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오키나와

맹그로브크랩은 못 먹었어도 재밌었다 (2026.01.03.)

by 제니퍼씨

서현이의 요즘 최애 유튜브는 생물도감이다. 생물도감의 선생님은 야생 동물을 관찰하러 해외에도 가는데 오키나와 편도 있었다. 겨울 방학에 제주도 간다고 좋다던 친구가 아빠의 ‘오키나와 갈까’라는 낚싯밥 한 번에 제주도는 한사코 사양, 어쨌든 오키나와 가서 맹그로브 크랩이던 코코넛 크랩이든 잡아서 맛을 봐야겠단다. 독이 있는 투구게도 좀 잡아서 살펴보고.

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뚜렷하고 무엇이든 계획을 세워하는 걸 좋아하는 이 친구가 난 참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참 좋다.

엄마 아빠가 나이 들어서 죽고 서현이에게 모두 물려주고 나면 그 뒤에 나는 어떻게 되나 물어보길래, 걱정하지 말아라, 서현이는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고 아기도 많이 낳아서 행복하게 외롭지 않게 살면 될 거야, 엄마가 좋은 사람 만나서 사랑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 기도할게 했더니 조금 안심하는 눈치다. 그래 언젠가는 (생각보다는 빨리) 잘 자라서 스스로를 돌볼 수 있고 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독립해서 살아가기를 (엄마 아빠가 짐이 되지 않으면서도) 멀리서 응원하는 존재로 그의 마음에 변함없는 사랑과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존재로 남아있을 수 있기를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이번 여행에서는 돌고래 쇼도 생전 처음 보고 짧지만 해변가에 앉아서 모래 놀이도 하고 떠내려온 산호 조각도 보고 그 맹그로브 크랩이 있는지 바위틈에 찾아보기도 했다 (실제로 죽은 크랩 반쪽을 발견하기까지 했다)

서현이는 가끔 평소에도 다음 희망 여행 계획을 말한다. 중국에도 한번 가보고 싶고, 파리에도 가보고 싶다. 유럽에서는 많이 걸어야 하니까 아마도 초등학생이 되면 가야 할 것 같다…등등.

말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닌데 ㅎㅎ 그래도 서현이가 엄마 아빠랑 여행을 다녀줄 때가 행복한 것 아닌가.

난 그가 철들어 엄마로부터 독립하는 날까지 카운트다운 하는 마음으로 산다. 새해 들어 벌써 7살이 되었으니, 중학생 되는 14살까지 7년 남았네.. 중학생이 돼도 여전히 ‘엄마가 좋아요’ ‘엄마 사랑해요’ 해 줄까? 그 말 듣자고 안 되는 것도 된다고 하고 아이한테 잘 못하게 되지는 않을까.. 키우면서 정들고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다 보니 별 생각이 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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