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에 나선 글

by 향글

옛날에 우리 외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애들은 집에서나 귀한 자식이지 남에 손에 맡기면 천덕꾸러기 이니라


오늘 문득, 내가 쓰고 있는 글이 그런 비슷한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나름의 개똥철학과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귀한 글이지만, 세상에 내놓는 순간 사람들의 비판을 받아야 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아직은 덜 자란 글 중에 하나 일 것이다.


어제는 나와 친하지는 않지만, 연락처에 있는 어떤 한 분으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왔다. 전에 알고 지내던 미술학원 원장님 소개로 연락처를 주고받았었는데 무슨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장님이었다. 어떤 사업인지 정확히 한 문장으로 소개하기 어려운, 빗자루에서 로켓까지 사고 파는 종합상사와 같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종합상사 사장님이 나에게 처음 보낸 메시지는 ‘유치원생들을 위한 문화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아이들을 위한 특별 강좌를 소개하는 제안서였다. 수업프로그램 설계와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도 보내준다고 하여 잠깐 관심을 가졌었는데 시간과 비용이 맞지 않아서 거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고 나서 몇 달 후 졸업할 때쯤 되자 아이들 졸업선물로 이만한 게 없다며 가방을 홍보하는 메시지가 왔었다. 그 뒤로 때가 되면 명절 인사, 새로운 제품 홍보 등을 메시지로 받았는데, 제품의 범위도 다양해서 홍삼과 같은 건강제품이 올 때도 있고 교재나 교구 등을 홍보하는 메시지가 올 때도 있었다. 한 번도 나의 관심사를 불러일으키지 않았으므로 나는 그저 단체문자 정도로만 취급하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 번에 받은 메시지는, '책을 출간하게 되어 소식드립니다'라는 메시지였다.

실패를 성공으로 바꾼 이야기라는 책 소개가 왠지 서점에 차고 넘치는, 자신만의 훈수를 담은 그런 책이라 생각이 되어 썩 와닿지 않았다. 다양한 사장님의 홍보 메시지가 보여주듯이 사장님의 삶도 넓은 스팩트럼을 자랑하고 있으리라 예상하지만 책을 사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신의 본업에 충실히, 열심히 사람들과 교류하며 성실히 살아온 사장님의 인생을 감히 폄하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아마 내가 책을 낸다고 해도 몇몇 사람들은 나와 똑같은 생각일 것이다. 나와 친한 사람들은 그나마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테지만 나를 한 다리 건너서 아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책을 낸다는 것은 그동안의 삶을 녹여서 트로피를 만드는 것과 같은데 그걸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슬프게도 읽고 싶지 않은 책들이 있다. 책으로 세상에 나왔으면 응당 읽혀야 하는 게 책의 삶이다. 나도 글을 쓰고 있고 언젠가는 책도 내고 싶겠지만 나의 글을 누군가 잘 읽어 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부끄러움이 벌써 몰려온다.

글을 쓴다는 것과 읽히는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나는 배설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인지, 아니면 읽히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인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를…

어떻게 하면 내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오래 살아남을지를.

생각하면 할수록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와 같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가지고 오늘도 고민한다.


험난한 과정을 거쳐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는 모든 작가님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나도 꾸준히 글을 쓸 수 있기를, 나의 글이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기를 기도하고 희망한다.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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