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이란 위스키에 얼음을 넣고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술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일본에서 하이볼이 꽤 많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아래 기사 제목처럼 하이볼은 아저씨나 할아버지가 마시는 술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전 이사장님이 건강 때문에 꾸준히 하이볼을 마신 정도.
내가 유학 생활을 하던 1990년대 후반에도 술자리가 꽤 있었다. 당시는 보통 맥주나 사와를 마셨다. 그때도 하이볼이 있었지만 마신 기억은 없다. 위스키는 가끔 마셨는데, 주로 온더락이나 스트레이트였다. 2018년부터 다시 일본 생활을 시작한 후로 마시는 술이 좀 다양해졌는데, 이전에 비하면 사케, 와인, 소주 등도 자주 마시게 됐다. 그렇지만 하이볼의 거의 안 마셨다. 그러다 2~3년 전부터 하이볼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 일본 술집에서 흔히 마시는 사와(サワー)는 소주 등에 탄산수와 과즙을 섞어 만든 일본식 칵테일로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매실사와(우메사와)를 제일 많이 마셨다.
하이볼이 이전에 비해 꽤 대세가 되었는데, 이를 소개하는 기사를 읽어보니 유행하게 된 이유가 재밌고 신선하다. 기사에 의하면 잘 나가던 위스키 산업 자체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할 만큼 한때 매출이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회사는 아예 공장을 축소하기도 했다고. 그랬던 위스키 산업이 하이볼의 인기와 함께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 하이볼이 유행하게 된 계기가 몇 가지 있어 보인다. 회사의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 일본 위스키의 세계적인 명성. 그래도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위스키 회사의 젊은 사원이 한 말이 힌트가 된 것 같다.
위스키도 생맥주처럼
위스키 회사의 한 부장은 2007년 위스키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는데, 그때 위스키를 안 좋아하는 한 젊은 사원이 던진 말이 힌트가 되었다고 한다. 그가 툭 던진 말은 "위스키를 생맥주 잔으로 맥주 감각으로 마실 수 있게 하면 어떨까요?"였다. 이 말에서 힌트를 얻어, 이를 실제로 시장에 침투시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워 추진한 결과가 하이볼 인기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하이볼은 생맥주 잔에 비교적 낮은 도수로 즐기는술이 되었다고.
그러고 보니 이전에 하이볼은 작은 맥주컵에 마시는 게 보통이었다. 근데 요즘은 정말 생맥주 잔에 마시는 게 보통이다. (대문사진 참조) 그리고 젊은 층이 쉽게 마실 수 있게 하이볼 레시피(위스키와 탄산수의 비율 1:4)도 개발해서 보급했다고 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쉽게 마실 수 있는 하이볼 캔도 적극적으로 개발 했다고 한다. 재밌는 발상을 한 젊은 회사원,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잘 포착해서 전략화 시킨 노련한 간부가 하이볼 유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아래 사진은 요즘 내가 집에서 한 잔 하고 싶을 때 마시는 패턴이다. 얼마 전까지는 맥주 한 캔이면 충분했는데 요즘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먼저 하이볼을 한 잔을 마시고, 마무리로 맥주를 한 잔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