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끊었다.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자동차 구입으로 돈도 좀 아껴야 하고, 술을 마실 시간에 책이라도 한 자 더 보는 게 나을 거 같고,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당분간 자제해 보고자 금주를 시작했다.
2년 동안 술을 끊을 예정이어서 3월 말에는 술자리가 많았다. 3월 31일까지 술자리였다.
나도 고민됐지만 가끔 술을 함께 했던 분들도 아쉬워했다. 내가 술을 끊는 이유가 자동차 할부금 때문이라고 하니,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술은 자기들이 살 테니까 가끔씩은 마시자고 했다.
사실 술을 끊는 이유에서 돈이 중요한 건 아니다. 조금씩은 마실 수 있다. 건강, 시간을 위해 차구입을 계기로 단호하게 2년이라도 끊어보고자 시작한 것이다.
술을 안 마시게 될 경우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마음에 걸리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만나면 술을 마셔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 한 명이 S선생님이다. 같은 기숙사에 살아, 아오모리에 살면서 술로 함께한 시간이 꽤 길다.
술을 마시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배우는 것도 많지만 숙소에서 마시다 보면 늦어지기 쉽고, 과음하기 쉬운 것도 문제였다. 8년을 그렇게 마셨으니 잠깐 안 마셔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금주는 S선생님이 제일 아쉬워했고, 몇 번이고 가끔은 마셔야 한다고 권한다. 본인을 위해서인지, 나를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술을 가끔 마셔도 되는 이유를 설교했다. 술로 가끔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고, 가끔 마시는 건 건강에도 나쁘지 않고, 심지어 앞으로 술은 자기가 준비하겠다는 등 여러 가지 제안을 해왔다.
그래서 내 지론을 펼쳤다.
세 가지 타인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게 있다는 내 지론을.
"저는 결혼, 아이 갖는 것 그리고 술은 다른 사람한테 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S선생님이 멈칫한다.
결혼, 출산, 술 이 세 가지는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자는 게 내 지론이다.
전혀 안 어울리는 이 세 가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강요받지만 결국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듣고 있던 S선생님이 반문했다. 결혼, 출산을 누가 강요했었냐고.
결혼이 늦어져 강요가 심했다고 하니, 자기는 남들이 강요하기 전에 결혼도 출산도 해버려 모르겠다고 농을 쳤다.
다행히 그 이후로 술 마시자는 말씀은 안 하신다.
결혼을 해보고, 육아를 해보면서 가끔 생각한다.
이렇게 힘든 일을 사람들은 왜 그렇게 권할까...
가족을 이루고 사는 게 장점도 많고 보람도 있지만 남에게 쉽게 권할 일인지는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힘든 일이 아닌데 유독 내게만 힘든 걸까...
아무튼 나는 누구에게도 결혼, 자식, 술을 권하지 않으리.
# 여기서 출산이란 지식을 가지는 걸 의미한다. 남자인 내게 누구도 출산을 강요하진 않았다. 하지만 남성이 자식을 갖게 되는 것을 표현하는 적당한 명사가 생각나지 않아 출산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적절한 단어가 아니지만 뾰족한 용어가 생각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