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꾸라지 Nov 09. 2022

나는 왜 상습범이 되었나


나는 여자가 아니다. 그래서 여자화장실에 갈 일이 없다. 근데 최근 두 번이나 들어가 버렸다. 습범?


지난주 한 지하철 역에서 조금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들어가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소변기가 안 보였다. 전체 구조를 살펴보니 내가 아는 화장실이랑 달라 보였다. 이런! 얼른 뛰쳐나왔다. 다행히 그 화장실엔 아무도 없었다.


바로 옆에 내가 익숙한 구조의 화장실에서 볼 일을 마쳤다. 왜 이런 실수를 했지? 생각해보니 몇 달 전에도 이 역의 화장에서 같은 실수를 했던 게 떠올랐다. 상습범? 


그렇지만 내 짧지 않은 인생에서 이런 실수를 했던 적은 딱 이 두 번. 다행히 다른 여자화장실 침입 사건은 생각나지 않았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여자화장실에 가본 건 소싯적에 식당 알바 때 청소하러 간 정도가 아닐까.


하필 여기 역 화장에서만 두 번의 실수라. 궁금해졌. 왜 이 화장실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까.  한 번이야 그냥 실수라 여기고 넘어갔었는두 번째 땐 생각이 좀 달라졌다. 이유를 찾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화장실 입구를 다시 봤다. 남녀가 지나다니는 입구에 서서말이다. 그랬더니 입구가 아래 사진처럼 돼 있었다.

이다음 구조는 찍지 않았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턴 해서 직진하면 남자들이 들어가면 안 되는 화장실이 있고, 왼쪽으로 턴해서 바로 오른쪽으로 턴해야 소변기가 따로 있는 화장실이 있다.


음, 여자가 아닌 내가 왜 여자 화장실에 가게 됐을까? 내 부주의가 가장 큰 문제였겠지만, 부주의만의 문제라면 유독 여기에서 두 번씩이나 실수했다는 게 작은 의문으로 남는다. 


위 사진 보고 나는 이렇게 추측하게 됐다.


나는 역에서 화장실에 들어갈 때 시험문제지를 보거나 사격 목표물을 보는 것처럼 집중력을 가동하지 않는다. 집중은커녕 제대로 안 보고 다니는 게 분명하다. 그냥 쓱~훑고 다니는 게다.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헷갈려하는 표시가 여닫이 문의 밀고 당김 표시라고 한다. Push、 Pull을 신경 안 쓰고 밀거나 당겨버린다다. 생각해보나도 몇 번 그랬. 집중은커녕 별생각 없이 다니는 거다.


그러다 보니 이 화장실에 들어갈 때 위 사진을 쓱~스캔하고 무의식 중에 이렇게 판단했던 게 아닐까. 왼쪽 파란색이 남자 화장실, 오른쪽 빨간색이 여자 화장실. 상황 파악 끝. 좌향좌. 돌진. 


그래서 나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내가 여자 화장실 침입한 상습범이 된 이유는 내 부주의 98%, 화장실 입구의 표시와 구조의 문제 2%. 물론 증명할 순 없다. 


신고당하기 전에 특히 역에서 화장실에 갈 땐 좀 더 신하게 보고 다녀야겠다. 그리고 한 가지 궁금해졌다. 이런 실수를 하는 사람이 나뿐일까?

작가의 이전글 일주일 만에 브런치북 만들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