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꾸라지 Jul 01. 2024

벚꽃 마라톤

인생 첫 하프 마라톤 완주

하프 마라톤 완주(4월21일 일요일)


간신히 완주!

결승점을 통과했다!!

4천 명이나 참가한 대회라 사람들이 꽤 많았고, 스태프들이 축하해주고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숨이 너무 찼다. 헉! 헉! 헉!


아무 곳이나 그대로 주저 않고 싶었지만 앉을 곳이 없었고, 사람들이 많고 복잡해 간신히 간신히 앞으로 걸어갔다. 결승점을 조금 지나니 바로 앞에서 음료수와 빵을 나눠주고 있었다. 받아 들고 조금 더 앞으로 걸어나가니 마라톤 대회 기념 수건을 나눠주고 있었다. 받아 들고 조금 더 나아가니 스태프들이 내 가슴에 부착된 마라톤 기록용 칩을 떼갔다. 얼른 앉아 나눠준 음료를 마시고 싶었다. 사람들이 많아 앉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우선 음료 뚜껑을 열어 몇 보금 마셨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앉을자리를 찾아봤다. 테이블은 전부 차 있었다. 벽 쪽에 빈 공간이 있어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때서야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힘들었던 만큼 무사히 완주해 기뻤다.

아오모리시장이 출발을 알리고 있다. 그 옆에 아오모리 출신 마라톤 선수 (좌) 하프 마라톤 완주. 1시간57분(우)


왜 참가했지?


몸이 무거웠지만 처음 몇 km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하프 마라톤이므로 21km를 달려야 했다. 나중에 기록을 보니 8km 지점을 달릴 때 속도가 제일 빨랐다. 1km에 약 4분 43초. 그게 마지막이었다. 14km를 넘어서면서부터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15km 지점을 달릴 때는 5분 47초, 8km 지점과 비교하면 1km에 1분이나 늦어져 있었다. 2,3km를 남기고는 정말 힘들었다. 괜히 참가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냥 걷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냥 걷자,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잠깐 걷다가 다시 뛰면 되잖아, 아냐 아직 괜찮아 끝까지 뛰자는 생각이 번갈아가며 뇌리에서 다투고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끝까지 뛰었다.


벚꽃공원에서 벚꽃마라톤


이날 대회는 벚꽃이 만개한 공원에서 출발했다. 아오모리 시내 노키와 공원. 처음 가보는 공원이지만 꽤 큰 공원이었다. 약간 쌀쌀한 날씨였지만 춥지 않았고 완연한 봄날씨였다. 약 4천 명 정도가 참가했다고 한다. 꽤 큰 행사라 그런지 사람들도 많았고 관계자들도 많았다. 아오모리 시장을 비롯하여 지역 유지들이 참가해서 축사를 해주었다. 사람들이 꽤 많았지만 질서 정연하였으며, 화장실, 탈의실, 종합 안내실, 내빈 단상 등 행사를 잘 준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행사를 시작하고도 출발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는데, 그 시간은 지겨웠다. 풀코스 출발, 10km 출발, 하프 A그룹 출발, 내가 속한 B그룹 출발. 겨우 출발.


마라톤 참가자들이 공원으로 모여들고 있다(좌) 출발 전 수분 공급할 수 있는 곳(우)


풀마라톤A팀 출발 준비(좌) 미꾸라지가 달린 하프 마라톤 출발 준비(우)

좀 더 잘 준비했어야


결과론이지만 이번엔 준비가 부족했다. 연말에 한국에 자주 나가 있었다. 12월 중순에 나가 1월 초까지 한국에 있었고, 2월 초에 나가 3월 초까지 한국에 있었다. 4월 초에도 또 나가 있었다. 한국에 나가 있으면 달리기 연습이 쉽지 않다. 그리고 아오모리는 겨울에 눈이 쌓여 있어 집 근처에서 달리기 연습이 쉽지 않다. 운동장까지 가야 하는데 꽤 귀찮다. 무엇보다 살을 빼지 못했다. 특히 한국에 가 있으면 보통 살이 많이 찐다. 집에 먹을 것도 많고 술자리 약속도 적지 않아 살찌는 건 신경 안 쓰게 된다. 그러다 보디 한동안 무서워서 아예 몸무게 체크하지 않았다. 그래도 달리기 일주일 전에 몸무게를 확인해보았는데, 역시나 깜짝 놀랄 수준이었다. 지난 마라톤 대회보다 4~5kg은 더 나가는 몸무게로 달렸다.


다음에는 더 잘하자

그래도 하프를 한번 달려봤다. 달리는 중에는 두 번 다시는 마라톤 대회는 안 나겠다고 생각했지만 끝내고 보니 그래도 달려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가 부족했지만 나름 준비하며 체력을 끌어올렸고, 어쨌거나 하프를 달려보았다. 이번엔 사전 연습, 몸무게를 포함한 컨디션 조절, 코스 사전 파악 등 부족했던 게 많았던 만큼 배운 게 많은 대회였다. 다음에는 더 잘 준비해서 좀 더 즐기면서 달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


(관련 브런치스토리 다자이 오사무가 걸었던 길을 달려보아요 (brunch.co.kr))


매거진의 이전글 달을 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