키 장비도 없어 구입하거나 그때그때 대여해야 하는데 왠지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아오모리에 사는데 언젠가 스키 장비를 구입하든지 해서 제대로 배워서 즐겨야겠다고 늘 생각은 하고 있었다. 올해 가을 모야힐즈라는 한 스키장에서 장비를 저렴하게 대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했다. 시즌 10,000엔. 서울로 출장 갔을 때 스키복도 마련했다.
지난 토요일 이번 시즌 처음으로 스키를 탔다. 계속 미루다 보면 얼마 타지 못하고 스키를 반납해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들어 시간과 여건이 조금이라도 허락할 때 바로바로 스키장으로 달려가기로 했다. 스키를 많이 타지 않으면 스키대여비도 아깝고, 이렇게 장비를 마련했을 때 스키를 제대로 배워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스키 실력을 갖추고 싶었다.
2년 전에 탔을 때 스키에 겨우 익숙해졌는데, 안 타다 보니 또 처음 타는 기분이 들었다. 혼자 타기는 불안해서 스키를 잘 타는 지인에게 부탁해서 함께 갔다. 스키장은 직장에서 차로 15분만 가면 된다. 이 얼마나 훌륭한 접근성인가! 스키장 리프트권은 1일, 오전, 오후, 나이트로 나뉜다.지난번에도 밤에 스키를 탔었는데 아오모리의 야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이번에도 오후까지 업무를 보다가 4시 30분에 스키장으로 향했다. 5시 30분에 지인과 스키장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4시 45분에 스키장에 먼저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스키장을 탐색했다. 지난번엔 스키장 바로 앞 펜션에 머물며 다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됐다. 이번엔 혼자 와도 능수능란하게 스키를 탈 수 있도록 주차하는 곳, 스키 갈아 신는 타이밍, 스키장으로 들어가는 방법 등을 알아봤다. 다들 스키는 어디서 갈아 신는지, 스키장으로 어떻게 들어가는지, 리프트권은 어디서 사는지 등을 확인했다. 주차장의 경우 여럿 있어 나는 제6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제3주차장이 스키장 입구와 제일 가까웠다. 그래서 차를 제3주차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스키부츠를 갈아 신고 스키를 들고 스키장으로 이동했다. 20미터 정도 이동하면 바로 스키장 입구의 리프트권을 판매하는 곳이 있어 나이트권을 구입했다. 나이트권은 토요일이라 2040엔.
그때쯤 지인도 일찍 도착했다. 오랜만에 타보는 스키, 바로 슬로프로 올라가기엔 불안하고 어색해서 낮은 곳에서 몇 분 연습을 해봤다. 그냥 타다 보면 된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긴장하며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 처음엔 지인이 앞서고 내가 천천히 슬로프를 따라 내려가는 형태로 스키를 탔다. 처음엔 몸이 너무 말을 안 들었고, 스키도 제대로 제어가 안돼 불안 불안하며 탔다. 두세 번 정도 지인을 따라 슬로프를 내려가다 보니 그럭저럭 적응이 됐다. 물론 스키 전문가인 지인에겐 불안해 보였으며 그의 가르침은 계속 됐다.
걱정하지 말고, 그냥 타면 돼요
요즘 스키가 좋아서 회전하려는 쪽의 다리에 살짝 힘만 주면 커브를 돌게 돼 있어요
어깨 힘 빼고...
무릎으로 회전하려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커브를 탈 때는 몸의 중심을 내려야 해요
어깨가 열려 있어요! 그러면 회전이 안 돼요
회전하려는 쪽으로 몸을 움직여 줘요
손을 내리지 말고 앞으로 조금 올려서 타봐요
움츠리지 말고
몸을 너무 움직이고 있어요
...
그렇게 열렬한 지도를 받으며 15번 정도 슬로프를 내려오다 보니 제법 스키에 익숙해졌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탈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들었다. 처음엔 어떻게든 혼자서 슬로프를 내려올 수 있는 게 목적이었는데 그 단계를 넘어서자 좀 더 유연하게 잘 타고 싶은 욕심이 생겨 열심히 연습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밤에 이렇게 나이트 스키를 탈 수 있는 건 부담이 없다. 아무리 바빠도 마음만 먹으면 스키를 탈 수 있는 환경이다. 나이트 코스는 4시 30분부터 9시까지인데, 4시 30분에 맞춰 오면 최선이지만 바쁘면 6시나 7시까지 와서 2~3시간만 스키를 즐겨도 충분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이트 스키는 주중이나 주말이나 언제나 가능하다.
그리고 이 모야힐즈 스키장은 도시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스키장으로도 유명하다. 사진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실제 스키장에서 내려다보는 아오모리의 야경은 각별하다. 이 날은 스키에 익숙하지 않았고, 날씨가 좀 많이 추워 사진을 많이는 찍지 못했다. 그래도 야경을 좀 사진에 담고 싶어 몇 번 사진을 찍었는데, 밤이 깊어질수록 기온이 내려가, 마지막 사진을 찍고 나니 손이 너무 시려 아플 정도였다.
이제 혼자서도 충분히 스키를 탈 수 있고, 어디에 주차를 하고 어떻게 들어가면 되는지도 파악했으니 자주 와서 나이트 스키를 즐기자. 스키는 밤이 좋아, 아오모리에 있을 때 실컷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