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는 시작 됐다
"술을 이 년간 안 마시면 금전적으로 어느 정도 가치가 있을까?"
"이천 만원 정도?"
"최소 그 정도 가치는 있겠지? 그럼 4월부터 술을 끊어볼까..."
"실제 절약하는 돈, 기회비용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해지는 걸 환산하면 그 정도 가치는 있을 거 같은데..."
속으로 생각했다. '오래 살다 보니 의견이 같을 때도 있네....'
나도 2년 정도 술을 끊을 수 있으면 2천 만원 정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4월부터 술을 끊기로 했다. 4월부터 2년 동안 자동차 할부가 들어가는데 이 기간 동안 술을 끊어보기로 했다.
2월 갑자기 차를 처분해야 했다.
(참고 브런치: 비자발적 폐차)
자동차 정기 검사를 받고 더 타려고 했었는데, 아래쪽에 구멍이 나있어 어렵다는 것이다. 자동차 검사 만기도 얼마 안 남았었고, 한국 출장도 준비하고 있던 터라 다음 차를 어떻게 할지 빨리 결정해야 했다.
차를 바꾸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외국에 거주하고 있어 더 그랬다. 정규직이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신경이 쓰인다. 여기 아오모리는 눈이 많이 내려 사륜 구동이어야 하고 자동차 부식이 빠른 점도 고민거리였다.
여러 고민을 하다가 조금 무리해서 한 번은 타보고 싶던 렉서스를 중고로 구입하기로 했다! 내겐 아주 큰 결단이다. 우유부단한 성격이라 고민이 많이 됐지만 질러보기로 했다. 일부는 현금으로 지급하고 일부는 2년간 할부로 지불하기로 했다.
이 참에 술을 끊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 할부가 들어간다고 술 마실 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를 구실로 술을 끊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돈도 좀 절약해야 하고, 술을 안 마시면 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술 마실 시간을 아껴 책이라도 한 장 더 보게되면 1석 2,3조는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완전히 끊어야 할 지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나름 술친구들이 있고 술자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요즘은 혼술도 가끔 한다. 달리기나 온천을 다녀온 후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은 힐링 그 자체다. 이런 술을 끊어야 하나? 끊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꽤 오래 지속됐다.
'한 달에 한 번은 마시는 걸로 할까?', '소주 세 잔까지는 마셔도 되지 않을까? ' 하는 갖가지 잡념이 들었다.
4월이 가까이 오자 결단을 내려야 했다. 2년간 술을 한 모금도 안 마시는 금주를 단행하기로 했다. 사실 저렴한 차도 많은데 주제넘게 넘 비싼 차를 구입한 게 아닌지 뒤가 좀 많이 구렸다. 근데 만약 차 구입을 계기로 2년 정도 술을 안 마실 수 있다면 분명 남는 장사다.
그래서 자기 합리화를 했다. '그래 2년 정도 술을 끊으면 최소 2천만 원은 버는 거야. 그럼 차값의 절반 이상은 버는 거니까 차를 아주 잘 산 거지!'
4월 하고도 8일이 지났다. 술을 끊고 보니 아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금주는 시작됐다.
*대문 사진은 3월 31일 마지막 술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