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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꾸라지 Nov 14. 2022

다음엔 능이삼계탕을

                                                  다음엔 능이삼계탕을 먹겠습니다.




고대역 근처에서 미팅이 있었다. 마치고 나니 오후 1시 40분. 집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지하철보다 버스를 타고 싶었다. 버스에는 바깥 경치가 있지 않은가.

 

정류장으로 가는데 화장실이 애매했다. 지하철 탈 거면 상관없을 텐데 버스의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화장실해결한 뒤 버스를 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니 한 가지밖에 없었다. 식사를 하고 버스를 타는 거다.


그렇게 마음먹고 보니 근처에 식당이 꽤 있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건 한 식당 메뉴의 "김치찌개". 김치찌개가 당겼다. 그날은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져 있었다. 낮에는 그렇게 춥지 않았지만 그날 아침의 서울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졌다. 김치찌개 속의 삶은 돼지고기가 먹고 싶은 날이었다. 가격도 마음에 들었다. 아니 가격이 결정적인 요인인지 모르겠다. 


벽에 붙은 메뉴를 보고, 식당 앞으로 다가갔다. 식당이 그렇게 깔끔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분위기, 포스가 느껴졌다.  '나름 괜찮으니까 이렇게 오래 장사하고 있겠지? 이런 식당의 김치찌개는 맛있겠지? 돼지고기가 듬뿍듬뿍 들어있겠지?' 이런 상상을 하며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으로 들어서니 손님 두 명, 그리고 주인과 종업원으로 보이는 두 명, 총 네 명이 있었다. 왼쪽에 4인 테이블이 두 개가 두 줄로 놓여있었다. 오른쪽에는  8인 테이블이 두 줄로 놓여 있었다. 오른쪽 안쪽 테이블에 손님이 두 명 앉아 때늦은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휴대폰으로 버스 정류장을 찾아가는 길이어서, 휴대폰을 보며 들어갔고,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한 분이 물었다.

"어디, 찾으세요?"

길을 헤매고 있는 사람으로 보였나 보다.

"아뇨, 식사하려고요"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

무뚝뚝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가서 바로 오른쪽의 바깥쪽 테이블 앉아, 그 옆에 가방을 내렸다.

한 분이 메뉴판을 가져와 놓고 갔다. 내 점심메뉴는 정해져 있었기에, 쭉~한번 보는 척하고, 그분이 부엌으로 가기 전에 주문을 했다.

"김치찌개 하나 주세요"

"네"

'김치찌개 맛있죠?'라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별로 의미 없을 것 같아 참았다.


그리고 다른 목적인 화장실을 찾았다. 화장실 표시가 안 보였다.

"여기 화장실 어디죠?"

에서 김치찌개를 준비하는 분께 물었다.

"이쪽으로 가세요"하며 부엌의 안 쪽을 가켰다.


화장실 표시가 안 보여 바깥으로 가야 할 것 같았는데, 부엌 안에 화장실이 있었다.

열쇠를 받아 밖으로 가서 문을 열어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 다행이었지만,

부엌 안의 화장실도 편한 마음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이쪽인가요?" 하며 부엌 안으로 들어가서 왼쪽을 가켰다. 부엌으로 들어가 오른쪽은 주방이었다.

"네 그쪽으로 가세요."


화장실에서 나와 자리에 앉았다. 그랬더니 능이버섯에 대한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능이버섯 전문점이구나.'

'버섯의 황제', '향버섯', '암예방'같은 빨간색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버섯이라...

얼마 전에 만났던, 자칭 '버섯왕자'가 생각났다. 이 버섯왕자는 한마디로 버섯에 푹 빠진, 버섯에 거의 미친 사람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나머지 시간은 버섯에 대해 공부하고 버섯을 기르는 일에 시간을 할애한다고 했다. 나와 만날 날도 버섯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그날이 두 번째 만남이었는데, 30분 정도 얘기를 나눴지만, 온통 버섯 얘기였다. 기억에 남는 얘기는 금요일 버섯 먹는 날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버섯을 주기적으로 먹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버섯이 장에 좋다며 강추했다. 꽤 설득당했다. 그리고 버섯을 주기적으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이런 생각을 하니 이왕 먹을 거, 버섯 들어간 요리를 주문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비싸도 몸에도 좋고 여기서밖에 먹을 수 없는 걸 주문했어야 했다. 김치찌개는 어디서나 먹을 수 있지 않은가'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러고 보니 능이삼계탕이라는 메뉴가 있었다. 삼계탕은 먹어봤는데, 능이삼계탕은 들어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었다. 이런 걸 먹어야 하는데, 별생각 없이 김치찌개를 시켜버렸다.


'주문한 지 3분은 족히 지났는데, 메뉴를 바꾸는 건 말도 안 되겠지? 그래도 한번 물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치찌개도 새로 만드는 게 아니고 세팅해놓은 요리를 데우기만 한다면 바꿔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요리하는지 알 수 없고, 3~4분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메뉴를 바꾼다는 게 상식적으로 안 맞아 보였다.

'아 아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하고 고민하다 보니 포장해서 저녁에 먹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물어봤다. 

"여기요, 여기 능이삼계탕 포장 가능해요?"

"네" 한 분이 답했다.

그때 포장이 된다는 말을 자르듯, "아뇨, 안 돼요" 라며 왼쪽에 있는 방에서 나오던 사장님 같은 분이 내 말을 듣고 답했다. 

"주문이 들어오신선한 닭고기를 넣고 끓여야 해서 포장은 안 돼요."

끊여놓은 삼계탕을 데워서 내주는 곳은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더 먹어보고 싶었다.


조금 지나 김치찌개가 나왔다. 기대했던 만큼 고기가 많지 않았지만 맛은 깔끔했다. 고기가 조금 더 크고 많이 들어있었으면 좋을 텐데 생각했지만, 7000원짜리 김치찌개가 이 정도면 만족해야지.

반찬도 김치, 멸치볶음 등 네 개가 나왔는데 깔끔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계산을 하며 사장 같아 보이는 분께 말했다.

"능이 삼계탕을 먹어볼 걸 아쉽네요."

"안 돼요. 능이삼계탕은 미리 예약을 해야 하요. 저기 다른 가계랑 달라요. 예약이 들어오면 고기를 마련해서 삼계탕을 만들기 때문에 갑자기 주문하면 해드릴 수 없어요." 

 가게 능이삼계탕은 근처 다른 곳과 다르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렇군요. 잘 먹었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왔다.


다음에 이 근처서 다시 미팅을 하게 되면 점심시간 전후로 약속을 잡고, 미리 예약을 해서 능이삼계탕을 꼭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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