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쯤 휴머노이드를 가사도우미로 쓸 수 있을까?
남편과 차를 타고 가다가 불현듯 시작된 토론이다. 남편은 단연코 10년 안에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가사노동을 담당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가 나올 거라고 했고 나는 10년 안에 절대로 그렇게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설령, 그렇게 다재다능한 휴머노이드가 나온다고 해도 너무 비싸서 상용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나의 비관적인 예측이다. 고작해야 아침을 만든다던가, 청소를 한다 던가, 시장을 본다 던가 하는 정해진 업무만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는 생길 것 같다. 각각의 휴머노이드는 맡은 업무만 할 수 있어서 요리하는 휴머노이드는 요리만, 청소를 맡은 휴머노이드는 청소만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전문지식이 없어서 감히 AI 기술의 발전을 저평가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mind는 기술에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용이 상용화에서는 가장 중요한 이슈일텐데 관련해서는 따로 글을 써야 할 만큼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10년후에 휴머노이드를 가사도우미로 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적인 문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며 지금 세상은 우리에게 마음껏 상상해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감히 상상을 해본다면,
우리가 원하는 휴머노이드는 우리가 음식 메뉴만 말해도 알아서 척척 음식을 내올 수 있어야 한다. 요리도 하고, 시장도 보고, 청소도 하고, 아이도 돌보는 만능 휴머노이드를 원한다. 인간이 할 수는 있지만 때에 따라 인간이 하지 못 하는 부분을 휴머노이드가 대신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불로장생 알약을 만들라는 것도 아니고 하늘에 집을 지어달라는 것도 아닌, 아주 단순 반복적인 우리의 일상을, 우리가 하지 못 할 때 또는 하기 싫을 때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늦은 저녁,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와서 “휴머노이드! 오늘은 해물칼국수 해줘”라고 말하고 내가 옷을 갈아입고 씻고 나왔을 때 식탁에 음식이 준비되어 있기를 기대한다.
휴머노이드는 메뉴에 맞는 재료 선택하고, 알맞은 크기로 자르고, 썰어서 준비한 다음 재료의 특성에 맞춰서 익힘을 따로 하고, 요리의 간까지 맞춰야 한다. 인공지능은 해물칼국수의 레시피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여러 가지 버전으로. 그렇다고 한들, 자신이 알고 있는 레시피를 휴머노이드 바디가 실행할 수 있도록 적절하고 정확하게 신호를 보내서 움직이게 할 수 있을지, 아직 난 신뢰가 가지 않는다. 요리 과정에서 발생한 설거지도 알아서 센스있게 설거지해서 건조대에 착착 엎어놓길 바란다.
휴머노이드 가사도우미가 상용화가 될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사도우미 휴머노이드가 생긴다면 내가 제일 먼저 시키고 싶은 가사업무는 분리수거와 침구 청소이다. 요리나 청소만큼 지식이 필요하지도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으며 정말 단순한 가사 업무인데, 참 하기가 싫다. 그 일을 제일 먼저 가져가 주었으면 좋으련만, 과연 맡길 수 있을지 걱정이 먼저 앞선다.
일단 분리수거는 그 종류만 해도 다양하고 플라스틱과 비닐, 금속과 유리병, 비닐과 유리병 등과 같은 혼합 재질이 많기 때문에 일일이 분류하는 것이 말하는 것처럼 쉽지가 않다. 지금도 무라벨 플라스틱 음료 병이 나오고 있으니 10년 후에는 포장재가 더 많이 간소해지거나 분리수거하기 좋게 변할지도 모르겠다. 어디 그뿐인가? 플라스틱, 비닐 용기에는 이물질이 없어야 하고 플라스틱 용기는 구겨서 납작하게 만든 다음 분류해야 하며 병뚜껑 또한 따로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비교적 간단한 종이류도 네모난 박스 형태를 활짝 펴서 납작하게 만들어야 하고 그 와중에 우유팩은 따로 구별해야 한다. 이 또한, 사는 곳 마다 분류방법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광범위하면서도 꽤 디테일한 분리수거 방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정말 많이 양보해서, 내가 분리수거를 다 해놓고 휴머노이드가 분리수거물을 처리장까지 가지고 가는 것만 해 준다고 하자. 다행히 튼튼한 팔다리를 가진 휴머노이드는 한 번에 분리수거물을 옮길 수가 있을 것이다. 분리수거물 처리장까지 내려갔을 때 종이류, 플라스틱류, 비닐류, 캔류, 유리병류를 구분하여 분리수거물을 정해진 위치에 잘 놓아야 한다. 가는 길에 떨어뜨린 요구르트 병도 잘 주워서 분리수거할 수 있을까?
침구 청소는 정말 정말 필요한 기능이다! 마음 같아서는 자주 하고 싶지만 내가 하기엔 너무 힘드니 휴머노이드에게 맡기고 싶다. 오염도에 따라 세탁을 할 것인지 아니면 먼지만 털 것인지 구분해서 침대 시트도 갈고 베갯잇도 갈고, 이불도 먼지를 깨끗하게 털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기청정기 기능이 없을 수도 있으니 알아서 창문도 열고 환기도 시켜줬으면 좋겠다.
침대 시트를 갈기 위한 단순한 허리굽힘과 팔 사용, 잡아당김, 들어 올림 등의 행위를 적시적소에 잘 해낼 수 있을까? 침대시트를 가는데 2~3시간 정도 소요되지는 않겠지?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이런 가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해도 그 가격이 3천만 원 이상 한다면 그 돈을 주고서 휴머노이드 가사 도우미를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간이라면, 귀찮기는 하지만 30분 이내 해치울 수 있는 단순 업무를, 3천만 원이나 들여가며 집에 두어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나는 살림꾼과는 거리가 아주 먼 가정주부이다. 요리도 청소도 겨우 겨우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사도우미 휴머노이드에게 바라는 기대치는 매우 낮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니, 나도 할 수 있는데 이걸 왜 못해?" 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다. ‘요리’라는 행위 안에 있는 재료 손질, 세척, 칼질, 간 맞추기, 익힐 것인지 구울 것인지에 따른 조리기구 선택, 시간 맞춰 잘 익히기, 음식에 맞는 플레이팅 그리고 설거지까지. 평소에 아무런 생각 없이 수행하지만 참으로 많은 결정과 실행과 스킬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기만하다.
그리고 그 놀라운 업무를 우리는 매일같이 하고 있다. AI 딥러닝이 발달하고 신기술이 나오면 나올수록 인간의 mind 위대하다는 사실을 떨쳐낼 수가 없다. 그러니 능력이 부족하고 할 줄 아는 것이 없다고 낙담하지 말지니. 당신은 그 어떤 휴머노이드 보다 위대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