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녹록지 않은 세상이다.
아주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원래는 그냥 일기장을 대신해 이 브런치에 20대의 회고와 갈무리된 생각들을 나열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가지런히 맞추어 쓰려는 그 고상함 때문에 한 달에 한번 쓸까 말까 한 —앞부분만 너덜거린 채 끝나는— 여느 노트와 같아져 버렸다.
그래서 그냥 다시 휘갈겨 쓰기로 마음먹었다.
제목과 같이 요즘 내 일상은 아주 '지난'하다. 지극히 어렵다는 뜻의 거의 쓰지 않는 단어이지만 나는 왠지 이런 단어가 오히려 의미를 더욱 잘 나타낸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무게감이 있달까. 사실은 그냥 어려운 단어로 멋 부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무엇 하나 쉽지 않고 어지러운 세상이다". 어쩌면 세상은 90년대에 태어난 청년들을 "억까"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누구나 자기 젊은 시절이 제일 고단했다고, 지금은 세상이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막상 아무것도 손에 쥔 거 없이 세상에 던져진 내게는 이 어지러운 세상이 꽤나 버겁게 느껴진다. 어릴 때는 결심하고 이루어내는 것이 비교적 쉬웠던 것 같은데, 요즘은 사소한 결정조차 쉬이 내릴 수가 없게 되었다.
죽어라 공부하고 수능 봐서 겨우 명문대를 들어와서, 또 피똥 싸며 석사 학위까지 받아서 대기업에 입사했으면 사실 근로소득만으로도 이제 잘 살 수 있는 줄만 알았다. 근데 지금에 와서 보니 근로소득만으로는 먹고살기도 어려워진 세상이 되었다. 회사는 서울에 있는데, 그 서울에 누울 집 한 채 사려면 근로소득으로 20년은 꼬박 일해야 겨우 하나 생길까 말까 한 세상이 현실이 되었고, 주식, 부동산 공부, 부업 같은 건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어버렸다.
'부'와 '자산'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상대적인지라, 결국 우리는 회사에서 남보다 좋은 성과를 받기 위해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또 남보다 더 많이 벌기 위해 주식 차트를 보고 부동산 입지 분석을 하고 앉았다. 이게 억까가 아니면 뭐야.
내가 왜 먹고살려고 저기 이역만리 미국 대통령이 하는 정책을 분석하고, 연준의장이 하는 연설을 예측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 여전히 도통 모를 일이었다. 정말 세상을 사는 난이도가 너무 높아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렇게 사는 게 지치고 앞으로 살아갈 생각에 숨이 턱 막힐 때면 나는 이런 생각으로 나를 위안 삼곤 한다.
'이건 그저 한 생명체가 세상에 태어나 살아남는 과정일 뿐이다.
하루살이도 그 며칠을 버티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작은 미생물조차 태어난 순간부터 조금이라도 더 오래 존재하려 발버둥 친다.
우리가 처한 현실도 다르지 않다.
단지 생존의 방식이 훨씬 요란하고 복잡해졌을 뿐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
주어진 삶의 공간 안에서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잘 생존해 보려고
허우적이고 경쟁하는 생명체들일뿐이다.'
그래서 결론 없는 긴 푸념과 불평의 끝에는 결국 너무 깊이 생각 말고, 그냥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내보자로 귀결되곤 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의 역설
2030의 인생 난이도가 높아진 데는 분명 'SNS'와 '정보의 과포화'가 크게 한몫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 아는 것도 적당히 알아야지. 세상은 어느 순간부터 너무 많이 알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되어버렸다. SNS와 유튜브가 ‘정보 = 돈’이라는 공식을 완성해 버린 뒤, 사람들은 너도나도 정보를 제공하며 수익을 얻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검색 한 번으로 주식하는 법, 부업하는 법, 부동산 매매 요령까지 다 알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미국 주식 종목을 줄줄 외고, 부동산 동향은 웬만한 공인중개사만큼 파악하게 되었으며, 틈만 나면 '부업' 하나쯤은 챙기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정보는 결국 넘쳐흐르다 못해 그 희소성과 차별성 마저 상실해 버렸다. 우리는 스타크래프트에서 모두가 'show me the money'를 치고 서로 게임을 하고 있는 모양새가 되어버린 것이다. 돈이 무한대이면 더 이상 ‘돈’이 무기가 아니듯, 정보가 무한히 쏟아지자 지금은 누가 더 아는가가 아니라 누가 덜 흔들리고, 덜 휘둘리고, 덜 지치는 가의 싸움이 되어버렸다.
결국,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는 힘은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내가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잘 고르는 능력이 되어 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