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시간(5월 24일)에 부채 만들기를 진행했다. 폐지를 이용해서 업사이클 부채를 만들어보는 시간이었다. 업사이클이란 리사이클에 비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쓰레기 재활용방식이다. 지역 축제가 끝나고 쓰레기가 될 예정이었던 네부타(네부타란 대형, 소형 전등차. 아래 사진 참조)에서 분리한 폐지를 활용해 보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초빙한 강사의 지도 하에 학생들이 직접 부채를 만들었다.
진행 과정은 이렇다.
초빙 강사가 대략적인 부채 만들기 과정을 설명.
먼저 학생들이 그룹으로 나눠 앉는다. 네 명 정도가 한 그룹. 그룹별로 준비물인 부챗살, 가위, 풀 등을 받는다.
그리고 폐지가 가득 담긴 봉투에서 부채에 붙일 수 있는, 마음에 드는 폐지를 각자 고른다. 이 폐지가 중요하다.
그 종이를 부채 모양의 틀에 맞게 자르거나, 너무 작은 경우 종이끼리 풀로 붙여서 부채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형태로 만든다. 종이는 양면으로 붙여야 하므로 두 개가 필요하다.
부채용 종이가 완성 됐으면 종이에 풀을 바르고 부챗살에 맞춰 붙인다.
그다음 부채를 뒤집고 부챗살에 풀을 바른다. 그다음 나머지 종이를 부챗살에 붙이고 잘 문질러준다.
그다음 부챗살을 종이 크기에 맞게 잘라낸다
종이와 부챗살 끝부분을 봉합하는 종이를 붙인다. 이 부분이 제일 난이도가 높으며 동료가 잡아줘야 좀 편하게 붙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종이의 마지막 부분을 봉합한다.
그룹을 돌며 설명을 하고 있는 강사(좌) 종이에 풀칠을 하고 있는 학생(우) 네부타 폐지를 잘라 부채에 붙일 수 있는 종이로 만들고, 그 종이에 풀을 칠하고 있다(좌) 한 쪽에 종이를 바르고 뒷면에도 종이를 붙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우) 종이를 바르고 부챗살을 종이 크기에 맞게 자르고 있다(좌) 부챗살을 자르고 종이와 부채살이 잘 붙어 있을 수 있게 테두리에 종이를 바르고 있다(우)
30분 정도면 끝날 것이라고 했는데, 가위나 풀 같은 도구를 함께 써야 해서 그런지 90분 이상 걸렸다. 그런데도 다들 너무 잘 집중해 줬다. 완성된 부채는 수강생들이 각자 가져갈 수 있어 더 집중했는지 모르겠다. 강의 시간에도 이렇게 집중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집중을 잘하는 학생들이 강의 시간에 집중력이 약해지는 건 강의 내용이나 방법에 문제가 있거나, 학생들과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엔 준비물도 좀 부족하고 해서 그냥 보고만 있다가 나도 한번 따라 해 봤다.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가위, 풀을 빌려 써야 해서 불안불안하게 만들었지만 어떻게든 완성했다. 특히 부챗살과 종이를 봉하는 테두리를 혼자 붙이는 쉽지 않아 간신히 끝냈다. 실제 자세히 부면 좀 엉성하게 끝났다. 그래도 폐지 무늬가 나쁘지 않고 도장까지 찍어 넣으니 그럴듯해 보인다. 네부타 부채 완성.
아래 오른쪽 도장이 "아오모리 네부타 부채"라고 도장이 박혀있다. 그런데 왜 아오모리 네부타 부채일까?
이 부채가 '아오모리 네부타 부채'인 건, 재료로 사용된 폐지들이 네부타에서 왔기 때문이다. 네부타 축제에 사용되는 네부타는 한 대당 약 2억 원의 예산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큰 예산을 들여 전문가들이 몇 개월에 걸쳐 완성한 네부타는 축제 후 대부분 폐기해 왔다. 이런 지역 축제 문화를 바꾸기 위해 폐기하던 네부타를 다양한 형태로 재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몇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그중에 하나가 네부타 폐지를 활용한 '아오모리 네부타 부채' 만들기이며, 학생들이 지역의 지속가능한 축제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직접 부채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작은 네부타(좌) 네부타 종이를 오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학생들(우)
일본 동북 지역 3대 축제로 알려진 아오모리 네부타 축제. 가까이서 보면 꽤 박력 있다.
2023년 아오모리 네부타 축제 맛보기 영상. 지인이 좋은 자리를 잡아줘서 꽤 가까이서 즐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