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and Smell the Flowers

by 향글

요즘 아이들은 참 빨리 큰다. 세상의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에 맞춰 아이들의 성장 속도도 맞춰가는 것 같다. 우리 때는 초등학교 입학해야만 이가 빠졌는데 요즘에는 5살 때부터 이가 흔들리는가 하면 6살 아이도 유치를 뽑는다. 그래서 7세 반 졸업사진을 찍을 때는 앞니 빠진 귀여운 사진들이 많다.


그런 아이들은 학교도 가기 전에 한글도 다 떼고 읽고, 쓰기까지 할 수 있다.

조금 학구열이 높은 동네에서는 7세 때 이미 영어, 수학을 초등학생 수준으로 가르친다. 그때 보면 아이들은 자신감이 꽉 차서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어떤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숙제까지 미리 하는가 하면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그날의 진도를 해치우는 아이도 종종 있다.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해도 늦지 않아. 왜 이렇게 빨리 하는 거니?”

하루는 내가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이가 말한다.

빨리 하고 쉴 수 있으니까요


바람에 휘날리는 듯한 글씨처럼 본인도 자유롭고 싶었던 것일까?

출처: Pinterest

'지금 이 과제가 끝나면 나는 쉴 수 있다'라는 생각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빨리 끝내는 것이다. 이 과제가 끝나면 또 다른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슬픈 사실을, 아이는 미처 몰랐을 것이다.

멈추지 않는 설국열차처럼 이미 달리기 시작한 학업열차는 정차 없이 계속 달린다. 잘하는 아이들은 더 잘하려고 쉬지 않고, 중간에 있는 아이들도, 뒤에 있는 아이들도 그저 앞으로 가려고 쉬지 않고 한동안은 계속 달릴 것이다.


1930년대 경제학자들은 100년 뒤에는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이 할 일이 줄어들고 여가시간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남는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지가 2030년도의 가장 큰 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기술의 발달로 몇 가지 노동의 시간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를 고민하지는 않는다. 줄어든 시간만큼 다른 노동이 더 늘어났으니까. 더 빨리 가기 위해 오늘도 노동을 양산한다.


KTX는 2004년 4월 1일에 개통되었다. 이 날짜를 또렷이 기억하는 이유는 3월 31일 나는 부산으로 출장을 가야 했었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KTX를 탔었다. 하행선은 새마을호를 탔지만 상행선은 KTX를 탔었다. 너무 신기했었다. 내가 역사 속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한참 들떠서 KTX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는, 이러다가 출장도 하루 만에 다녀오겠어! 하며 감탄했다. 그리고 정말 며칠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었다. 새벽 첫차를 타면 부산에 도착해서 아침 먹고 9시 출근시간에 맞춰 미팅을 할 수 있다. 서울사무실로 출근하듯 업무를 보고 퇴근 시간에 맞춰 KTX 타고 오면 저녁에 집에 도착할 수 있다. 바쁠 때는 이 힘든 스켸줄을 한 달에 서너 번을 했다.

요즘엔 KTX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렇게 1일 생활권이 된 지는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얼마나 놀라운 기술의 발전인가!


이렇게 1일 생활권의 혜택을 누리며 종횡무진을 하다 보면 어느덧 우리의 몸은 골병이 들어있다. 빨리 일을 끝내도 전혀 쉴 수가 없었다. 2009년에 개봉한 영화 Surrogates에 의하면 인간은 집에 누워있고 아바타가 밖에 나가서 일을 본다던데, 그럼 또 그 기술을 만들려고 우리는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겠지. 더 편해지기 위해서 더 많이 일을 해야 하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7세 꼬마 때도 마찬가지였다.


빨리 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 멈춰 서서 꽃내음도 맡고, 하늘에 구름도 보고 지금을 더 느끼면서 사는 것도 좋겠다. 아이들도 답을 내는데 전전긍긍하고, 몇 페이지를 채우는데 사력을 다하기보다 지금 배우고 있는 과정을 즐기면서 갔으면 좋겠다. 어차피 지금 서두른다고 해서 나중에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