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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

조기 교육의 부작용

by 미꾸라지

같은 숙소에 거주하고 있는 S선생님과 많은 얘기를 하는 편인데 가끔 한국의 사교육이 주제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의 자연 체험을 위해 자연학교까지 설립하고 숲유치원 전국 네트워크까지 만든 분이라 과도한 사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편이며 부작용을 우려할 때가 많다. 일본도 사교육이 있지만 한국의 사교육이 더 심해보인다고.

내가 거주하고 있는 일본의 아오모리 같은 작은 도시에서 보면 한국의 사교육은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초등학생 자녀가 두 명인 아오모리 지인이 있는데, 아이들은 휴대폰이 없으며 같은 반 아이들도 휴대폰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 아이들의 경우 방과 후에 운동은 하지만 학원은 전혀 안 다닌다고. 보통 이런 분위기라고 한다.


이런 곳에서 보면 한국의 사교육 시장, 특히 강남 3구의 사교육 얘기는 쉽게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학원을 위해 학원을 다니고. 초등학교 때 고등학교 수학까지 진도를 나가려 하고, 조기 의대 진학반이 있고... 초등학교 때 공부를 제대로 해놓지 못하면 인생의 낙오자라도 되는 분위기... 이러니 어떤 부모가 사교육에 초연할 수 있겠는가.


강남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공부시키려면 지금 피눈물을 흘리지만, 안 시키면 나중에 피눈물을 흘려야 한다고. 지금 피눈물 나는 게 낫다며 분발한다고. 부모는 피눈물을 흘리며 공부를 시키고, 아이들은 피눈물 흘리며 공부를 해야 하는 분위기. 과장된 말이겠지만 강남 사교육이 얼마나 과열돼 있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얘기가 아닐까.


물론 사교육의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소수 정예로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는 학업성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고, 비교적 비싼 학원비를 내는 학생은 주요 고객이므로 선생님들도 친절하고, 어느 정도 결과도 내야 해서 열심히 잘 가르치는 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실제 명문대 진학 학생이 서울, 특히 강남 등 사교육 시장이 잘 형성된 지역 출신이 많다는 뉴스도 본 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일찍, 좀 더 많이, 좀 더 깊이 가르치려 드는 것 같다. 장단점이 있지만 과도한 사교육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특히 문제는 이런 분위기에 못 따라가는 학생들이 아닐까. 공부에 소질이 있고 공부하는 게 재밌는 학생들에게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까지 사교육 분위기에 휩쓸려 공부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분위기는 문제가 될 수 있다.


S선생님은 과도한 사교육은 조산만큼 위험하다고 자신의 지론을 펼친다. 교육을 전공한 S선생님이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연령에 맞게 균형 있는 심신의 발달이 필요한데, 조기 교육으로 인지적 발달에 너무 노출되게 되면 조산만큼 위험할 수 있다는 논리다. S선생님 당신의 생각인지 어디서 실제 그런 연구 결과를 봤는지는 모르겠다. 이 얘기를 들었을 땐 좀 과한 걱정이라 여겼는데 아래 기사를 읽고 보니 S선생님의 얘기가 맞을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연합뉴스: '강남 3구' 아동 우울증·불안장애 '심각'…"조기 사교육 악영향"

https://v.daum.net/v/2025042506003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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