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인가부터 108배를 시작했다.
밖은 너무 춥고 길이 얼어 나가기가 싫고 한 동안 즐겨하던 수영은 날이 추워지니 차를 타고 이동한다 하지만 젖은 머리로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추웠다. 수영은 따뜻해질 때 다시 하기로 하고 층간소음 걱정 없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108배가 생각났다. 아주 오래전에 108배를 시도한 적이 있는데 며칠 하다가 그만두었다.
처음 할 때는 ‘와~ 절 108번을 어떻게 해?’ 하면서 기겁을 했지만, 한 번 해보면 정말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시간도 15분 내외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 조금 속도를 내서 절을 하면 12~3분 안에도 할 수 있다. 이것도 운동이 되어서 108번 절을 하고 나면 땀이 꽤 난다. 땀이 나고 몸이 더워지면 요가로 20~30분간 몸을 풀어주는데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기 충분한 루틴이다. 춥다고 밖에 나가지도 않고 움직이지 않다가 절 108을 하면 다음날 허벅지가 뻣뻣하고 앉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아, 아~’ 소리가 나오는데 하루 이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짱해진다.
절을 하는 행위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겸손한 자세가 아닌가 싶다.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양 무릎을 굽혀 땅에 닿게 한 다음 팔을 앞으로 뻗으면서 몸을 납작하게 엎드린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렇게 의도적으로 몸을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일이 많지 않아서,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다. 바닥에 엎드린 자세에서 엉덩이 아래로 두 발이 깔리고, 오른발 위에 왼발을 포개어 올려놓으면 얌전하게 공수하는 손모양처럼 된다. 양팔은 팔꿈치를 굽혀 바닥에 닿게 하고, 이마도 바닥에 닿게 하면 절 하는 모습이 된다. 일어날 때는 두 손을 가슴 앞에 합장하며 무릎을 펴서 허벅지 힘으로 일어나라고 하는데, 관절에 자신이 없으면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게 바닥에 손을 짚고 무릎을 펴서 일어난다.
이렇게 절 하나가 완성되는데 1~2초면 충분하다. 두 손을 모으고 서 있을 때가 가장 편하고 무릎 꿇어 내려갈 때가 힘들다가 이마를 땅에 대고 엎드리면 또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낮은 자세에서 허벅지에 힘을 주며 올라올 때는 무릎도 아프고 허벅지가 딴딴해지며 또 힘들다. 이런 사이클을 107번 반복하면 108배가 완성된다.
절을 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여러모로 108배가 인생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절을 시작하고 20번까지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세를 익힌다고 생각하며 바르게 한다. 마치, 20대 사회 초년생이 정신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 처럼. 30~40번쯤에 올 때는 자세를 익혔기 때문에 탄력을 받아서 쭉쭉할 수 있다. 사회 활동을 가장 왕성하게 할 수 있는 30~40대처럼 말이다. 50~60번 구간이 되면 다리도 지치고 숨도 서서히 차올라, 절 하고 일어섰을 때 잠깐 쉬며 숨을 고르게 된다. 잠깐 쉬고 나면 금세 70~80번 구간까지 가게 되는데 이쯤 되면 땀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고 90번째 구간에 들어서면 허벅지가 욱신거린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 없으니 다시 한번 힘을 내어 본다. 비로소 100번을 넘겼을 때, ‘이제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에 남은 8번의 절을 정성껏 마무리한다.
108번 절을 하는 동안 나는 열심히 기도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인생을 돌아보고 무언가 깨달음을 얻으려면 적어도 3000배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3000배를 해도 깨달음이 올는지 모르겠다.
절을 하면서 내 몸이 납작해지고, 강해질 필요도 없이 잘난 척하지 않아도 되는, 무방비 상태로 나약해져도 되는 게 나를 편안하게 한다. 저절로 겸손해진다.
108배만으로도 이 정도인데, 오체투지를 한다면 정말 또 다른 내가 태어날지도 모르겠다.
커버사진: Unsplash의Dimmis V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