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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리리 Nov 24. 2022

아홉 번째 비행 : 다름을 인정하는 것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었다니

다시 한번 터키

  아홉 번째 비행은 다시 한번 터키였다. 동기의 급한 부탁에 의해 스케줄이 조정되어 총 7박 8일 일정인 터키를 한 달에 두 번을 가게 되었다. 비행시간도 많고, 승객들도 힘들고, 더군다나 체류하는 동안 어쩔 수 없는 소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나 덕분에 동기가 행복하다면야 백번이고 희생할 각오가 되어있기 때문에 흔쾌히 조정했다. 저번 비행에서는 카파도키아, 이스탄불, 앙카라를 여행했다면, 이번에는 휴양지인 안탈리아라는 도시를 여행했다. 확실히 휴양지라 그런지 날씨도 너무 좋고 여유로웠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인정하는 자세

  나이가 들어가면서 차츰 더 성숙해지고 있다고 착각을 했다. 결코 나이와 내면의 성숙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내가 얼마나 교만하고 낮은 자세가 없었는지 동기들과의 대화를 통해 절실히 드러났고, 그런 나를 깨닫는 순간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지극히 혼자 있고 싶었다.

   체육 교사 시절, 수업 시작과 동시에 몸풀기 체조를 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형을 갖추어야 했고, 한 아이에게 “기준”이라는 구호를 크게 외치라고 하면, 그 아이 기준으로 체조 대형을 갖추기 시작한다. 그러나 학기 초에는 이게 참 쉽지가 않은가 보다. 기준인 아이가 크게 소리를 내는 것도 쉽지 않고, 기준인 친구가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데 같이 움직이기도 한다. 이때, 기준인 친구가 움직여버리게 되면 반 전체 학생들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천방지축 짱구가 되어버린다.

  삶에도 기준이 필요할 것이다. 아니, 필수이다. 기준 없이 산다는 건 마치 물 위에 떠다니는 종이배처럼,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물과 바람이 이끄는 대로 정처 없이 떠도는 것과 같다.

  내 삶의 기준은 오직 예수. 그분이 곧 진리이므로 그분의 발자취를 따라 사는 게 내 삶의 기준이다.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왼쪽 뺨을 맞고도 오른쪽 뺨을 내주고, 겉옷을 뺏기면 속옷까지 내주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원수를 사랑할 수 있는가? 내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이다. 포도나무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을 때 열매를 맺듯이, 내가 주 안에, 주가 내 안에 거할 때, 믿는 자는 능치 못함이 없으리.


[요15:4-5, 개역한글]

4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절로 과실을 맺을 수 없음 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

5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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